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좌담_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

by 센터 posted Apr 30,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 언제 : 2019년 3월 28일(목) 오후 5시

° 어디서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회의실

° 참석 :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이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총무국장, 하신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부지회장 

° 사회 : 이남신 센터 상임활동가

° 정리 : 강인수 센터 상임활동가

° 사진 : 고명우 센터 상임활동가


5.전체.jpg


우리는 ‘을 중의 을’ 


이남신 플랫폼 노동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특수고용 직종인 대리운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콘텐츠 창작 노동자, 그리고 라이더유니온은 어딘가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여성 문제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과 모두 연동돼 있는 여성노조까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현장에서 비정규 당사자로서 느낀 생생한 경험담부터 이야기하면 좋겠다.김주환   어제 대리운전 노동자 두 분이 뺑소니차에 치여 돌아가셨다. 손님을 만나러 가다가, 심지어 운전하다 과로로 운전대 잡고 돌아가신 분들 얘기도 종종 듣는다. 산업재해가 사회적 이슈인데도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일하다 돌아가시는 건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 삶의 위기에 놓여있는 사람들이지만 사회적 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을 중에서도 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굉장히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보통 정리해고되거나 자영업하다 장사가 안 돼서 문 닫고, 그러면서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업으로 대리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70퍼센트 이상이 전업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통 저녁 8시에서 새벽 4시까지 8시간 정도 일한다. 그런데 출근하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하면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손님한테 받는 대리비 가운데 업체에 수수료 20퍼센트 주고, 한 달에 15,000원씩 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서너 군데 내야하고, 보험료도 일 년에 보통 120만 원 정도 낸다. 우리가 노동자라면 직업안정법에 따라 수수료를 10퍼센트 이상 낼 수 없는데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 사고가 나면 수리하는 동안 손님이 렌트를 하는데 그건 대리운전보험으로도 안 된다. 대리운전 노동자가 보험료를 내지만 업체가 떼먹고, 기본적인 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는 그야말로 허접한 시스템이다. 진짜 힘든 사람들이 가족들 먹여 살리겠다고 한밤에 나와서 일하는데 업체, 보험사, 프로그램사가 떼먹고, 정부는 사회제도적으로 어떠한 사회 안전망도 만들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전국에 20만 명 정도 된다. 대리운전시장이 4조 원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영화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도 사회제도적으로 대책이 없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박정훈 우버이츠(UberEATS : 미국 우버사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앱)를 완전한 플랫폼 노동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노동자가 앱에 로그인하면 출근하고, 로그아웃하면 퇴근하는 방식이다. 로그인을 하면 내 위치가 파악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소비자도, 우버도 알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우버 같은 플랫폼이 노동자성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우버이츠는 아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형 플랫폼 배달 대행이 문제다. 배달 대행을 하는 라이더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는데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다. 마음대로 휴무를 할 수도 없고 토, 일요일도 일하는 형태여서 전속성이 강하다. 배달시장은 배달주문업체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탈통 같은 곳이 있는데 소비자와 음식 가게를 중계한다. 시장규모가 3조 원 정도 된다. 그리고 배달대행업체인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세 업체 시장규모가 15조 원 정도다. 자고 일어나면 배달대행업체가 동네에 생길 정도로 춘추전국시대라고 보면 된다. 동네 배달대행업체가 부릉과 가맹계약을 할 수도 있고, 부릉이 동네에 직접 배달대행업체를 차릴 수도 있다. 생각대로와 바로고는 주로 프로그램을 파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이 복잡해 배달 산업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배달주문을 하는 소비자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 두 개의 플랫폼 회사가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배달대행시장이 복잡하다 보니 일단 라이더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한 건당 3천 원으로 단가가 낮지도 않다. 월 평균 250만 원 정도, 잘 버는 사람은 9백만 원까지도 번다. 오토바이에서 밥 먹고, 신호 안 지키면서 건수를 올리니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책임은 라이더가 진다. 자기 과실이 높은 사고가 나면 번 돈을 다 토해내야 되는 경우도 있다. 배달대행 보험에 가입하려면 30대 무사고면 3백만 원 정도, 20대면 6~7백만 원 정도 내는데 대인, 대물사고만 해당된다. 출퇴근 오토바이 보험을 드는 나 같은 경우는 16만 원 정도 낸다. 그래서 대부분 출퇴근 보험만 들고 위험을 감수하며 일한다. 


