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주인되고 흩어지면 노예된다

by 센터 posted Dec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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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2.택배-집회.JPG

2018년 11월 21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 조합원 총파업 선포대회(@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법이 못한다면 스스로 권리를 지키겠다.”  

설립필증 발부 투쟁으로 합법 노동조합 쟁취 


#1. 오전 하차종료로 가족과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잘 찾아가 뵙지도 못해 장례식 내내 후회하며 우는 불효막심한 딸이었습니다. 7시간 분류시간, 출발에서 배송 완료까지. 그동안 배송에만, 한 달 수수료에만 기를 쓰며 일하는 노동자였습니다. 

“왜 이렇게 안 와. 보고 싶다.” 하시는 아버지께 얼굴 한번 잘 보여줄 수 없었고, 친구와 약속도 할 수 없었습니다. 태풍이 와도 눈이 와도 폭염이 와도 분류시간 끝날 때까지 오지 않는 간선차를 기다리며 또 늦어질  퇴근 시간을 걱정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분류시간을 단축했습니다. 11시면 경주는 짐을 정리하고 출발합니다. 이제 물건을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더 빨리 배송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남들 퇴근할 때 우리도 그 비슷한 시간에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말할 기운도 없이 자다가 출근, 분류해서 차에 물건 싣고 밤새 일하다 또 집에 가서 자다 일어나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내 어머니, 남편, 아이들과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요즘에 저는 내 엄마의 딸, 내 남편의 아내, 내 아이들의 엄마로 다시 살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도 행복한 CJ대한통운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분들이 노조 가입을 하면 좋겠습니다.


#2. 당연한 줄 알았던 대리점 수수료 20퍼센트.        

노동조합 가입하고 수수료 인하 투쟁 승리하였습니다! 


CJ대한통운 여주 남대리점 배송 기사들은 그동안 과도한 수수료 착취를 당하고 살아왔습니다.  

‘수수료 20퍼센트’ 몰랐을 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남들도 다 그렇게  떼이며 살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우리 위에 있는 점장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며 숨죽이고 살아 왔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게도···.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고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교육을 받으며 우리는 여태껏 참 바보처럼 당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노동자는 알지 못하면, 당당히 맞서 싸우지 않으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당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일방적 계약 변경 및 과도한 수수료 시정을 핵심 요구안으로 삼고 쟁의 행위를 진행했고, 마침내 우리 요구안이 거의 관철된 새로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조합원들의 일치단결된 힘으로 대리점장을 상대로 한 작은 승리를 바탕으로, 더 큰 승리로 더 많은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나갈 것입니다.  


2017년 1월 8일 택배 노동자 첫 산별노조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한 이후 택배 현장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위 사례 외에도 회사 합병으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택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되찾았고, 대리점 사장에게 체불임금을 받아냈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덕 대리점 사장을 현장에서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아무런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택배 노동자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 사장이 제 마음대로 수수료(운임)를 깎아도 아무 대꾸 못하고, 상시적으로 계약 해지(부당해고)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택배회사는 여러 지침과 다양한 패널티 규정 등으로 택배 노동자를 옥죄었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석 달 가까이 설립필증을 요구하며 서울노동청과 국회 앞에서 농성을 했습니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설립필증이 나올지’ 의구심도 가지며, 조합원들은 전국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투쟁을 이어갔고, 마침내 11월 3일 설립필증이 발부되었습니다. 


CJ대한통운, 노동조합 인정하지 않으며 삼성 무색할 만큼 탄압에만 몰두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출근하여 오전 내내 분류 작업을 하고 CJ대한통운이 정해준 배송구역에서 매일 고객들을 만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우리를 사장님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탄압도 극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합원에 대한 취업을 방해하였고, 지난 7월에는 영남권 조합원의 일감을 빼앗아가 생존권을 위협하였으며, 강남지점에서는 조합원 명단을 파악한 뒤 노동조합 탈퇴 공작을 벌였습니다. 

이번 11월 총파업에는 단 하루만에 ‘파업지역 택배 접수 중단(집하 금지)’ 조치를 취했고, 이로 인한 전 국민적 피해를 우려하여 복귀 선언을 한 이후에도 집하 금지를 풀지 않는 공격적 직장 폐쇄를 이어갔습니다. 삼성가문 출신인 CJ그룹 계열사답게 온갖 불법행위로 노동조합 죽이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2.택배-기자회견.jpeg

진짜사장 CJ대한통운 교섭 요구 기자회견(@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 새로운 결심으로 더 큰 투쟁을 결의 


11월 총파업에 맞서 교섭을 거부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이 취한 파업 지역 택배 접수 중단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노동조합 파업 하루 만에 사전 예고도 없이 취한 조치로 인해 택배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피해가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파업지역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주문도 못하고, 이미 주문한 물건도 취소해야 했습니다. CJ대한통운을 통해 배송하던 중소업체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보내지 못해 판매를 못하거나 환불해주는 등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당사자인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접수 중단으로 배송할 물품이 없어지기에 사실상 ‘해고통지서’를 받은 셈입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이처럼 무지막지한 짓도 벌이는 CJ대한통운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재벌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뭉치면 주인되고 흩어지면 노예된다!” 

노동조합 출범하기 전부터 늘 함께 외치는 구호입니다. 파업을 마치고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대열을 정비하며 새로운 결심을 다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CJ대한통운의 무릎을 꿇리겠다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5만 택배 노동자가 단결하여 새로운 역사를 열어갈 때까지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며 힘껏 연대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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