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과정에서 나타난 사용자 불법 개입1)

by 센터 posted Jan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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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이번 호에서는 미국의 노동조합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살펴본다. 미국의 노사관계법은 과반수 이상 노조에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을 인정받으려면 노조 설립 선거(투표)를 통해 전체 노동자 중 50퍼센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노동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춰 투표 신청을 하면 NLRB(전미노사관계위원회)에서 관리한다. 투표 과정에서 노조는 노조 설립을 위한 찬성 캠페인을 하고 사용자도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되었으며 노조 회피를 위한 컨설팅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노동조합 선거 과정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적 장치이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노동자는 노동자 대표조직(노동조합)을 통해 대표권 혜택을 받기 원한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고 교섭이 가능하다면 임금과 노동 조건이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 업종에서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무노조 사업장의 노동자들보다 평균 13.2퍼센트 소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조합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무노조 사업장과 달리 노조 사업장에서는 명확한 이유나 경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미국노동법(NLRA)은 대부분의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노동법이 만들어진 지 80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는 점점 더 퇴색되고 있다. 2019년 미국노동통계(BLS)에 따르면,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이 6.4퍼센트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기회가 주어지면 노동조합 설립에 찬성 투표를 하겠다.’는 노동자 비율(48%)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미국경제연구소(EPI)가 분석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Mc-Nicholas는 정보청구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활용하여 획득한 데이터를 통해 부당노동행위(Unfair Labor Practice)를 분석하였다. 또한 노사보고및공개법(Labor Management Reporting and Disclosure Act)을 활용하여 ‘노조 회피’ 산업과 관련된 정보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미국 사용자들이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의 권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불법 전술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조 설립을 위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사용자의 41.5퍼센트가 연방법을 위반하여 기소됐다. 또한 다섯 개 중 한 곳의 노조 선거에서 노동자가 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그림 1]은 2016∼2017년 모든 노조 선거에서 확인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나타낸 것인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무려 41.5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노동행위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협박과 불법적인 행동을 모두 포함한다. 구체적인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살펴보면 위협·강압·보복 등의 행위는 29.2퍼센트였으며 징계·해고·불이익은 29.3퍼센트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교섭을 거부하는 행위는 27퍼센트였다. 사업자의 부당노동행위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났는데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당노동행위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0인 이하의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35.5퍼센트인데 비해 61인 이상의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54.4퍼센트로 크게 늘어났다. 노동자들은 노조대표체를 원하지만 현행법이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사용자들의 반대가 공정해야 할 노동조합 선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좌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그림.jpg


EPI연구결과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비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사용자의 모든 불법 행위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과소 추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Bronfenbrenner(2009)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조 설립 투표 과정에서 30~40퍼센트의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지만, 실제 부당노동행위는 89퍼센트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많은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에 대한 사용자의 반대는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전 단계에서부터 광범위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반노조 행위들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약한 처벌도 쟁점이다. 전미노사관계위원회(NLRB)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되면 법적 절차에 돌입하지만, 사용자의 불필요한 지연으로 인해 처벌이 미루어지고 더 나아가 처벌이 된다고 할지라도 약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사용자의 선거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컨설팅회사에 의존한 사용자의 노조 회피 전략


지난 수십 년 동안 노조 조직화를 막기 위한 사용자의 적극적인 대응은 꾸준히 늘었으며 최근에는 노조 초토화를 위해 컨설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Bronfenbrenner(2009)에 따르면 50인 이상 기업에서 사용자의 3/4은 노조 회피를 위한 컨설턴트를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료를 보더라도 노조 회피를 돕는 컨설턴트들에게 매년 3억 3천만 달러가 지급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조합을 훼손하는 비용으로 시간당 350달러(40만 원), 하루 2,500달러(300만 원)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 회피 컨설팅의 주된 목표는 노조 설립을 위한 선거(투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노조 회피 컨설팅을 선도하는 회사인 스파르타 솔루션(Sparta Solutions)은 사용자들에게 “우리 회사는 노조 설립을 무력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고급기술을 회사 직원들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컨설팅회사인 노사관계연구소(Labor Relations Institute)도 사용자와 계약을 맺을 때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신청을 못하게 하는 조건을 명시한다. 컨설팅회사는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신청을 좌절시킬 경우 2만 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표 1]은 기업들의 노조 회피 컨설팅 현황을 자세하게 나타낸 것이다. 헬쓰케어 회사인 Laboratory Corporation America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50억이 넘는 돈을 노조 회피 컨설팅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호텔도 1년에 6.6억 원을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컨설팅비로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18개 기업이 약 169억 원을 노조 설립 반대 컨설팅 비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jpg 

현행 노동법이 사용자의 불법적인 노조 설립 반대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수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노조 억압과 회피가 주요 목표였고 이는 공화당 의원들의 활동목표 중 하나였다.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의해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태만으로 인해 미국에서 불평등은 역사상 가장 높아졌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상은 1978년 이후 940퍼센트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동안 노동자의 보상은 12퍼센트 올랐다. 1979년부터 2016년까지 소득 상위 1퍼센트 임금은 150퍼센트 증가했지만 소득 하위 90퍼센트 임금은 21.3퍼센트로 7배나 차이가 났다. 


지금 노동자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의 파업에 이어 GM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Google의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새로운 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조 설립 과정을 간소화할 것과 사용자들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고 사용자의 법률 위반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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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11월 11일 미국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하나 발표하였다. 내용은 미국의 사용자들이 불법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비율이 41.5퍼센트에 이르며 수백만 달러를 컨설턴트 회사에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문의 제목은 ‘US employers are charged with violating federal law in 41.5% of all union election campaign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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