[좌담] 세대교체? 선배 세대 '운동 2막' 고민도 함께 나누어야

by 센터 posted Aug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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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제_2020년 7월 31일(금) 오후 4시

▪어디서_한국비정규노동센터 회의실

▪참   석_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사무국장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  

            이정훈 서울시감정노동센터 센터장  

            최영진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

▪사회·정리_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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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활동가 범띠 친구들


변정윤  지난 4월, 한비네 초창기 구성원들인 대표자들의 좌담이 있었고, 6월에는 청년 좌담을 했습니다. 세대, 소통, 한비네 세대교체, 한비네 역할, 모임, 교류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어요. 결론은 사람을 남기는 활동을 해야 한다, 자주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늘은 제 마음대로 ‘중견 활동가’라고 이름 붙인 한비네 범띠들을 모시고 지역과 한비네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간단한 소개부터 시작할까요.


김창수  서울에서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이하 우동)라는 민간 노동단체에서 6년째 일하고 있고요. 그전에는 서울일반노조에서 5년 정도 상근하면서 비정규 노조 활동을 했어요. 더 그전에는 IT업계에서 7년 정도 일했는데 하다 보니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구나 싶어서 그만뒀어요. 우동은 저 포함해서 두 명이 일하고 있고 회원은 260명 정도 됩니다. 요즘 저는 배민커넥트로 음식 배달을 하고 있어요. 오늘도 피곤해서 지하철에서 졸았어요. 일주일에 19시간 일하는데 그 시간 이상 못하게 정해져 있어요. 


이정훈  서울시감정노동센터는 만들어진 지 2년 됐습니다. 그전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으로 일했고, 그보다 더 전에는 고대 노동대학원에서 노사관계 전문가 과정 주임교수로 일했고요, 노동연구원에서도 잠깐 있었어요. 처음 우리나라에서 복지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고 개념을 잡은 회사에서도 일을 좀 했고요. 하다 보니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어서 박사 공부를 하러 갔던 겁니다. 그러다 비정규센터를 알게 돼서 여기까지 온 거죠. 


최영진  2001년 민주노총 부천시지구협의회에서 상근하면서부터 부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민주노동당 지역노동위원장을 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비정규 노동 관련된 공약 중에 비정규센터 만드는 것도 노동 공약으로 들어갔고, 2011년도에 조례 만들어지면서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센터까지 오게 됐네요. 사무국장으로 일하다가 전 센터장이 낙향하면서 작년 3월부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1년 5월에 센터 만들어지면서 노무사로 일하러 왔어요. 인원이 적다 보니 상담만 할 수 없어서 이것저것 다 하다가 2014년부터 사무국장 했는데 오래됐네요. 노무법인에서도 일했고, 토목 쪽에서 설계 일도 했습니다. 주로 교량, 지하철 쪽 엔지니어였어요. 최근에는 자치구 센터들 중심으로 ‘서울시민간위탁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조합원은 30명이고 12개 센터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서울시민간위탁기관유니온’이 있는데 전태일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감정노동센터가 소속되어 있지요. 두 노조의 조직 대상은 같습니다. 


그때의 활동과 지금의 나


변정윤  센터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정훈  일 자체는 재밌고 사람들도 좋고 한비네 활동도 좋았어요. 일반 직장 다닐 때는 너무 각박해서 인간적으로도 이걸 계속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힘든 시기에 서울노동권익센터로 오면서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아요.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감정노동센터 만들어질 때부터 활동하다 보니 일종의 책임도 느끼고, 사업체계를 다지는데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울시가 내년 예산을 전체 올해 예산 대비 30% 감했어요. 서울시가 조금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활동 방향, 목표, 전망을 보더라도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 생기면 뿌리내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김성호  첫 직장 그만둔 이유는 첫 애 때문이었어요. 설계회사라는 게 IT랑 비슷한데, 일 년 열두 달 중에 8개월을 야근해요. 저녁 9시에 끝나는 거는 야근으로 치지도 않아요. 내가 지금은 좀 고생을 해도 몇 년 지나면 괜찮은 모습이 있겠지, 하는 건데, 어느 날 새벽 3시까지 밤새고 있는데 옆에 10년 선배가 같이 졸고 있는 거야. 아, 정말 이렇게는 못 살겠더라고.


변정윤  제가 처음에 왔을 때 김성호 노무사가 한비네 열심히 오셨잖아요. 지금은 한비네에서 못 본 지 오래됐어요.


