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커뮤니티유니온 집회 ‘노동자는 하나다’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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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승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법규팀장



일본에서 커뮤니티유니온 집회에 참석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하였다. 1630분 간사이 공항에서 출발할 때 날씨는 조금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햇살도 따뜻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18시의 김포공항은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함께 집회에 참석했던 한비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동지들과 김포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한국에서 출국할 당시 한비네 동지들이 매우 낯설었다. 개인적인 일로 전북 이외 일정을 피했기 때문인지 한비네 동지들과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일본에서 한비네 동지들이 잘 챙겨주어서 어색함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별할 때가 되자 다시 어색한 기분이 들어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전주로 내려오는 길에 데이터 문제로 듣지 못했던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 앱을 실행시키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FUN이라는 가수가 부른 We are young이라는 노래였다. 영어에 대해서는 흥선대원군과 같이 쇄국을 고집하는 나이기에 대부분의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비가 내려 촉촉한 도로와 We are young이란 힘 있는 가사와 멜로디에 백만 년 만에 감성에 빨려들었다. 그러다 이 노래와 대조적이었던 커뮤니티유니온의 집회를 곱씹게 되었다


현장2.기념사진.jpg

커뮤니티 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한비네 활동가들


우리가 참석했던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집회는 히메지시에서 개최되었다. 히메지 지역 노동자뿐만 아니라 오사카나 도쿄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서너 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참석했다. 회의는 12일로 진행되었다. 일본어가 짧은 관계로 회의 내용을 100퍼센트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2019년도 사업평가와 2020년 사업계획에 대한 보고였던 것 같다. 다음날은 각 분과별로 노동 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사업보고는 한국과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참석한 분들의 연령대가 60대에서 70대였던 점이 색달랐다. 70대 어르신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너 시간씩 기차를 타고 왔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고 힘겹게 3층 회의장까지 노구老軀를 이끌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집회 분위기를 살펴봤을 때 일본 노동자들이 종종 졸기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한국에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집회에 빠질 궁리만 하고 참석해도 대오에서 이탈할 궁리만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 매우 부끄러웠다


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사례 보고도 물론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회사의 노동 탄압으로 힘들게 투쟁하는 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마음으로 느껴졌다.


그러곤 리셉션 자리가 있었다. 리셉션 시작에 앞서 버스 노동자가 만든 밴드 공연이 있었다. 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투쟁하여 14시간의 노동시간을 단축했고, 단축된 시간에 모여 밴드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를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서 들었다. 밴드 공연을 듣는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일본 노동자들은 밴드가 공연하는 내내 준비된 음식과 술을 마시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대화에 집중했다면, 한비네 활동가들은 밴드 음악을 즐기면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춤도 췄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노동조합을 소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소개 방식은 사회자가 집회에 참석한 노동조합을 호명하면 조합원들이 전부 무대에 나와서 인사를 하는 것이다. 무대로 노동자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내 귀에 익숙한 노래 철의 노동자가 흘러나왔다. 나를 비롯한 한비네 동지들은 그 음악에 맞춰 철의 노동자를 불렀다. 그러자 일본 노동자들도 철의 노동자를 함께 불렀다


노동자는 하나다.’ 일본 노동자와 교류할 때 늘 하던 건배사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깝지만 다른 이질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노동자들이 모이면 각각의 다른 점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된다. 시간이 오래됨에 따라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것인지, 아니면 세계를 초월한 술이라는 매개체의 힘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 노동자와 일본 노동자는 서로서로 동화되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히메지는 한일 노동자의 도시가 되어가는 듯했다.


현장2.밴드.jpg

일본 버스 노동자 밴드 공연


감동적인 밤이 지나고 다음날 분과회의가 있었다. 나는 2분과 회의 괴롭힘 갑질-상담 대응 노하우에 참석했다. 그동안 갑질 관련 상담에 어려움을 느꼈고, 일찍부터 이런 문제를 연구한 일본에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참여한 것이다. 다만 일정상 착오 때문에 전문 통역사가 없어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오랫동안 교류한 나카무라 선생님과 김세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의 통역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발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세밀한 내용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행사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분위기로 인해 발표자들의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어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분들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진지해지고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절대 졸려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한비네의 커뮤티니유니온 집회 참석은 나에게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물론 그전부터 계속 일본 노동자들을 만났고 일본의 노동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은퇴할 나이인 70대 어르신들이 비정규 노동이 만연한 사회와 자신의 비정규 노동을 바꾸기 위해 그 많은 시간, 힘든 몸을 이끌고 참석한 것은 너무나 벅찬 감동이었다. 커뮤니티유니온에 참석한 노동자들 중에는 이미 은퇴해 자신의 삶에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어떠한 이익도 되지 않을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지하게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고 젊지만 성실함이나 진지함 없이 비정규직 문제에 단지 직장으로서만 활동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면에서 We are young이라는 노래는 나보다는 그분들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 문제는 있지만 커뮤니티유니온 집회에 참석하면서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일 간 외교 문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어떠한 장애물도 되지 않았고 오히려 양국 간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분들은 교류를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어떻게든 한국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는데도 나는 언제나 일본어 공부를 미루고 있다. 그래서 항상 만족할 만한 교류를 하지 못했으며, 언제나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커뮤니티유니온 집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더욱더 원활한 교류를 위해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23번째 각오를 다졌다. 일정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배려해준 한비네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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