하신아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노동량은 하루 평균 10.7시간, 주당 5.7일인데 이 중 20.5퍼센트는 하루 14시간 이상, 45.3퍼센트는 12시간 이상 일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70.5퍼센트다. 나는 스토리 작가라 사정이 낫지만, 보수가 적기 때문에 웹툰 연재에 들어가면 보통 세 작품 정도 돌려야 해서 노동시간은 비슷하다. 매일 마감이 있다. 게다가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 끝나면 바로 할 수 있게 두 작품은 준비 중이어야 한다. 그런데 작품 준비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안 쳐준다. 완성원고가 들어가서 연재가 시작되어야 그 다음 달에 돈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MG(Minimum Guarantee :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플랫폼 수익 지급 방식)로 지급한다. 레진코믹스가 만든 제도인데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다. MG 시스템은 좀 복잡하다. 고료도 선인세도 아니다. 이것은 임금이 아니다. 수익 배분이다. 웹툰을 연재하면 발생할 코인수익(유료 웹툰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는 온라인 화폐)에서 미리 작가에게 MG를 지급하고, 그 MG를 코인으로, 즉 작가의 수익으로 다 채워야만 이후 수익을 플랫폼과 작가가 계약 비율대로 나누는 방식이다. ‘작가가 받는’ 코인은 ‘실제 독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30퍼센트이기 때문에 ‘작가의 수익’으로 MG를 다 채우려면 먼저 받은 MG 금액의 세 배 정도 수익을 올려야 한다. 보통 플랫폼과 작가가 7대3 계약을 맺기에, 작가는 월 600만 원 정도를 벌어다 줘야 먼저 받은 200만 원 MG의 몸값을 다한 셈이 된다. 게다가 누적 MG라는 게 있어서 MG를 채우지 못할 경우 남은 금액이 다음 달로 이월되는 방식이 있다. 통합 MG는 여기서 나아가 연재가 끝날 때까지도 MG를 못 채우면 다음 작품까지도 묶이는 계약이다. 계속 빚이 쌓이는 것이다. 개인 문제로 끝나지도 않는다. 얼마 전 제보를 받았는데 일종의 연좌제 방식인 브랜드 MG까지 생겼다. 같은 에이전시에 속한 작가들이 다 같이 연대 책임으로 수익을 메우는 제도다. 완전 노예계약이다. 고료 시스템은 코인수익을 플랫폼과 작가가 나누지만, 작가에게 코인수익과 관계없이 미리 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고료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나마 조건이 좋은 편이라 작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불합리한 일이 많아도 말도 못한다. 웹툰계의 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웹소설계는 더 엉망이다. MG도 없고 무료로 연재한다. 웹소설은 장편이 많은데 처음부터 무료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수익이 나면 배분해주겠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는 더하다. 일반적으로 매절, 즉 저작권 일체 양도 계약이다. 적은 금액에 권리를 다 넘긴다. 많은 곳에서 서지정보에 일러스트레이터 이름을 표기해주지 않는다. 저작인격권 침해다. 


이남신 얘기를 듣다보니 참 생소하다. 비정규 문제는 인권 문제이면서 여성 문제라고 얘기한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인권 침해는 여성 사업장에서 더 심각하다. 얘기를 듣다 보니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들에게 직결된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지현 한국 사회에서 웹툰 작가들이 창작예술 노동 범주에 들어온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신생산업이고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종이다. 그런데 여성 작가가 더 많은 경력과 인기가 있어도 남성작가보다 고료가 낮다. 계약서도 오픈되지 않는 상태라 고료 측정 기준이 공개돼 있지도 않다. 경력이 있는 작가들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신인 발굴 과정은 더 처참하다. 작가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착취문제가 심각한데도 실태조사는 전무한 상태다. 웹툰 시장은 1조가 안 되고, 웹소설·일러스트 쪽은 실태조사조차 돼본 적이 없다. 웹툰에 종사하는 사람이 5천 명 남짓이라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있음을 증명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신아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등은 도전 시스템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뽑혀야 되는데, 도전 리그에서 100회, 200회를 연재해도 플랫폼은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무료 연재 등용 시스템은 웹소설 분야가 더 심하다. 우리는 산삼, 플랫폼은 심마니다. 모두가 산삼이 될 수 있다는 희망만 걸어놓고 안 되면 “너는 왜 잘 자라지 못 했니, 인삼이었나 보다.” 하며 우리 탓으로 돌리고 잘 자란 산삼만 캐가겠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 찾기


