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조합이 부활하는 이유 : 불평등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다1)

by 센터 posted Jun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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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호텔 노동자부터 교사에 이르기까지 최근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주된 요구는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조 요구는 8년 전 월스트리트 점령Occupy이라는 유명한 캠페인과 일정 정도 관련되어 있다. 국가의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미국에서 노동조합이 쇠퇴하자 임금이 정체되고, 노동 조건이 후퇴해왔기 때문에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노동조합 활동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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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 Shop의 파업


최근 식료품을 판매하는 Stop & Shop 상점은 파업 중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다. 고객들은 피켓 라인에 서있는 노동자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Stop & Shop 파업은 최근에 일어난 가장 효과적인 파업 중 하나였다. Stop & Shop에서 일하고 있는 식료품 코너 노동자, 제빵사, 그리고 정육 코너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지만, 실은 그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스톤과 같이 생활비가 많은 드는 지역에서, 그것도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기업에서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큰 어려움이었고 이에 대해 대중이 공감한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파업이 2011년 일어났던 월스트리트 점령과 연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월스트리트 점령이란 미국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뉴욕 금융가인 월가에서 연좌시위를 하며 소득 불평등에 항의했던 대규모 캠페인이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은 임금 불평등을 강조하는 파업을 통해 임금 삭감을 막아내고 새로운 보호 장치를 추가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에 의한 투쟁은 빈부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분노가 커진 결과이다. 실제, 노동운동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대중적인 지지가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비록 조합원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노동조합 가입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약 1천 5백만 명의 조합원들과 젊은 사람들, 전문가들, 그리고 유색인종들이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여전히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의 벤자민 삭스Benjamin Sachs 노동학 교수는 노동조합의 파업과 저항에 대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것이 쏠려 있는,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삭스 교수는 만약 우버Uber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전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의 주식은 60억 달러가 될 것인데, 이는 우버Uber의 풀 타임 운전기사가 15만 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하면서 소득 격차가 얼마나 큰지 설명했다.


프린스턴 대학과 다른 곳의 경제학자들은 근래의 소득 격차가 노동조합과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최근 논문에서 노동조합은 오랫동안 소득 격차를 좁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하면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 가구조사에 대한 갤럽 설문조사를 샅샅이 살핀 결과,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될 때 소득 격차가 더 낮아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노동조합 조직화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의 임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의 노동부 수석이었던 경제학자 하이디 시어홀츠Heidi Shierholz는 역사적으로 긴축된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조합 쇠퇴는 결과적으로 임금을 정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며 노동권에 대한 보호를 후퇴시킨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현재 누구도 잃어버린 노동조합의 토대가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 대법원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조 조합비를 거부할 수 있도록 판결했고, 노동조합의 기반이 되었던 제조업 노동력도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대신 어려운 파트타임 노동자와 계약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어 노조 조직화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 연구소 정책 분석가인 트레이 코바치Trey Kovacs조차 노동자들은 미래의 권리에 대해서도 교섭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Stop & Shop과의 협상에서 식품상업노조United Food & Commercial Workers는 미래에 고용될 노동자 연금을 낮추고 일을 일요일로 미루는 대신 급여는 절반만 받는 내용을 합의해야만 했으며 전미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는 매사추세츠 주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가 6개월 동안 폐쇄된 이후 신입 사원들의 연금을 포기하는 합의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코바치는 노동조합을 향해 “당신들이 미래 노동자들을 하위 계급으로 만들었으며 만약 미래 노동자들이 오게 되면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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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메리어트호텔 노동자 파업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에서 노동을 연구하는 톰 주라비치Tom Juravich 교수는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오르더라도 기업은 부를 나누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하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사람들이 실제 목격한 것은 불평등이 작업장에서 일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약 48.5만 명의 사람들이 작업을 중지했는데, 이는 1986년 이래 가장 많은 수였다. 


과거 월가를 장악했던 점령Occupy 운동이 국가의 부가 가장 부유한 상위 1퍼센트에 불균형하게 속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2011년 가을 이후 미국 노동운동은 부활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자원이나 명확한 비전이 없으면 노동운동은 몇 개월 안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서비스노조 국제연맹이 최저임금 15달러 싸움을 시작했고, 매사추세츠 주를 포함해 다른 주에서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저항을 통해 최저임금 15달러를 쟁취하는 등 노동운동 부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엔 경기불황이 점차 회복되면서 주로 부자들에게 이익이 집중되자 이에 항의하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보스턴을 포함한 8개 시에서는 교사에서부터 메리어트 호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파업에 나섰고, 뉴잉글랜드에선 3만 1,000명의 Stop & Shop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의 노동조합은 11년 전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던 미조직된 시위대와 달리 상당한 자금과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벌어진 격차에 주목해 의미있는 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지지를 받게 되면서 약간 들떠있기 조차 하다. 얼마 전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물결이 Stop & Shop 파업 중 피켓 라인을 방문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주요 기업 창립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디즈니 창업자의 손녀딸인 로이 디즈니Robert Disney는 데보라 골드버그Deborah Goldberg 재무장관과 회동해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 디즈니사 CEO의 ‘미친’ 임원 급여 패키지를 비난했다. 당시 아이거의 임금은 6,560만 달러로 디즈니 직원 평균 급여의 약 1,400배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한편, 최근 노동운동의 성공은 Black Lives Matter2)와 미투(#MeToo)와 같은 운동으로 인해 사회 정의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Boston의 경제학자 Randy Albelda는 여성과 흑인 등 유색인종 사람들이 최근 눈에 띄게 파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활동에도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주로 백인 남성들이 했던 일들을 여성과 이민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Uber and Lyft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24시간 작업 중지를 하면서 플랫폼 회사를 놀라게 했다. 전통적인 노조와 관련 없는 특고 노동자들로 이들에 의한 파업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조합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파업하는 동안 부모와 학생들은 선생님이 학교와 직장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피켓운동에 합류하기도 했다. 또한 식료품점 파업에 대해 고객들은 “델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이를 돌볼 수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 메리어트 호텔 노동자들은 지난 가을 6주간의 파업 기간 동안 시민들의 지지를 경험하기도 했다. 보스턴의 호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Unite Here Local 26의 칼로스 아라마요Carlos Aramayo는 “예전엔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노조 파업을 지지한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지난번 파업에서 일부 시민이 피켓팅을 통해 ‘당신들은 잘하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피켓을 들어 파업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도 Stop & Shop에 불매운동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러한 대중적 지지는 과거 미국 노동운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분석가들은 변화하는 노동자들과 변화하는 일의 특징을 파악해 노동조합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되며 교육, 건강관리 및 기타 지역사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호텔 노동자 아라마요Aramayo는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투표로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직장에서도 목소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노동조합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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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4월 29일 <The Boston Globe>에 ‘Unions are on fronlines of fight against inequality’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원문은 https://www2.bostonglobe.com/busi-ness/2019/04/29/unions-frontlines-fight-against-inequality/MHsO6bAjtEy-S836wvnLBAL/story.html?event=event25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으로 흑인의 인권 보호 및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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