김성호  서울시 자치구센터와 서울노동권익센터 만들 때랑 이런저런 센터 만들고 사업체계 잡을 때 크든 작든 관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이후 스스로 정체되는 모습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풀기 위한 제반 조건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해요. 그런데 답이 잘 안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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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저도 비정규센터 준비를 같이했고, 내가 하려고 했던 거였고, 지금 잘하고 있나? 옛날의 그 마음이 있나?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 지위의 변화가 생기면서 그동안 편하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을 살짝 하기도 해요. 이종명 전 센터장이 가지고 있던 생태계를 채워 나가야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불면증 비슷하게···. 시간 좀 지나니까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이죠. (웃음) 최근 한비네 아파트 경비 사업은 과거엔 상상하지 못한 건데 이런 걸 하면서 ‘어, 많이 다르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요. 부담감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아요. 


김창수  우동 처음 만들 때 나랑 방향이 맞았습니다. 비정규 노조 활동 5년 넘어가니까 힘들더라고요. 할 일이 많잖아요. 해마다 12월 31일만 되면 천막을 치거나 어디 올라가는 게 거의 일상이었어요. 새로운 활동과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은데 노조는 한계가 있잖아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지역 노동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같이 합류하게 됐어요. 고졸 청년 동아리를 만든 성과도 있었고, 최근 노동자 한 분이 해고 상담하고 이겼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노조 가입을 했어요. 존재 이유가 확인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조직 내 세대별 소통은?


변정윤  대표자들과 청년 활동가들이 모였던 앞선 두 좌담 모두 세대별 격차를 인정했어요. 조직 내 세대 간 소통은 어떤가요. 


최영진  한비네는 제가 열심히 다녔어요. 사람들 만나고, 다른 지역 얘기를 듣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5~6년 동안 두 명이 일하다가 채용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활동가들이 들어오면 시작과 끝, 목표를 같이한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자기가 상황에 안 맞으면 관둘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어요.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도 이해하게 되고, 내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사전에 필요하다는 것도 느끼게 됐어요. 간혹 힘에 부칠 때가 있긴 해요. 센터장이 되어보니까 관리자 모드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이정훈  처음에는 한비네에 모두 갔어요. 그런데 좀 불편해하는 분도 있고,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분도 있는데 괜히 가자고 하면 나중에 본인만 어색해지는 것 같아서 자율에 맡기게 됐죠. 내가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기존 선배들이나 내가 경험했던 내용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이 현재 상황에서 제 역할이지 않을까, 그 정도 보고 있습니다. 어렵죠.


변정윤  한비네는 코로나 때문에 집행위원회 회의와 대표자 회의만 하고 있잖아요. 대표자들도 언제까지 대표할 수는 없으니까 세대교체를 고민하잖아요. 어떻게 잘 연착륙해야 되는지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최영진  한비네 대표자 그룹이 은퇴하거나 빠지고 나면 형성이 어려울 거라고 봐요. 여기 오는 걸 좋아하거나 오고 싶어 해야 네트워크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목적 의식적인 의미를 찾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이정훈  그 역할을 자임하는 젊은 활동가들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한비네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젊은 활동가들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줘야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옛날처럼 집행부 물려주듯이 그렇게 되는 거죠. 


김성호  청년들이 태어난 시기가 2000년대잖아요. 우리의 정서와 놀이 방식, 소통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 보니까 ‘신인류’다 라고 하더라고요.(우리도 신세대였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자본주의 소비문화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이잖아요. 이제 와서 기존의 운동 가치와 운동을 풀어가는 방식들을 같이 해보자고 한들 머리로는 알아듣겠지만 내 피부와 나의 언어가 아닌 거죠. 뭔가 마당이 필요한 것 같은데 투자가 인색한 것 같아요. 


변정윤  그 인색하다는 것이 선배 세대들이 기회를 주는 것에 인색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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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그렇죠. 기업은 직원들에게 돈과 시간을 투여해서 직무 교육도 시키고 해외연수도 보내는데, 우리 운동 조직들은 인색한 거 아닌가. 그 시대 청년들의 문화와 정서 속에서 새로운 운동이 만들어져야죠. 자원과 시간을 우리가 제공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좋은 강사, 좋은 교육도 좋지만 그게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지를 못하는 거잖아요. 교류가 가장 중요한 직무 교육인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업무시간을 할애해서 같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걸 왜? 퇴근하고 모여야지.” 하는 거죠(웃음).


변정윤  민간단체는 어때요. 좀 다르지 않나요. 돈은 없지만 신나게 활동할 것 같아요. 


