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코로나19] 코로나 위기로 인한 ‘희생의 계층화’

by 센터 posted Jun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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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전체 (계절 조정) 취업자 수는 2월 대비 87만 명 감소했고, 공식 (계절 조정) 실업자는 31만 명 늘어났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합친 무직자는 2월 대비 92만 명 증가했다.1)  한편 일시 휴직자는 2020년 3월 161만 명, 4월 149만 명, 5월 102만 명으로 석 달 연속 100만 명이 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여성, 고령자, 임시·일용직 등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고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부터 사라지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노동자일수록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은데, 감소한 취업자의 대부분은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나타났다. 올해 2월 대비 4월 전체 (계절 조정) 취업자는 102만 명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고용보험 가입자는 2만 3천 명 감소하였다. 이는 감소한 취업자 중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절대 다수가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집중적으로 희생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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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생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의 계층화’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고용보험 가입자와 직접고용 정규직 위주로 설계돼 가장 큰 희생을 당하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 근로기준법 등 기존 법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정책에서도 계속 배제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고용유지 정책은 △ 고용유지지원금 △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 △ 기업자금 지원-고용유지 연계 △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2)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고, 일시적인 휴업·휴직을 실시하면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제도이다.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은 기존 3개월 유급휴업 후 90일 이상 무급휴직 요건을 유급휴업 1개월로 요건을 완화하여 월 50만 원씩 최대 3개월 지원하는 제도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무급휴직 즉시 지원한다. 기업자금 지원-고용유지 연계 방안은 “일정 규모 이상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자금 이용 시 고용유지 노력3)을 유도”하는 방안을 말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제외하고 정부가 기업 지원 시 고용유지 노력을 어떻게 부과하고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법·제도적으로 고용유지 노력을 명문화한 사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유일하다. 지난 4월 29일 국회에서 처리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따라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조건이 부과되었다.4) 하지만 ‘한시적 해고 금지’가 아니라 ‘고용유지 노사 공동 노력’으로 후퇴하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고용유지지원금,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 대책에서 일반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곳은 여행업, 관광운송업, 관광숙박업, 공연업(이상 3. 16. 지정), 항공기취급업, 면세점,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이상 4. 27. 지정) 등 8곳이다. 


코로나19 대응 고용유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가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3개월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등 고용보험에 법적으로 가입할 수 없는 적용 제외 노동자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나 실제 가입하지 못한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 등 고용보험 가입을 요건으로 하는 코로나 대책에서도 배제된다. 간접고용 사업체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노동력이 상시적으로 변동하는 사업체 특성으로 인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제시한 ‘기업자금 지원-고용유지 연계’ 방안도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만이 고용유지(노력) 대상으로 설계돼 원청(사용사업체)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는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제도 또한 원청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면세점, 관광업 등은 해당 업종의 원청만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소속된 숱한 인력 파견업체는 배제되어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및 소득 감소 노동자에 대한 지원 대책으로는 △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 △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은 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 2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소득 지원 대책이다. 일정 규모 미만 사업장 무급휴직 노동자, 5일 이상 일자리가 끊기거나 25% 이상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1인당 최대 월 50만 원씩 2개월간 지원금을 지급한다. 긴급고용안정자금은 고용보험 사각지대인 일정 소득 이하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무급 휴직자 등 93만 명을 대상으로 월 50만 원씩 3개월 동안 지급한다.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150% 이하이거나 신청인 본인의 연소득이 7,000만 원 또는 연 매출이 2억 원(자영업자의 경우)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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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소득 지원 대책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거나 ‘언 발에 오줌 누기’라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1,383만 명에 달한다. 그중 공무원, 교원 등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인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를 제외하더라도 약 1,236만 명의 노동자는 고용보험 보호를 받지 못한다.5)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비해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수혜 인원은 119만 명에 불과해 적어도 너무 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지원 금액도 월 50만 원씩 최대 3개월이어서 생계유지 목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 요건도 문제다. 무급 휴직자가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가입자’여야 한다. 따라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다수 영세사업장 소속 무급 휴직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약 60%(227만 명)가량이 고용보험 미가입자이다.6) 한편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고용보험 미가입’을 지원 요건으로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다.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일시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 노동자는 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 파견·용역·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5인 미만 등 영세사업장 노동자, 무급 휴직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를 계속해서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처럼 고용 대책에 취약한 노동자 규모는 약 460만 명에 달한다(정흥준, 2020).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획기적인 고용유지 및 소득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거의 모든 고용유지 및 소득 지원 대책이 고용보험 가입자를 요건으로 하는데,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고려해 재난 시기 한시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요건을 철폐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간접고용 노동자 등 비정규직 고용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정부 자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포함한 고용유지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재난 시기 한시적으로 하청 계약 또는 업무위탁 계약 해지를 금지(최소한 계약 기간 만료 전에 해지 금지)하여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하청을 망라한 업종별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기금 지원 조건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하는 구조적 대책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특수고용 노동자, 5인 미만 등 영세사업장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무급 휴직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 보장을 위해 현행 긴급고용안정자금을 확대하여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실직 또는 소득이 감소한 모든 실업급여 미수급자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재난 시기 긴급실업수당을 도입하여 고용보험 적용 제외 및 미가입 노동자, 소득이 감소한 영세자영업자에게 한시적으로나마 보편적인 소득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넷째,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휴업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휴업수당을 보장하고, 연내 법 개정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다섯째,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안7)대로 고용보험법을 조속히 개정해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연내 수립해야 한다.8) 9)


여섯째,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상황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자발적 이직자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하고, 수급 기간도 한시적이나마 연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불평등이 커졌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위기 비용과 책임이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새롭게 양산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우선적으로 희생되고 있는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안적 정책은 가능하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의지다. 더이상 위기가 불평등을 키우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진실로 행동에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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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유선(2020), 「코로나 위기와 5월 고용동향」, 이슈페이퍼 2020-12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를 확대하여 월 215만 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영세사업장에 대해 4개월 동안(2~5월 근무) 1인당 지원금을 월 4~7만 원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고용유지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시행되었다. 하지만 이미 시행이 완료되었고, 지원금 수준이 고용유지의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하기에는 너무 낮다는 점에서 주요 고용유지 정책에서 제외하였다.


3) 일정 기간(예: 6개월) 동안 일정 비율 이상의 고용 총량 유지 조건을 부과하고 미이행 시 가산금리 등의 페널티 부과


4) 5월 20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마련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선 지원 업종은 항공업·해운업과 그밖에 금융위원회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의 의견을 들어 지정하는 업종 등으로 하고, 기업 요건은 총차입금 5천억 원 이상과 노동자 수 300인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정했다. 


5) 이병희(2020), 「코로나19 대응 고용정책 모색」, 고용·노동브리프 제95호, 한국노동연구원.


6) 정흥준(2020), 「코로나19, 사회적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 방향」, 고용·노동브리프 제97호, 한국노동연구원. 


7) 2년 전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의결하였다. 고용보험법 적용 범위를 기존의 ‘근로자’ 이외에 ‘고용보험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노무제공자’로 확대하고, ‘노무제공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 규정하였다(윤애림, 2020). 


8) 윤애림(2020) 「전 국민 고용보험 첫 단추는 220만 특수고용 노동자로부터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10문 10답」, 이슈페이퍼 2020-10,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9) 최근 정부가 밝힌 전속성이 높은 특고 직종(현행 산재보험 적용 대상 9개 직종)부터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하겠다는 방침은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안에서 후퇴하는 것이며,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난 산재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이다(윤애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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