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유니온을 만나다

by 센터 posted Jun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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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활동가




전국커뮤니티유니온연합회(이하 커뮤니티유니온)는 규슈 지역 6, 시코쿠 지역 5, 킨키 지역 21, 중부 지역 8, 도쿄 지역 12, 관동 지역 12, 동북 지역 7, 홋카이도 지역 7개 등 78개의 지역노동조합(이하 지역노조)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합원은 약 2만 명 정도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국 조직에 가입하지 않은 중립 노조로 일부는 산별 연맹, 일부는 렌고에 가입하고 있다. 그리고 극히 일부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에 가입하고 있다. 중앙 본부가 없는 병렬형 노동조합이다. 지역, 공동체, 연대 지향점을 갖고 지역사회와 밀착해서 움직이며 아르바이트, 파견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차별 없이 가입할 수 있다. 매년 가을 커뮤니티유니온에 가입된 지역노조들이 돌아가며 전국 연합 소재지에서 전국교류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운영위원회를 매년 4회 진행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커뮤니티유니온 공동 사업과 각 지역에서 지역노조들이 하는 업무, 두 가지로 나뉜다. 커뮤니티유니온에서는 전국교류집회를 하고, 회의를 거쳐 단기 사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대학 노동자 실태조사를 했다. 커뮤니티유니온에 가입된 지역노조의 주요 사업은 상담과 분쟁 해결이다. 상담으로 들어온 노동자를 지역노조에 가입시키고, 개별 분쟁 해결을 위한 법률, 상담, 투쟁 등을 지원한다. 그리고 분쟁 해결 시 발생되는 금액 일부를 지역노조에 납부하도록 한다.


한일연대.jpg

커뮤니티유니온 운영위원회 끝나고 찍은 기념사진


커뮤니티유니온 등장배경


1975년부터 서비스업, ·소매업, 음식점 등에서 고용이 급속히 확대됐지만 대부분 고용형태가 불안하고 낮은 임금이었다. 일본 노동조합은 렌고, 전노련(전국노동조합총연합),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등이 있는데, 대부분 기업의 정규직을 대상으로 조직해 왔다. 이런 가운데 1981년부터 지역노조에서 노동상담 활동이 퍼지게 됐고, 에도가와 구 노동조합에 찾아온 시간제 노동자가 우리를 넣어줄 노동조합이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84년에 사랑·우애·도움을 표어로 한 에도가와유니온이 결성됐다. 이것이 커뮤니티유니온의 시작이었다. 에도가와유니온 등이 모인 것이 커뮤니티유니온이고, 1989년에 처음 전국교류집회가 열렸다. 이듬해인 1990년 제2회 전국교류집회에서 커뮤니티유니온 결성이 확인되었다.


일본에서는 불안정 고용형태 증가와 맞물려 노동조합과 회사 사이에 발생하는 집단적 노동분쟁 건수와 쟁의 건수가 대폭 줄어들고, 회사와 노동자 개인 사이에 발생하는 개별적 노동분쟁 건수가 1990년대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노동 정세에 맞춰 개별적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정비돼왔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행하는 개별 노동분쟁 해결 및 알선, 노동 심판 제도 등이 그 예이다. 렌고, 전노련 등의 노동조합이 포용하기 힘든 노동자 수는 증가했고, 지역노조 역할이 증대되었다.


커뮤니티유니온 운영위원회 회의 


518일 히메지 노동회관에서 커뮤니티유니온 정기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커뮤니티유니온과 2000년도 초반부터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오학수 박사 덕에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이하 한비네) 활동가들도 운영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회의장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지역노조에서 발행한 선전물들이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지역노조 소식지들이 쭉 진열돼있었다. 색지에 출력된 선전물 대부분은 글씨만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선전물 디자인에 민감한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투박해보였지만 신선했고, 제작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효율적일 듯했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아 상근활동가도 한 명만 둔 곳이 대부분인 걸 감안하면 선전물 만드는데 들이는 예산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 짐작됐다. 그리고 회의장에는 현수막과 물이 없었다. 히메지 노동회관에는 정수기도 없었는데, 텀블러를 들고 있는 일본 활동가는 한 명도 없었다. 각자 물을 사왔다


선전물.jpg

지역노조에서 발행한 선전물


운영위원회는 30여 개 지역노조에서 참석했다. 회의는 자기소개, 공통 일정 확인, 단위별 사업 공유, 향후 계획 순으로 진행됐다. 커뮤니티유니온에 새로 가입한, 가입 예정인 단체들의 설명도 이어졌다. 야마가타 현에 있는 평화운동센터가 커뮤니티유니온에 가입했고, 프레카리아트유니온에서 가입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했다. 또 일본 변호인단 주최로 진행되는 헌법 개정 반대 집회에 각 지역노조 참석 요청을 전달했다. 정치적으로 복잡해서인지 정당 가입이나 지지 표명은 각 지역노조에서 자유롭게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유니온 전체 사업으로 진행된 전국 대학 노동자 실태조사 사업 결과를 공유했다.


단위별 지역노조 사업보고도 했다. 미에 지역에서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 해고 투쟁을 위해 싸웠고, 투쟁 결과 해고 철회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 방해를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이주 노동자들에게 협박 전화를 했다고 한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느 사업장에서나, 어떤 자본가이거나 노동운동을 방해하는 것은 똑같은가보다. 일국주의를 넘어 국제주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해고 투쟁 승리로 기부금을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도쿄에서 맥도날드 잔업수당 지급 투쟁을 했던 활동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향후 계획으로 전국교류집회 내용을 확인했다. 전국교류집회는 커뮤니티유니온 최대 행사로 매년 가을 진행된다. 전국교류집회가 열리는 지역은 매번 다르다. 준비회의만 4회 이상 거치며, 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갖는다. 어느 지역에서 개최하든 개최할 때마다 조합원도 많이 늘어난다. 올해 열리는 전국교류집회는 105~6일 운영위원회가 열린 히메지 지역에서 한다. 슬로건은 어디에서든지 목소리가 들리면 모두가 달려가 싸워야 한다이다. 전국교류집회에 렌고 등을 초청해 인사를 시킬 예정이고, 매번 참석하고 있는 한 국회의원은 이번에도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둘째 날에는 분과회의를 한다. 분과회의 안건 상정을 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 활동가의 문제 제기로 11개 분과회의 중 동일노동 동일임금안건을 두 번 수정한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균등 대우라는 안건으로 수정되는 과정이 민주적으로 보였다. 문제제기를 당연하게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30년 동안 커뮤니티유니온을 이어오게 한 힘인 것 같다. 그리고 한 개의 안건이 즉석에서 추가됐다. 열두 번째 안건은 한국 비정규 노동운동이다. 전국교류집회에서 한비네 발언이 있을 예정이고, 이와 관련한 실무는 한비네 활동가와 커뮤니티유니온 활동가가 팀을 이뤄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총 12개의 분과회의 안건이 상정됐다.


마지막으로 한비네를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일본 활동가들은 한비네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지, 네트워크 단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고 집행하는지, 네트워크에 소속된 단체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 등에 관심을 보였다. 한비네 소개를 30분 정도 진행했는데, 질의응답 시간만 한 시간을 할애했다. 회의를 끝내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다시 자기소개와 소감이 이어졌다. 일본 활동가로서 한국 활동가를 본 소감, 한국 활동가로서 일본 활동가를 본 소감을 나눴다. 두 시간여 뒤풀이를 하는 동안 서로 더 가까워졌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방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위치에 있지만 같은 지향점을 갖고 활동하고 있고, 그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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