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교육] 나와 노동

by 센터 posted Feb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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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세린  석관고등학교 2학년



사실 나는 한 번도 임금을 받는 노동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 내가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지킴이를 신청하게 된 이유는 학교에서 열린 독서인문캠프 때 읽은 책과 강의 때문이었습니다. 책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의 배경은 한 가게입니다. 그 가게 이름은 ‘소풍 가는 고양이’. 청소년과 대학을 가지 않은 청년들이 꾸려나가는 작은 도시락 가게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제 시야의 한계를 마주했습니다. 나는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나와 노동은 연관성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사회에서 청소년 노동에 대한 실태, 노동 권리 등 아는 지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말해주는 청소년 노동 실태는 정말 열악했습니다. 배달대행업체의 예시를 통해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경쟁 및 노동 중 위험 부담에 대한 책임, 비정규직의 한계, 또한 불공평함이 많은 직업임에도 그들이 이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던 점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임금이 낮고 노동강도가 높은 일자리는 ‘스펙’을 쌓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청소년과 청년의 몫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혼식장, 예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 홀 서빙. 홀 서빙을 하는 노동자들은 대게 10대 후반, 내 친구이자 또래들입니다. 적어도 5시간 정도 하는 육체적 노동은 아직 또래들에게 많은 부담이 됩니다. 일하고 난 다음날 학교에서 근육통으로 고생하거나 피로해 보이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내게 노동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주변에 많이 있었습니다. 단지 내가 지금 일하지 않는다고 내 일 아닌 것 마냥 무신경했던 것을 반성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노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지킴이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총 8회기로 구성된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지킴이 과정을 거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를 당했을 때 해고를 당한 날부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몇 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할까요? 다들 맞추셨나요? 정답은 3개월 이내입니다. 실제로 주위 친구들에게 이와 같은 문제를 내보았습니다. 열 명의 친구들에게 물어본 결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해 본 친구도 있었습니다. 많은 또래들이 노동을 하지만 정작 자신을 지켜줄 권리에 대해서 아는 친구들이 거의 없습니다. 교육받을 환경이 부족하거나 자신과 노동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8.교육청.jpg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을 만나 청소년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즐거운교육상상)


청소년 또래 노동인권지킴이 6회차 때 서울특별시 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해주신 말씀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청소년이 힘들 때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친구입니다. 여러분 주위의 친구들이 노동 문제로 힘들어할 때 그들을 가장 먼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러분입니다.” 친구들이 노동 문제로 힘들어 할 때 “청소년근로권익센터에 한 번 도움을 요청해봐”라고 조언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정말 미약한 정보지만 이마저도 알지 못해 부당한 일을 당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니까요.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청소년 독자들도 노동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헌법 중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죽지 않고 일 할 권리. 저도 처음에 들었을 때 의아했습니다. 당연히 죽지 않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내용이 법에 명시 되어 있다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법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2016년 인천교통공사 청소 노동자의 산재 사고, 2018년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청년 사고 등 일을 하면서 목숨을 잃는 사고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요즘입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려면 긴 과정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한 오랜 싸움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권리를 안다는 것은 나뿐만 아닌 모두를 지키는 큰 무기인 것 같습니다. 노동 위에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자신의 가치와 삶의 윤택을 위하여 노동을 하는 목적만큼 그 과정도 공정하고 공평한, 또 안전한 노동 환경이 뒷받침되길 바랍니다. 당연한 것들이 사회에서 굳세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어떤 노동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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