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묻은 작업복, 어디에서 세탁하나요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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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



사실 노동자 작업복 공동 세탁소에 관한 생각은 2017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하남산단 노동자가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종이가방에 작업복을 넣고 오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다. 공장에서 일주일 동안 일하며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집에 가지고 가서 가족들 옷과 함께 세탁한다는 말에 많이 놀랐다.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은 회사에서 세탁해주는데 50인 미만 노동자들은 “이놈의 작업복 좀 집으로 안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하는 게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1.설문조사.jpg

대불국가산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아침 조식 식당, 통근버스 운영 실태조사(@전남노동권익센터)


2018년 지자체 선거 때 광주광역시장 후보들에게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작업복 공동 세탁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더니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새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는 공동 세탁소 건립의 타당성부터 따져보아야 한다며, 이를 조사 용역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게다가 시의회는 예산을 삭감했다.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우여곡절 끝에 예산을 줄여 타당성 조사를 하고, 2020년 10월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개소를 앞두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작업복 공동 세탁소 설치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에 경남 사회혁신추진단은 노사민정 협업 체제를 구축해 2019년 4월 노사정 업무협약 체결,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 1층에 공동 세탁소를 설치하고 시험 가동을 거쳐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300벌 이상을 소화하는 전국 1호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좀 늦었지만 전남에서도 2021년을 목표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전남노동권익센터에서 실시한 2020년 1월 여수국가산단과 대불산단의 작업복 세탁소, 통근버스, 아침 식당 운영 실태조사 결과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 64%가 화학물질, 용접, 분진, 도장에 노출되고 있었으며, 작업복은 75%가 집에서 세탁한다고 하였다. 또 91.6%는 작업복도 사업주로부터 지급받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구매하여 입는다고 하고, 94%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며, 조사자 절반 이상이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여수산단 건설 노동자 99.6%는 작업 종료 후 샤워도 하지 못 하고, 작업복 세탁은 물론 씻을 수조차 없는 환경이다. 


1.기자회견.jpg

지난 7월 29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대불산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및 조례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전남노동권익센터)


여수와 대불국가산단 특성상 유해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가 세탁하면 그 가족들에게까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공동 작업복 세탁소와 샤워시설, 통근버스,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등 기초적인 복지시설이 절실하다. 이는 전남지역 산단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산단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정부, 지자체가 나선다면 노동자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세탁할 권리, 작업 후 샤워할 권리는 빠르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출발점을 지났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관련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남 김해와 광주광역시가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고 전남이 작업복 세탁소를 따라가고 있다. 이제 경남, 광주, 김해를 넘어 전국 모든 산단으로 작업복 세탁소 설치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실태조사를 위해 추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함께한 여수산단 건설 노동자, 대불산단 노동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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