이남신 플랫폼 노동이 가장 곤혹스러운 게 전통적인 노동시장에서 규율했던 노동법 체계로 시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노동자인가부터 시작해서 열악한 현실에 놓여있다.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당사자로서 느끼는 노동권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김주환 한국사회에서 대리운전이 보편화 된지 20년 정도 되는데 그동안 대리운전 노동자는 수입은 줄고 부당한 비용은 늘어나는데다 업체의 갑질 횡포로 인해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다. 2012년 대구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업체와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면서 대리운전 시장은 황폐화되고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빼앗긴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대구노조를 전국노조로 변경하는 신고를 했다. 그러나 ‘조직변경’ 대상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필증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광역시도별로 노동조합 필증이 교부되고 있지만 전국노조 필증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필증 교부를 포함해서 노동부는 전속성을 잣대로 우리가 노동자인지 아닌지 판단하려고 드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계속 싸우고 있다. 나는 정부가 노동자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웃긴다고 본다.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고 조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속성의 기준은 노동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보다는 행정 편의를 위한 기준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다. 기본권이 거꾸로 서있는 꼴인데 노동기본권은 행정 편의적인 잣대가 아닌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특수고용, 나아가 플랫폼 노동에 더 강조되어야 하고 현실에 맞게 풍부해져야 한다. 기간제나 간접고용은 개별자본이 임금을 줄이거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고용 형태라면 특수고용은 총자본으로서 국가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고용 형태이고 그렇기에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박정훈 배달대행 업종은 전속성이 있어서 플랫폼 노동 담론과 또 다른 부분이 있다. 대리운전처럼,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도 현재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거나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다. 주5일 8시간 일해서는 월 3~4백만 원을 벌 수 없으니까. 노동법 보호를 받으려면 최저임금 받는 자리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생계가 안 된다. 그래서 노동법을 위반하면서 돈을 번다. 노동자성을 요구했을 때 자본의 역공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크다. 플랫폼에서 노동자성 이외에 소득과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연한 노동 형태를 도입해 사회보장을 했을 때 플랫폼 기업에게 책임을 줄 건가 하는 문제인데 플랫폼은 네트워크가 돼있어서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원·하청이 분명한 기존 시장에서는 진짜 사장만 찾으면 되지만 우리는 진짜 사장을 못 찾으니 수익을 얻는 놈들한테 토해내라고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을 해보게 되는데 플랫폼 노동에서는 서버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대체인력이 계속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셧다운을 시키자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점거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권을 전환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하신아 웹툰은 출퇴근 안 하고 장비를 제공 받지 않을 뿐이지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전속성이 있어 노동자성이 있지만, 일러스트는 단발성 계약이라 일부는 되고 일부는 안 된다는 법률 검토를 받았다. 기간을 계약해서 출퇴근하는 일러스트도 있는데 프리랜서라고 한다. 노동자를 노동에서 소외시키고 사용자 책임을 면제하기 위해 나온 게 플랫폼이다. 모든 국민을 일단 노동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본다. 전체 공동체 문제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승전 노동법이 되어서는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어떤 노동을 하든 산재를 보장해주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잘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플랫폼 회사가 복지분담금을 내게 해서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곳에서 복지분담금을 관리하고 현장에 쓰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주환 최근 우리도 일부 업체에서 정식교섭은 힘들지만 일부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입장은 복지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고, 교섭을 통해 사용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지라고 것이다.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주는 복지는 시혜일 뿐이고 노동자에게는 권리가 아닌 구걸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체에서 제시하는 복지 혜택이라는 것이 동네 양아치가 지갑 삥 뜯고 차비 던져 주는 식의 인심 쓰는 꼴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비록 적더라도 권리로서, 교섭을 통해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지현 변칙적인 고용 형태가 디지털 기술과 맞물리면서 굉장히 더 변칙이 되고 있고, 더 보편화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노조에도 전통적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경기보조원 노동자들이다. 누가 봐도 종속성이 있는데도 특수고용으로 분류된다. 노동자는 누구인가라고 했을 때 내가 하는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노동자라고 봐야 한다. 노동법으로 적용 유무에 따른 것이 아니다.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들의 경우 플랫폼, 에이전시와의 관계 속에서 이중삼중으로 착취를 당하는데 그 누구도 수익 배분이 얼마가 돼야 정당한지 말하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 보면 노동기본권이나 사회안전망을 적용하려고 할 때도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장의 다양한 형태, 다양한 요구를 모르고 제도를 설계하고 탁상머리에서만 한다. 노동존중을 하겠다는 정부라면 사회안전망 제도를 빨리 연구하고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


