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 노동자] 경비업법을 둘러싼 논란과 해결 방향

by 센터 posted Apr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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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근 센터 정책연구위원



경비업법 적용이 불러오는 고용 불안


경비업법을 주관하는 경찰청은 2019년 12월 11일 일선 경찰서에 ‘공동주택 관리업체 경비업법 적용 관련 조치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고, 2020년 5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둔다고 명시했다. 경찰청 공문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서는 관할 지역 아파트의 위탁관리회사에게 경비업법 준수를 계도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청은 “법원 판례에 따라 경비업 허가가 없는 주택관리업체의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취지 공문을 발송했다.”며 “주차 단속과 택배 수령을 금지한다기보다는 분리수거 등 경비원에게 미화원 업무를 시키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찰청 조치에 따라 아파트 현장에서는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찰의 원칙적인 단속으로 경비원들이 관리 업무는 하지 않고 보안 업무에만 충실할 경우 아파트 관리는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리원을 별도로 고용할 경우 비용 부담 때문에 경비원을 감원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파트 현장의 고용 불안이 사회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3월 11일에 경찰청은 계도기간을 2020년 말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계도기간을 연장했을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경비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잠재되어 있던 문제


경비업법 제7조(경비업자의 의무)는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경비원은 화재, 도난 등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 이외에는 하면 안 된다. 2007년 3월 법제처에서도 법률해석을 통해 “경비원으로 하여금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은 시설경비 업무에 전념하여야 하는 경비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경비업자로 하여금 불공정한 계약으로 경비원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경비업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을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경비업법」 제7조 제3항의 취지에도 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과 유사하게 2017년 9월 23일에도 공문을 통해 국토교통부 및 전국의 지방경찰청장에게 경비업법상 경비원의 업무 범위가 지켜질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경비업체뿐만 아니라 관리업체에게도 경비업법을 준수하도록 한 것이다. 경비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는 형태는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네 가지이다.

①번과 같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경우는 경비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비업법은 경비업무에 대한 ‘도급’을 전제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②번과 ④번처럼 경비업체가 경비원을 고용하는 경우는 당연히 경비업법이 적용된다. 경찰청이 2017년 9월에 공문을 보낸 것은 ②번과 ④번에 해당하는 고용 형태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③번처럼 관리회사가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경비업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2018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비업법상 관할 지방경찰청에 경비업 신고 없이 아파트에 경비원을 배치한 주택관리업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주택관리업자가 해당 공동주택에서 경비업만을 위탁받은 위임인지, 주택관리 전체를 도급받은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공동주택에서 경비원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경비업법상 경비업 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 판결에 따라 이번에 경찰청이 주택관리업체에게도 경비업법을 적용하겠다고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표2.jpg


또 하나의 문제인 ‘감시적 근로’ 규정


결과적으로 경비원의 고용 주체가 경비회사이든 주택관리회사이든 경비업법이 적용된다는 것이 법원과 경찰청의 정리된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경비 노동자들은 대부분 경비 업무보다는 관리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 2019년 전국 15개 지역에 대한 조사에서 경비 노동자의 업무 비중은 방범 업무가 31%, 관리 업무가 69%로 파악되었다. 입주민 입장에서도 경비 노동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비 업무보다는 관리 업무 비중이 더 크다. 이러한 현실과 법률의 괴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주택관리회사들이 모여 있는 한국주택관리협회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경비업법 적용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공동주택 경비원을 ‘정비원’ 또는 ‘생활관리원’으로 변경해서 업무 범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최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는 경비업법에서 정한 경비 업무인 도난 방지나 화재 예방 및 초기 진화, 혼잡 등 질서를 유지하거나 위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고령자들이 주로 근무하고 있어 경비업법이 정한 경비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경찰청과 협의해서 경비업법과 함께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비원들이 근무하는 상황을 무시하고 법을 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 청소 등 기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비업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되면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법 개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경비업법을 개정한다면 제2조(정의) 제1호 ‘시설경비업무’ 중 ‘경비대상시설’에서 공동주택을 제외하거나(경비업법에서 공동주택 경비원을 제외), 제3호 경비원 구분에 ‘공동주택경비원’을 신설해서 일부 관리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업무 범위 확대) 등이 예상된다. 이렇게 법을 개정하면 위법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감시적 근로’의 문제이다. 근로기준법상에서는 경비원에 대해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태적狀態的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봐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적용을 제외했다. 이는 경비원 일자리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대명사가 된 제도적 배경이 되어 왔다. 하지만 경비원에게 경비업법을 적용하지 않거나, 관리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경비업법을 개정할 경우 ‘감시적 근로’에 해당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감시적 근로’ 인가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는 “감시적 업무라도 타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어서 ‘감시적 근로’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 역시 경비원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실과 법률의 괴리 현상을 해결할 공동의 지혜가 필요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는 고령의 남성 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일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상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식의 시혜적 시각도 반영되어 있다. 고령 노동자의 생애 마지막 일자리라도 보편적인 노동권이 다른 노동자와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24시간 사업장에 체류해야 하는 전근대적인 교대제를 개선해야 하고, 적정 임금이 보장되어야 하며, 입주민의 갑질은 근절되어야 한다. 노느니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나온 노인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가는 생활인으로서의 노동자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경비업법을 둘러싼 논란도 단지 경비업법 위반 여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경비원 일자리가 갖는 여러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상화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비 업무만이 아닌 관리 업무의 불가피성, 감시적 근로의 문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원 감축 문제, 휴게시간 남용 문제, 24시간 격일제 교대제 문제, 직무 개발 및 서비스 질 제고 등 서로 충돌되는 여러 특성을 감안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고용을 유지하고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대제를 개선하고 경비원과 관리원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탁상공론을 피하기 위해 당사자 목소리 반영되어야


경찰청,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경비업법 적용 문제를 두고 법 개정이라는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현실은 그대로 둔 채 법만 개정해서 위법 상황을 모면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주변적 일자리가 아니라 보편적 노동자로,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주요한 구성원으로 경비 노동자가 자리매김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 당연히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2019년에 이어서 올해도 전국의 비정규직 지원 단체들은 경비 노동자 조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힘입어 당사자 모임도 여러 지역에 형성되어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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