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코로나 시기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부러운 이유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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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 2021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원했던 바가 그대로 반영되어 2020년보다 1.2%(130원)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평균 인상률은 약 7.9%로 탄핵 정권인 박근혜 정권 4년간 평균 인상률 7.4%와 거의 비슷해졌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결과를 고려하면, 오히려 박근혜 정권보다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낮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21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30원 인상에 그친 이유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로 가장 타격을 받는 집단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 그중에서도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사용자의 품으로 달려가 버렸다.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지 이제 5년에 불과한 독일도 지난 6월 30일 2021년과 2022년에 해당하는 법정 최저임금액을 발표했다. 참고로 현재 독일은 보수당인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이 집권하고 있다.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현재 9.35유로인 법정 최저임금을 2021년 9.60유로, 2022년에는 10.45유로로 결정하여 공표하였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최저임금 적용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최저임금 적용 기간 2년을 1년씩 나누어 2단계로 구분해 최저임금액을 결정해왔고, 2021년과 2022년에 대해서는 반기별로 4단계로 나누어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 도입 당시인 1기(2015~2016년) 8.50유로, 2기(2017~2018년)에는 8.84유로, 3기(2019~2020년)에는 9.19유로와 9.35유로로 인상률이 2년 단위로 계산하면 각각 2기 4.0%, 3기 5.7%, 코로나 이후인 4기(2021~2022년) 11.4%이다. 연 단위로는 2021년 인상률은 2.7%, 2022년 인상률은 8.8%에 이른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K-방역체계를 갖추지도 못한 독일은 2020년 경제성장률이 –5.0%를 예상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은 24% 감소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당 정권 하에서 제4기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고인 11.4%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독립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저임금위원회 구조가 정부에 의해 좌우되는 국가 주도형 결정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는 노사공 삼자합의체 형태이지만, 전문가 집단인 공익위원과 위원장은 친정부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때문에 공익위원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정부의 정책 방침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법정 최저임금제도 도입 역사가 30년이 넘는 우리나라에 비해 불과 5년밖에 안 되는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얘기하는 것이 남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일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제도가 훨씬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 1명, 6명의 위원 및 자문위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사공 삼자합의체 형태이다. 6명의 위원은 노사 총연맹 대표자로 구성된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첫 번째로 노사가 각각 추천하는 2명의 전문가인 공익위원은 법정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전문가인 공익위원은 철저하게 자문 역할만을 수행한다. 두 번째 차이점은 투표권을 갖는 위원장은 노사가 합의하여 선정하며, 노사 찬반노    동이 동수일 때 위원장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사가 합의하여 추대한 위원장이기 때문에 노사 투표에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최종적인 결정권을 위원장이 행사하고, 이러한 결정에 노사 모두 따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이유로는 독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협약 인상률을 상당한 정도로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2015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협약 인상률과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교하면, 2015년을 100으로 했을 때 협약 임금 인상률은 2020년에 114.2이고,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은 110이다. 독일에서 법정 최저임금은 산별노조의 협약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공정성 관점에서 국가가 공정임금을 보장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취약 노동자에 대한 보호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입직 시 기준임금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독일의 최저임금은 노동조합에 의해 조직되지 못한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잔여적 임금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2018년도 기준으로 독일 최저임금은 시급 8.84유로이며, 금속산업 협약 근로시간인 35시간을 기준으로 월 급여 총액을 계산하면 약 1,237유로가 된다. 독일 금속산업 2018년도 협약임금에서 수당과 상여금을 제외한 순수기본급만을 대상으로 최하위 등급의 가장 낮은 입직임금은 약 2,400유로이다. 최저임금과 금속산업 최하위 등급의 최저 입직임금 차이가 약 두 배이다. 법정 최저임금이 보장해주지 않는 수당, 고정 상여금(100%), 협약일시금 등을 포함하면, 법정 최저임금과 산별 최저임금 사이의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난다. 

 

독일.png

독일 최저임금 인상률

 

이와같이 조직 노동자에 대한 산업별 임금은 기업 규모와 하청 서열과는 무관하게 근로 빈곤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입직임금이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법정 최저임금은 외국인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잔여적 범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코로나 사태와 같은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게 되는 취약 노동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최저임금이 곧 입직임금인 경우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 노동자 보호라기보다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사용자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는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입직임금이 정해지는 저임금 구조로부터 탈피하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일부 재벌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제외한 생산가치사슬의 하위구조에 놓여 있는 노동자의 입직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임금 정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취약 노동자를 위한 적정 최저임금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정부 주도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미 최저임금위원회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치적 결정에 의해 영향받는 정치적 기구로서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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