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재인 정부는 모범 사용자인가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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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2017. 5. 10.)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Zero) 정책’을 발표하였다. 당시 정부는 정규직화 정책 추진 배경을 ‘IMF 외환위기 이후 비용 절감, 탄력적 인력 운용 목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것이 고용 불안과 차별 등을 야기하는 등 사회 양극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사회 양극화 완화 및 고용/복지/성장 선순환 구조를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정규직 전환과 차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세 가지 점에서 과거 정부 정책과 구분된다. 첫째,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를 상시·지속적 업무로 하되 그 기준을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로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범위를 완화하였다. 둘째, 정규직화 대상을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확대하였다. 셋째, 전환 방식 결정을 과거 정부 주도에서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를 설치해 논의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공공부문 정규직화 사업이 추진돼 정규직 전환이 약 20만 명 이루어지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 남발, 전환자의 처우 개선 미비 등으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2년 동안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간접고용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성과 


정부(고용노동부)는 2019년 6월 말 기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중 90.1퍼센트인 18만 5천 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고, 이 가운데 84.9퍼센트인 15만 7천 명이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발표하였다([표 1] 참조).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한정하면 11만 3천 6백 명이 전환 결정되었고, 이 가운데 6만 9천 8백 명이 전환되었다. 이렇듯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그 규모나 계획 대비 추진 상황을 볼 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특집-표1.jpg


공공부문 간접고용 정규직화 쟁점과 문제점  


그런데 최근 정규직 전환 사업은 3단계 민간위탁사업 정규직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정 간 갈등이 깊어지고 전환된 노동자들의 노동 쟁의가 빈발하고 있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본사 농성과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파업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원칙대로 수행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반발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공공부문 정규직화 사업 자체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추진되었던 아웃소싱 정책을 바로 잡는 것으로 사회적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및 전환 이후 제기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접고용 기준 및 자회사 설립 문제이다. 가이드라인은 전환에 있어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 원칙을 제시하였다. 즉,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업무 집중도, 책임의식 저하로 사고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원칙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기관에 적용될 때는 생명안전 업무만 직접고용 정규직이고, 나머지 업무는 자회사 고용이 원칙이라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또한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기준이 기관별로 상이하게 적용되었고, 이에 따른 노사 갈등이 아직 진행 중이다. 고 김용균 씨가 담당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직무를 사측은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노조는 이에 해당하므로 직접고용이라 맞섰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직접고용을 둘러싼 1년여  동안의 지리한 논쟁 끝에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 614명이 직접고용에 합의해 정규직 전환 정책에 새로운 모범을 도출하였다. 


반면 이런 모범사례와 달리 꼭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꾀한 것이 아니라 자회사 설립이 남용되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기관은 2019년 8월 말 기준 약 40개소이다. 이 중 공공기관 334개소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33개소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거나 추진 중이었으며 그 규모는 3만 2,514명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회사 고용에 반대하는 것은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사용자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비용 절감 수단으로 자회사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단순한 비용 효율화를 위한 목적이 아닌 전문성 강화와 경영 독립성 유지를 전제해야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은 파견용역 업체와 유사한 경영 양태를 보인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의 자회사를 둘러싼 갈등은 정규직 전환 정책의 성공적 정착을 되돌리는 위험 사례가 될 수 있다. 


둘째, 표준임금체계 도입 논란이다. 표준임금체계는 사용자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동일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동일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정부가 책정한 5개 직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적정임금인가라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고, 정부가 노조와 협의 없이 임금 수준 및 체계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단체교섭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직무급 도입의 관건은 노동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노사 공동의 직무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따라 새롭게 노사 관계 및 인사 관리 대상이 된 무기계약직 등 노동자들과의 교섭 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와 이를 담당할 주무부처를 확정해야 한다. 


셋째, 경쟁 채용의 문제이다.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시 현재 일하는 중인 노동자 전환이 원칙이고, 청년 선호 일자리 또는 인원이 주기적으로 변경되는 경우 등은 형평성 등을 감안해 제한 공개, 가점 부여 등 적합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추진 과정에서 경쟁 채용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고, 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단절이 발생하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15.7퍼센트, 공공기관 파견용역의 경우 무려 33.3퍼센트가 경쟁 채용되었다. 예외적으로 전문직, 고임금 등의 경우에만 경쟁 채용하라는 것이 지침이었는데 현실에서는 경쟁 채용이 ‘공정 채용’이라는 미명 하에 남발되었다. 한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다반사로 발생하였다고 언론과 보수야당이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는 극히 일부이고, 확인된 비리는 정규직 전환과 무관한 정규직 신규 채용 비리였다. 


1.토론회.jpg

2017년 6월,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간접고용 문제 올바른 해법 찾기 공개 토론회’


공공부문 정규직화 성공의 길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사업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짧은 기간에 공공부문 전 분야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뤄낸 사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공공부문의 모범 사용자임을 선언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정규직화 정책 근본을 훼손할 위험 단계에 와 있다. 민간위탁 사업장 문제뿐 아니라 공공기관 정규직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며, 각 기관의 정규직화 실행 여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 축소만이 아니라 전환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 향상 및 복지 증진, 그리고 차별 해소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전환 사업은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사용사유제한제도 도입을 통한 비정규직 진입 규제,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 기업의 공동사용자 책임 부여,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법·제도 개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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