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자회사 전환 어떻게 볼 것인가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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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우근 센터 정책연구위원



정규직화 정책의 아킬레스건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어디까지 와있는가? ‘유종의 미’를 거둘 때라고 한다면 너무 안이한 평가이다. ‘용두사미’라고 평가하는 것도 너무 박하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되어 4개 정부를 이어오고 있다. 현 정부 정책은 이전 정부들 정책과 비교할 때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7만여 명, 이명박 정부에서 6만여 명, 박근혜 정부에서 8만여 명의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현 정부는 7만 2천 명을 전환했거나 할 예정인데, 기간제 전환 기준을 좀 더 완화했지만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이전 정부와의 연속성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현 정부의 새로운 시도는 간접고용을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매우 큰 진전이다. 이전 3개 정부는 간접고용을 전환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했다. 현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간접고용까지 포함해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큰 변화이다. 하지만 정책 방향이 갖는 긍정성에 반해 진행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자회사 논란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의 자회사 전환 과정은 정규직화 정책이 갖는 긍정성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갈등이 심하다. 자회사 방식으로 간접고용을 전환한 다른 공기업들도 갈등을 유보시켜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회사 문제는 정규직화 정책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2.자회사.jpg

2018년 11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한국잡월드 노동자들. 


자회사 전환 현황


자회사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자. 현재 자회사 방식을 택한 기관은 49개로 알려지고 있다. 올 8월 말 기준 자회사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전환한 기관은 49개소(공공기관 46개소, 지방공기업 3개소)이고 자회사로 전환된 인원은 3만 1,496명이다.1) 정규직 전환 완료된 간접고용이 8만 6천 명이므로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자의 36퍼센트가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현재 한국노동연구원이 실태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자세한 상황이 파악되겠지만 여기서는 공공운수노조 주최의 토론회2) 자료집을 토대로 살펴본다. 


자회사 전환 업무의 대다수는 시설관리, 청소, 경비 업무이다. 자회사 전환 업무 가운데는 안전 업무, 기관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도 존재한다. 예컨대 공항이나 항만시설, 발전소 등의 특수경비, 소방 등의 업무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물가조사, 한국잡월드의 전시체험관 운영의 경우에는 안전 업무이거나 기관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전환자에 대해 단순 평균하면 전환 전 임금 수준은 2,295,797원, 전환 후 임금 수준은 2,547,636원으로 인상률은 약 10.96퍼센트로 나타난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시 절감되는 이윤·일반관리비·부가세 등(전체 비용의 10~15%)은 반드시 전환 근로자 처우 개선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의 경우 이윤, 일반관리비, 부가세 등이 용역업체 계약과 마찬가지로 책정되고 있고, 이윤을 ‘0’으로 계약한 자회사는 두 개에 불과했다. 


정부의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에서는 모·자회사 공동협의회 등 업무 협력을 위한 협의체 운영 및 모회사의 사내근로복지기금 공동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공동의 협의체 운영 취지는 모·자회사 노사가 공통의 과제에 대해 소통 및 협의를 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 상호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 공동 활용은 자회사의 처우를 공동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42개 기관 가운데 공동협의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 기관은 3곳, 운영을 예정하고 있는 기관이 8곳 정도에 그쳤다. 모회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자회사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공동 사용하는 경우는 전무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소속이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되는 것은 고용 안정에 분명 도움이 된다. 정부가 바뀌어서 다시 아웃소싱을 정책 기조로 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이 출자해서 설립한 자회사는 유지될 것이고, 노동자들 고용도 안정될 것이다. 임금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소폭 인상되었다. 그럼 자회사가 왜 문제인가? 


현재 설립된 자회사들은 단순 인력 공급형이다. 자회사의 독립성, 전문성이 보장되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노동력에 대한 사용과 책임이 분리된 간접고용 구조가 갖는 문제점을 현재의 자회사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동안 간접고용 투쟁이 “진짜 사장 나와라”를 외쳤던 것과 동일하게 자회사 역시 실질적인 노동 조건 결정권을 행사하는 모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예정하고 있다. 아무리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더라도 노사 관계가 존재하는 한 노사 간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노사 갈등과 고용 구조를 둘러싼 갈등은 전개 양상이 다르고, 사회적 비용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노사 갈등은 노조법이라는 게임의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갈등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 반면 고용 구조에서 비롯된 갈등은 조정기제가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기가 쉽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커지게 된다. 원청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용역회사는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했고, 하소연할 길이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간접고용 투쟁이었다. 자회사 역시 동일한 갈등 구조에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자회사를 절대악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자회사도 정규직화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다만, 정규직화의 의미가 충분히 담보되는가가 문제이다. 따라서 자회사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 첫째, 운영의 독립성, 업무의 독자성이 보장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자회사는 별도 회사이고, 정규직 업무와의 관련성, 원청 기관과의 관계에서 불법파견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최소 요건이 되어야 한다. 둘째, 경영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자회사의 경영 효율성은 노동자의 저임금에 기반한 총비용 절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살리고, 전체적인 기업 조직의 자원 배분에 있어서의 효율성이 높아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문성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 자회사 기능과 연계되어 있는 모회사 사업부서의 자회사로 분사하는 것을 포함한 명실상부한 독립적 사업영역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되어야 한다. 셋째, ‘정규직화’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임금(임금 수준, 임금 체계, 근속 보상), 복지에 있어서 적정 수준 보장, 동종유사업무 정규직(자회사 정규직뿐만 아니라 원청 정규직 포함)과의 차별이 없는 노동 조건 보장, 안정적인 고용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노동자 경영 참여 등 친노동적 기업 문화 조성 등의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고민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자회사 방식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경우는 요건 충족 여부를 따져서 미달 시 재직영화 해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자회사는 단순한 인력 공급형이지 독립성, 경영 효율성, 정규직화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가 요청된다.


비정규 운동에 제기된 문제


자회사 방식을 둘러싸고 비정규 운동에 던지는 심각한 고민꺼리 중 하나가 정규직 또는 정규직 노조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이다. 간접고용의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노조)이 보여준 배타적, 적대적 모습은 정규직이 연대의 대상인가, 공격의 대상인가를 헷갈리게 할 정도로 노동조합 운동, 비정규 운동에 또 다른 고민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고용에 대한 정규직들의 반발 정서는 사내복지를 나눠야 하고, 임금 상 불이익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손익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입직 과정이 다름에 따른 신분 의식이 발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공공부문 정규직의 기득권 구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기득권 구조를 떠받치는 물적 토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의식 개선의 문제인가? 기득권 구조의 말단에 편입된 정규직화 정책 대상자들을 어떻게 운동의 우군으로 확보할 것인가? 자회사 문제는 덩달아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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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1, ‘"자회사 전환=용역"? 진실은…고용부, 공기관 49곳 실태조사’, 2019. 10. 4.

2)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강병원의원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간접고용 해법인가?」, 201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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