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by 센터 posted Jun 29,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사이는 멀어지고 그 사이 맨 얼굴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방에선 선풍기가 돌아가고 두루마리 화장지로 가끔 콧물을 닦으며 지나간 사람을 지나온 사람처
럼 불렀다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애써 웃어주는 사람과 그 웃음 뒤의 막막함에 숨는 일로 잠시 웃어 보였으나

여름은 발에 걸리지 않아 부를 이름이 없고 수제비 같은 맨 얼굴은 수시로 뚝뚝 끊어졌다

간밤엔 기억에도 없는 일을 하였다가 기억에서 사라진 건 아닐까 마신 술에 속아 울면서

수용하였다 

간신히 입 다문 정든 수용소와 그 너머 안부까지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마시며 여름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도 속았다는 걸 모르는 거다 

빌려온 슬픔을 되돌려 보낼 수 있어 한여름은 없었다 

그래서 안녕

이돈형.jpg 이돈형 시인
2012년 《애지》로 작품 활동 시작. 제9회 김만중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우리는 낄낄거리다가》가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 말의 힘 file 센터 2020.08.24 477
» 안녕 file 센터 2020.06.29 625
37 해고 file 센터 2020.04.29 721
36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센터 2020.02.27 815
35 공장 file 센터 2020.01.02 906
34 근로하는 엄마 노동하는 삼촌 file 센터 2019.10.30 830
33 밥은 file 센터 2019.08.29 1053
32 오후대책 file 센터 2019.06.25 1095
31 빛의 탄생 file 센터 2019.04.29 1562
30 제주 예멘 file 센터 2019.02.25 1520
29 시작 file 센터 2018.12.26 1618
28 적벽에서 file 센터 2018.11.01 1374
27 일몰의 기억 file 센터 2018.08.28 1449
26 폭설 file 센터 2018.07.02 1459
25 굴뚝 file 센터 2018.04.26 1615
24 환희 file 센터 2018.02.28 1373
23 손님보다 알바생 file 센터 2018.01.02 1416
22 당신의 유통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file 센터 2017.10.30 1334
21 공장 빙하기 센터 2017.08.28 1413
20 마네킹의 오장육부 file 센터 2017.07.03 149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