이남신 얘기를 듣다보니 플랫폼은 특수고용 노동기본권과 관련해서 결이 다른 것 같다. 더 열악하고 배제되어 있고, 소수화되어 있는 듯하다. 특히 특수고용 관련한 노동기본권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 ILO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기본권 개악이 논의되고 있다. 4월 초로 유보하긴 했는데 교사, 공무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특수고용이라고 생각한다. 특수고용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이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누구한테 맡긴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박정훈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나 공부가 거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공급자시장과 소비자시장을 연결하는 걸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두 시장을 토대로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재 플랫폼 자본주의다. 방 하나 없이 사업하는 에어비앤비, 오토바이 한 대 없이 사업하는 배달대행업체 등 자산을 가지지 않고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 자본가를 잡아야 하는데 전통적 방식처럼 원청을 쫓아가는 방식으로는 절대 못 잡는다. 자본주의에서 독점을 하면 시장경제를 망친다고 하지만 플랫폼 자본주의는 독점을 해야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 예를 들면 메신저가 열 개 정도 있으면 소비자들도 불편하다.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독점해야 편리한데 독점이라고 반대하면 이야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국제 자본과 플랫폼 자본을 어떻게 잡을지 운동사회 내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저들이 제시하는 대안으로 딸려갈 수밖에 없다. 사장을 찾아야 하는 전통적 노동자 규정은 사실상 폐기되어야 한다. 플랫폼 시장에서 진짜 사장을 찾는데 에너지를 쏟기는 힘들 것이다.


김주환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을 새로운 노동으로 보지만, IT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노동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대리운전의 경우 일이 별반 달라진 건 없다. 호출하는 방식이 스마트 폰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이 됐다. 대부분 기존 노동이 플랫폼 노동이라는 고용 형태로 전환됐을 뿐이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의 플랫폼 노동은 특수고용 틀 속에 있다. 자본은 비용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 관계를 왜곡하는 것에서 나아가 부정하는 고용 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플랫폼이 그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플랫폼 노동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외국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외국에서는 주로 비대면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를 플랫폼 노동으로 보지만, 한국은 전체를 포괄해서 플랫폼 노동으로 본다. 유럽 등에서는 대체적으로 대리운전, 배달, 퀵 등이 노동의 영역에 있고, 작가, 번역 등 비대면 노동이 플랫폼으로 조직되면서 노동기본권을 확장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한국 사회에서 특수고용 문제는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는 위장 자영업자의 문제, 즉 노동의 문제이다. 그런데 자영업자에게 노동기본권을 확장하는 유럽의 논제를 국내 특수고용에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빼앗긴 권리가 아닌 시혜의 대상이 된다. 


고명우 플랫폼 노동이 과연 새로운 노동인지 계속 고민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일자리소개소가 전통적인 플랫폼 노동 아닌가. 과연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명명할 만한 게 있나싶다. 기술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자본의 철학적 개념 변화는 없는 것 같다. 형태가 화려해지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된 지점은 있는데 그게 노동과 자본의 개념을 이끌어낼 만큼 중요한 변화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스럽고 혼동이 있다. 어떤 노동이 갑자기 플랫폼 노동으로 등장한 게 아니라 오프라인 사무실을 차려 중개하던 사무소가 온라인 사이트로 변동되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러면 노동자와 자본가 개념, 용어만 간단하게 바꿔주면 해결될 문제이지 노동자성과 고용주성의 변화는 없는 거 같다. 