김창수  우동은 20대 초반 친구들이랑 ‘처음처럼’ 모임을 하고 있어요. 운영진들하고 만나서 회의하고 술도 한잔하는데 그 회원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심하는 것 같아요. 나는 존재 자체로 힘이 센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표현 하나, 한숨이나 몸짓이나 이런 것 자체도 조심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호  우동에 20대가 많은 이유가 있다니까~(웃음)


김창수  같이 앉아있는 공간과 시간이 안전하고 괜찮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같이 일하는 상근활동가도 궁금한 게 많은 상태로 활동하게 됐어요. 민주노총이 왜 이러냐, 산별이 뭐냐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싶어서 같이 책 읽고 토론회도 가고 공부도 하면서 많이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청년들은 궁금한 것도 많고 본인 관심사도 다양한데 그 관심사가 결국은 노동과 연관된 게 많아요. 업무시간에 다녀오게 보장도 해주고,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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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지금 세대들은 공정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비네 1박 2일 가게 되면 연장 달고, 출장 달고 그렇게 가도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서로 눈치를 보는 거예요. 자기 일이 남아있는데 밖에서 과외 일을 하느냐,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정확한 규칙을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좋게 하려고 만든 제도인데 거기에 딱 구속이 돼서 나머지 활동을 못 하게 되거든요. 


최영진  개별 단위에서는 서로 잘 맞춰서 하면 되는데, 전국적인 연대가 왜 필요한지 노동운동이라는 대의 안에서 전국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아직 이르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지역별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것 같아요. 너희들끼리 모여 봐, 하면 안 모일 것 같아요.


김성호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얘기하는 조직화의 경험이 없어요. 작년에 노조 만들 때 노조 준비위원 꾸려서 진행하는데 진척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청년 모임과의 소통은 청년들보다 조직화가 필요한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일 수 있어요. 


이정훈  상근자들이 한비네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한비네가 아파트, 봉제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젊은 활동가들이 보거든요. 한비네가 지금까지 잘 만들어온 성과를 잘 나누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창수  청소년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힘과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지금 만들어진 서울시민간위탁노동조합이 있잖아요. 별도로 뭔가 만드는 것보다 기왕 만들어진 노동조합을 확산시키든 해서 전국적으로 노동조합을 잘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정훈  그게 사례가 되면 따라 할 수도 있죠. 아까 김성호 동지가 말했던 건축회사 다닐 때 옆에 10년 된 선배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휴, 내가 여기서 10년 동안 일하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거 아냐.”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잖아요. 선배들이 잘 풀리는 모습을 보여 줘야 될 것 같아요. 내가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경로가 뚜렷하게 보이면 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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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윤  조직의 가치와 활동 방향 등 철학, 그런 것에 대해 한 번도 교육을 통해 얘기한 적이 없어요. 그 논의 속에서 젊은 친구들의 생각이 맞다면 방향을 수정하면서 가야 되는데 그런 걸 못했어요. 그런 게 일하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젊은 활동가들은 오롯이 자기들에게 뭔가를 다 맡겨봐라. 잘하든 못하든 중간에 개입하지 말고 맡기면 마침표를 찍겠다, 그런 걸 통해 성취감도 느낄 것 같다고 했어요. 어떤 게 있을까요. 퍼뜩 떠오르는 게 없어서요. 


이정훈  그런 것도 본인들이 설계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우리가 정해주는 게 뭐가 중요할까요. 그리고 시간을 줘야 해요. 업무시간을 빼 줘야죠.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한데 대기업은 돈 많이 주는 게 1번 동기겠죠. 작은 성공을 여러 번 경험해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사람들과 눈 마주치면서 전단지 나눠주고 그것도 처음 해본 사람들은 성취가 되는 거예요. 자기가 만든 구조물, 홍보물이 밖에 게시되고 지하철에 흘러 다니고, 내가 한 연구보고서가 인용되고 카드뉴스가 되는 것만 보더라도 작은 성취가 되거든요. 그런 걸 간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성호  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를 알려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교육을 한 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렇게 외부활동을 하려면 내가 속한 조직과 사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회의하러 갈 때 명분 있게 나가는 거지. 권한도 좀 주면 좋을 것 같아요. 회의 자리에 발언 권한을 줄 수 있고 자신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비네에서 재원도 투여하고요. 


김창수  예를 들면 센터장들이 한비네 사용자 단체가 되는 거지. 청년 활동가들의 요구를 모아서 교섭하는 거야. 그러면 재밌기도 하고 서로 할 얘기도 많을 거고. 그렇게 해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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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네의 역할, 그리고 우리 역할은


변정윤  한비네 역할과 본인들이 한비네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건지에 대해서 한마디해주세요.


