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한 슬픔_아메데오 모딜리아니<노란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1920 / 노란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 Jeanne Hébuterne with Yellow Sweater Man
캔버스에 유채, 1919~1920년, 65x100cm, 솔로몬R 구겐하임미술관 소장
1920년 1월 25일 새벽, 6층 건물 창문 난간에 만삭의 젊은 여인이 위태롭게 서있다. 새날의 여명은 어김없이 밝아오는데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상실감과 그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천국에서도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며 뱃속에 8개월된 태아와 함께 허공에 발을 내딛고 곧 추락했다. 잔의 자살은 이 드라마의 새드엔딩이었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세간에 가장 슬픈 드라마로 기억되며 모딜리아니의 삶과 예술을 신화로 완성시켰다.
이탈리아 유대인 출신으로 파리의 가난한 이방인이었던 모딜리아니는 32세에 잔을 만났고, 14세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잔의 부모는 술과 마약에 중독돼 방탕한 생활을 하는 가난한 무명화가와 교제하는 것을 결사반대했지만, 잔은 가족과의 인연마저 끊고 그와 함께 살았다. 1년 뒤에는 딸도 태어났다. 가난이 그들을 춥고 배고프게 했지만 열렬히 사랑하며 서로의 모습을 그리고 새로운 희망도 만들어 갔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이자 예술적 동지였다.
모딜리아니는 생애 첫 개인전을 열지만 누드화 몇 점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철거 명령을 받게 돼 전시회는 서둘러 문을 닫고 만다. 그의 첫 전시회이자 마지막 전시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모딜리아니에게 허락된 운명은 잔인했다. 가난과 질병은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혔다.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왔음을 느낀 모딜리아니는 완전히 술을 끊을 수 없었다. 죽음으로 인한 공포보다는 잔과의 이른 이별이 더 큰 공포였으리라. 그 짧은 창작의 시간과 고통 속에 26점이 넘는 잔의 초상화를 열심히 그렸다. 이별에 대한 슬픔의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잔의 초상화는 보면 볼수록 애달픔이 전해온다. 사랑에 모든 것을 내맡겼으나 그렇다고 사랑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아니었다.
‘불멸의 연인’ 모딜리아니와 잔의 장례식은 각각 다른 곳에서 치러졌고, 다른 곳에 묻혔다. 모딜리아니 가족과 지인들이 잔의 부모에게 간청해 10년 만에야 비로소 페르라세르 묘지에 합장했다. 그들의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화가. 1884년 7월 12일 이탈리아 리보르노 출생,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죽다. 이제 막 영광을 움켜쥐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그 밑에 ‘잔 에뷔테른. 1898년 4월 6일 파리 출생. 1920년 1월 25일 파리에서 죽다. 모딜리아니에게 목숨까지 바친 헌신적인 동반자.’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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