다양한 방식의 조직화


이남신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문제 지점이 맞는 거 같다. 해결대안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노조 조직률 제고가 가장 핵심적인, 그리고 가장 유력하고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일 텐데 어느 정도 가능할까.


김주환 특수고용 직종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10퍼센트 조직하면 많이 조직했다고 한다. 작년 대리운전노조 조직 목표가 천 명이었는데 드디어 넘었다. 전국적으로 만 명 정도는 조직해야 우리 힘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부당한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목표를 천 명으로 설정한 이유는 조직에서 핵심적으로 움직이는 조합원이 천 명 있어야 만 명을 조직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수라도 투쟁을 통해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보니 모이기 어렵다. 투쟁을 해야 사람들이 그걸 보고 몰려온다. 그런데 만 명 넘어가고 이만 명 넘어갈 때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현장 요구를 제도와 엮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방식과 새로운 방식들을 고민하고 적절히 엮어나가야 할 것 같다.


하신아 일단 팬다! 거시적 담론은 연구자들, 상급 조직과 같이 찬찬히 해 나가되, 당장은 전투적으로 조직화하면서 현안 문제에 집중하겠다. 우리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앞으로도 이길 것이다.


박정훈 우리도 현실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한여름에 피켓 한 번 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기자들이 매일같이 전화해서 일인시위 하냐고 물어보는데 안 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기사가 계속 나가다보니 그해 여름 이슈가 됐다.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생겼고, 맥도날드 직고용 노동자로서 노동조합하는 것을 넘어서서 라이더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조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라이더유니온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미디어 전략을 잘 세우고 플랫폼 식으로 조직을 잘해보려고 한다. 결국 조직은 오프라인 조직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이지현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출범한 과정을 보면 여성 조직이 갖고 있는 소통의 방식이 있다. 어떻게 보면 느릴 수도 있는데 조합원들이 뭔가 하나를 결정할 때도 충분히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그 속에서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들이 있다. 전통적 노동조합과 조금 다른 지점이 있지만 그것이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조직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남신 특수고용으로 모아지는 직종들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플랫폼 노동 방식 때문인 듯하다. 결국 이 추세를 막기 쉽지 않아 보여 조직적 대응이 더 절박하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김주환 나이든 사람들은 전통적인 특수고용 방식으로 일을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플랫폼 방식으로 일을 하는 특성이 있다. 자본은 고용 형태를 좋게 만들 생각이 없다. 젊은 사람들을 특수고용 시장으로 포섭하는데 디지털 방식을 끌고 들어오는 것 같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세대 갈등 문제도 심각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 진영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이라고 이름 붙인 건 생각을 깊이하고 정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노조라는 걸 모르고 오신 분들도 많다. 많은 선배님들이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노조라고 하면 잘 안 올 거 같다. 유니온에 온 분들이 협동조합 같은 것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긴 하는데 나는 협동조합을 잘 모르고 노동조합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가입시킨다. 노동자 의식이 매우 낮아 투쟁을 통해야 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당위적 과제와 전략적으로 어떻게 갈지, 양쪽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투쟁은 자극적으로 하되 말은 예쁘게 하면 좋겠다.


이지현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게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당사자들이 규합된 게 레진이나 불공정에 대한 투쟁 과정 속에서였다. 그런데 이분들 중에는 창작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노동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조합이라는 외피를 가져다쓰면서 자신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노동조합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는 측면이 있다. 같은 플랫폼에 있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 직종이 있는데 이분들이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넘나들기도 한다. 관계도 다층적이고 협업을 한다. 이것들이 너와 나의 다른 차이를 부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큰 연대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이남신 당사자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니 플랫폼이나 특수고용이 다르게 다가온다. 결국 가닿아야 할 곳은 노동기본권 문제인 것 같다. 노동자성으로 국한해서 생각했던 게 우리의 한계였던 것 같고, 복합적이고 쉽지 않은 길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굉장히 창의적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점을 보게 돼서 의미 있었다. 결국 우리 문제는 집단으로 풀어야 하는데 플랫폼 노동에서 집단을 만드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 박정훈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온라인 파업, 사보타주가 우리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통적 방식에만 매이지 않는다면 다양한 노동권을 찾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발굴될 수 있겠구나 싶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옥중에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의 경구가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과 관련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인 것 같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