이정훈  우리는 편들어주고 응원하는 거죠. 의견 보태고 격려하고 기회도 주고, 우리도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우리가 낀 세대라고 한다면 대척점이 생길 때 청년 편들어주는 거죠. 


최영진  대표자는 대표자들끼리 회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관계없이 프로그램 따로 가고, 모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모여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술 먹을 때나 같이 먹고요.


김성호  술 먹을 때도 따로 먹고···. (일동 웃음)


최영진  한비네가 처음에는 비정규 단체들 모임이었다가 지금은 위탁센터들의 사업기구처럼 바뀌었잖아요. 토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한비네에서 지금 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 노동 사업을 인큐베이팅해서 노조로 분리시키면 좋겠어요. 이런 네트워크 사업을 또 해야 할 텐데 한비네 역량상 쉽지 않을 거라고 봐요. 전국화하고 표준화된 공통된 사업으로 가야 하는데 사업을 계속 늘리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김성호  외부로 중앙으로 지향하는 논의와 사업은 많아진 것 같은데, 내부로 지역으로 가는 논의들은 좀 약해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선배 그룹의 운동 2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열어놓고 얘기해야 될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도 그걸 보면서 아, 저런 흐름이 있구나. 저런 선택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요. 청년 세대 얘기가 필요한 것처럼,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배 세대 얘기도 해야 해요. 오히려 선배 세대에 대한 논의는 청년 세대보다 한 번도 논의해본 적 없잖아요. 


김창수  최근 배달 노동하면서 생각해봤어요. 정년퇴직하면 전국적으로 경비 노동자가 돼서 경비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하면 어떨까. 제2의 현장 진출처럼. 물론 이 얘기를 지역에서 했는데 엄청 까였어요. 저도 십몇 년 동안 일을 안 하다가 배달 노동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나도 모르게 ‘아, 내가 해야 되나···.’ 하는 마음도 좀 들고···.


강인수  민간단체인 우동은 한비네 변화의 지점을 어떻게 느끼는지 듣고 싶어요.


김창수  제가 한비네를 안 가요. 위탁센터들 위주로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센터 사업을 주로 하다 보니 끼어서 말하기 힘들더라고요. 예전에 수련회 갔는데 외부 강사가 파워포인트 보여주면서 센터 상근활동가들의 월급이 얼마다, 더 올라야 된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난 100만 원 받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건 아닌데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죠. 한비네가 경비, 배달 노동 사업하는 것은 의미 있어요. 비정규 노동의 핵심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조직 노동의 빈구석을 메꾸는 것을 한비네가 잘해야 된다고 봐요. 조직 노동과 계속 교류하고 역할 분담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영진  지자체센터들이 늘어나는 추세니까 더 커지고 일반화되기 시작하면,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갈라질 수도 있어요. 센터는 한참 늘어날 것 같은데 그야말로 업무를 위한 모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다 모일 수도 없고 지역별로도 달라요. 경기도는 워낙 넓어서 권역별로 움직여왔거든요. 그나마 지금 안산이나 부천 등이 역할을 하면서 경기도와 사업하는 거죠. 여기서 더 늘어나면 경기도만 하기도 벅찰 거예요. 지역 내에서 비정규센터를 운영하는 게 지역 내 노동운동과 어떻게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사업 확장은 되는데 힘은 없고, 조직적 성과로도 남지 않고, 센터가 지역 내 노동운동과 엮여서 유기적인 구조를 맺는 모델이 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김창수  그걸 사업적으로 표현해서 만들 수는 없나요? 장기적으로 지역 내 민간 노동단체를 지역마다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배치해서 같이 뭘 해본다든가. 역량이 위탁센터로 집중되면서 민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다시 복원해가는 로드맵을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영진  예산 좀 있는 곳들은 개별 노동단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전면화되어 있거나 센터 사업이 지역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복무한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김성호  사업화는 가능할 것 같고 지금까지는 신규 조직으로 만드는 활동보다는 기존 조직과의 연계사업이 주요했던 것 같긴 해요. 조직화 하나 하는 게 일이 년 사이에 뚝딱 되는 게 아니라서 안착화되는 기간이 필요해요. 애초부터 그런 목적을 명확히 하고 가면 가능할 것 같긴 해요. 그럴만한 주체가 있다면요. 서울에도 자치구센터가 17개 생겼는데 운동 경험이 있거나 노동운동했던 사람들이 그 공간을 못 채우고 있어요. 우리의 인력 풀이 참 빈약했구나 싶죠. 그나마 센터 활동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 정도를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인력 풀이 적다는 것도 조직화의 어려움이에요. 


변정윤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비네 호랭이 모임’ 잘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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