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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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덕 쉼표하나 회원



지난 6월 어느 주말 영등포역 앞 헌혈의 집을 찾았다. 근처를 자주 오가며 한번 들러야지 했지만 정작 가지 않은 곳이다. 사실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달에 한 시간씩 꼭 하라는 회사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거였으니. 아무튼 헌혈증 한 장에 봉사활동 세 시간을 인정해 준다고 했다.


번호표를 뽑는데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예닐곱 명 먼저 기다리고 있다. 전자 문진을 하고 나니 물도 두 컵 마시고, 달달한 비스킷도 먹으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한창 더운 차에 시원한 냉수가 냉장고에 쌓여 있었다. 차례가 되어 주민증을 내보였다. “2006년에 하고 처음이시네요.” 순간 나도 몰래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렸다. 아이고 부끄러버라, 그럼 헌혈한 지 십 년이 더 되었다는 거 아냐. 이후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모기 소리처럼 계속 기어들어 갔다. 눈치를 챘는지 물어본다. “그냥 스스로 좀 창피해서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십 년도 더 되었다니.”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헌혈을 하고 나오면서 앞으로는 자주 오자 생각했다. 그사이 세 달이 지났다. 이번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헌혈의 집을 찾았다. 이번에도 물을 마시며 기다리는데 영어 안내 책자에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의 헌혈이 세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차례가 되니 저번처럼 안내자의 친절한 설명이 따른다. “지난 6월에 하고 오셨네요. 지금까지 총 다섯 번 하셨고 오늘이 여섯 번째입니다. 저희가 이벤트 행사를 하는데 연말까지 한번만 더 하시면 선물도 많이 드립니다. 참여하시겠어요?” 허허 참! 어차피 자주 하려고 마음먹었고, 선물도 많이 준다니.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예 11월 23일로 예약까지 했다.


의학 지식은 없지만 사람 몸의 피는 계속 생기는 거라 건강한 성인은 두세 달에 한 번씩 헌혈해도 별 문제 없다고 하고, 우리나라 병원에는 항상 피가 모자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봉사활동이 그렇듯 작은 수고로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뿌듯한 일. 우연인지 지난 추석 명절 부산 큰동서 집 거실에 놓인 액자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헌혈 오십 번을 넘어야 받는다는 적십자사 감사패였다. 뭐 거기까지야 어림도 없지만 이번 참에 나도 마음먹고 자주 피를 나눠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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