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연대, 함께할까요?

by 센터 posted Dec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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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희망씨 상임이사, 사무국장



2009년 12월 창립된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과 더불어’라는 구호를 일터와 삶터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선을 국내에만 두지 않고 국경을 뛰어넘는 민중과 연대를 기획하고,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한 축이 2012년부터 시작된 네팔 민중들과의 연대이고, 또 한 축이 일본 지역유니온과의 연대입니다. 그 중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네팔 나눔연대’를 소개합니다.  


경계-포카라학교 정경.jpg

사진 중앙의 철교 왼쪽 옆 번듯한 건물과 운동장이 희망연대노조가 설립한 학교. 철교 오른쪽에 철판으로 지붕이 덧대어져 있는 집들이 즐비한 포카라 마을.(@희망씨)


희망연대노조는 네팔 현지 단체인 신미궈와 함께 연대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희망연대노조 소모임이었던 아름연대가 정기적인 모임을 진행하면서 네팔 나눔연대의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아름연대는 국내 네팔식당을 방문하거나, 네팔 전문가인 이금연 천주교 수원교구관장과 간담회를 열기도 하면서 실질적인 연대방안을 모색했고, 2012년 11월 네팔 나눔여행을 떠났습니다.  


2012년 첫 번째 네팔 나눔여행에서는 네팔노총(GeFONT) 간담회, 신미궈 회원들과의 간담회, 현지 마을 방문 등을 하면서 교류와 연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짧게 트레킹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여행단이 방문한 곳이 채석장 마을인 뻘벗 지역과 포카라 지역이었습니다. 이곳들은 아직까지 신분제 흔적이 남아 있는 네팔에서 최하층, 소위 천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환경이 많이 열악했습니다. 특히 뻘벗 지역은 학교는 있었지만 운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한창 학교를 다닐 아이들 채석장으로 나가 노동을 하고 있는 형편이었으며 포카라 지역은 학교조차 없었습니다. 네팔 나눔여행단은 신미궈와 함께 해당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간담회 자리에서 뻘벗 주민들로부터는 학교급식 지원을, 포카라 주민들로부터는 학교 설립을 요청받았습니다. 특히 뻘벗 지역의  경우 “학교는 있으나 운영이 열악하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더 이상 채석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장거리 통학 때문에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급식 지원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네팔에서 돌아온 나눔여행단은 후속모임을 통해 네팔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뻘벗 아이들 학교보내기 저금통은 그때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저금통 사업으로 2013년부터 매달 25만 원씩(2016년부터 30만 원씩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뻘벗 아이들의 급식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저금통은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린이집이나 북카페, 지역단체 회원들의 가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희망연대노조는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후원회와 함께 경제 사정이 빠듯한 네팔 활동가들에게 월 30만 원(현재는 월 25만 원)의 후원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3년에 씨앤앰(현 딜라이브) 노사의 사회공헌사업비 일부를 포카라 학교 짓기에 투자해 ‘머시라버거르 희망학교’가 설립되었고, 학교운영비 전액과 교사 인건비 등을 현재까지도 지원하며 학교가 잘 운영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전문적인 집행은 2014년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설립한 (사)희망씨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계-아이들.jpg

2018년 11월 여행단이 준비해간 색깔점토로 포카라학교 아이들이 점토놀이를 하고 있다.(@희망씨)


네팔에서도 희망연대노조와 (사)희망씨의 연대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시혜적 차원의 기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네트워크 방식의 사회공헌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포카라의 ‘희망학교 운영위원회’ 역시 이러한 원칙에서 구성되었습니다. 포카라 희망학교 이전에도 우리나라 단체들이 네팔에 설립을 지원한 학교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네팔 현지에 가보면 텅 빈 들판에 건물 몇 개가 흉물스럽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대부분 한국 자선 단체가 지은 ‘학교’ 건물이라고 합니다. 대게 이런 경우는 네팔 현지인들과 교류 없이 학교를 지었기 때문인데요.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이 건물만 덜렁 지어 놓아 요즘 네팔 사회에서는 이 건물들이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희망연대노조가 설립한 포카라 희망학교는 네팔 현지인 사이에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희망연대노조는 학교를 설립하기 전부터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의 운영, 교사 위촉, 학생 모집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네팔 현지 네트워크와 논의했습니다. 포카라 희망학교 운영위원회는 교사 대표, 학부모 대표, 마을주민회, 네팔노총, 신미궈, 희망연대노조 등이 참여합니다. 2014년 4월 포카라 희망학교 개교식에서도 그 자리에서 운영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개교식에 참석한 방문단과 전체 주민들이 이를 지켜봤고, 포카라 희망학교 선생님들은 일부 전문교사를 제외하고 주민 가운데서 위촉했습니다. 주민 교사를 뽑기 위한 면접 또한 운영위원회가 전체 주민들 앞에서 실시했습니다. 주민들이 교사 후보자들에게 질문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지만, 당시 자리에 있었던 방문단에게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경계-간담회.jpg

뻘벗학교에 갔을 때 여행단과 학교 관계자(교장선생님과 운영위원장 등)들과 지역 줌니들이 학교 운영사항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희망씨)


2012년 이래(2014년 희망연대노조의 전면투쟁 때를 제외하고) 매년 네팔 나눔연대여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2015년에 방문했던 여행단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4월 서울로 돌아오기 이틀 전, 희망연대노조 방문단은 박터푸르 유적지에서 네팔 대지진을 겪었습니다. 그때  당시 방문단 5명의 생사가 오가던 순간이었습니다. 방문단은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이틀 늦게 귀국할 수 있었지만, 천진난만한 네팔 아이들과 주민들의 지진 피해 모습이 눈에 선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희망연대노조와 ( 사)희망씨는 곧바로 ‘네팔 민중돕기 모금운동’에 나섰습니다. 조합원은 물론 지역단체들도 동참했다. 모금한 돈은 네팔 긴급 구호 자금에 보태어졌습니다. 


네팔나눔연대는 2017년과 2018년 들어서 좀 더 질적인 발전을 하게 됩니다. 포카라 지역의 ‘머쉬라버거르 희망학교’의 경우 도서관 건립, 화장실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였고, 2019년은 기자재 구매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뻘벗 지역 학교의 경우 태양열 샤워시설 설치, 교복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였고,  2018년부터는 뻘벗 학교 졸업생에 대한 자매결연(우리나라 학제로 비교하자면 초등 3학년밖에 운영하지 않는 학교라서 4학년 이상 과정은 인근 큰 도시로 나가야 함)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업의 꿈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진행하던 네팔 나눔연대여행의 경우 좀 더 다양한 여행 참가자의 욕구를 고려해 ‘테마가 있는 여행’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네팔나눔연대를 진행하며, 가장 성과적인 측면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시선의 확장’과 ‘지역공동체 실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네팔나눔연대여행으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지역단체들이 네팔 아동 후원 및 네팔 학부모 자조모임 후원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인 후원금을 보내오는 등 자발적 제안들을 하고 있는 점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뻘벗 지역 아이들에 대한 자매결연 사업 내용 중에는 네팔 가정의 자립을 지원하는 비용도 책정되어 있는데, 이것을 위해 뻘벗지역 부모들이 모여 공동의 경제 자립을 위한 모색 을 하고 있다는 점이 또한 매우 의미 있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신미궈와의 지속적인 연대교류를 통해 국내 이주 노동자 실태를 좀 더 느끼게 되고, ‘나’만이 아니라 나로부터 지역으로, 그리고 네팔까지 확장되어 가는 경험 들을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사업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대의 과정에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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