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코로나19] 코로나19가 몰고 온 한파, 우리에게 봄은 먼 것일까요

by 센터 posted Jun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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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0년째 몸 바쳐 일한 직장에서는 이젠 더이상 필요 없으니 집에 가라고 합니다. 한시적인 ‘코로나19’라는 한파가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두 딸의 가장으로서 10년을 묵묵히 일해 온 평범한 노동자였을 것입니다.저는 김포공항에서 수하물, 그러니까 여행객들의 캐리어를 비행기 편수대로 분류 작업해 실어주는 일을 합니다. 10년간 일하다 보니 허리는 물론이고 팔, 다리, 어깨 등 근골격계가 부스러지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묵묵히 일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한파가 2월부터 불어 닥치기 시작하더니 회사는 갑자기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직원에게 연차를 강제하더니 급기야 스스로 알아서 무급휴직을 가라고 강요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짧게는 7일, 길게는 한 달을 스스로 무급휴직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3월 16일 노사협의회를 했다며 4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평균임금에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하겠다는 공지를 했습니다. 그나마 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행이다 싶어 전 직원이 유급휴직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4일 후 회사는 노사 협의도 없이 다시 공지를 하더군요.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하지만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많이 동참하지 않자 사측은 3월 24일 한국노총 소속인 노사위원들과 노사협의회를 다시 한다며 우리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흉계를 드러냈습니다. 3월 말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든지 해고나 다름없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되니 알아서 기라는 엄포용 노사합의문이었습니다. 우리 민주노조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문구들이 담긴 합의서였습니다. 결국 우리 민주노조 간부를 포함한 8명은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월 11일자로 8명은 정리해고당했습니다.


4.아시아나.jpg

용역들이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친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아시아나케이오지부)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해고를 금지시켜 달라고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을 찾아다니며 외쳤지만, 우리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원청 사용자인 박삼구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와서 한 달째 천막을 치고 농성 중입니다. 육십 평생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노숙을 하며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원청인 금호아시아나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시는 우리가 농성하고 있는 종로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종로구청 용역들을 시켜 각종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해가더니. 두 번째 친 천막마저도 강제 철거하겠다며 매일 찾아와 계고장을 붙이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 개의 일자리도 끝까지 지키겠다며 재벌기업인 원청사에는 국민 혈세를 수조 원씩 쏟아붓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지금도 무기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그나마 한 번 더 희망을 걸고 우리 해고자들의 심경이 담긴 탄원서를 두 번 접수하였지만, 대책이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청와대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 해고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찾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원청 사용자인 박삼구가 책임을 지고 정리해고를 철회하길 바라며 더이상 해고 없는 세상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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