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1)

by 센터 posted Nov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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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이번호는 빈곤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임금 정책과 노조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한 글을 소개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누구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사회적 이데올로기이며 실제 1/3가량의 미국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의 빈곤율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미국 사회가 더 이상 워킹푸어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해도 빈곤한 워킹푸어의 원인은 노동자 이해를 대변한 노조의 쇠퇴와 관련되어 있으며 생산성 향상만큼 인상되지 않은 저임금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넘쳐나는 저임금 일자리 수가 아니라 일을 하면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글은 원문을 요약한 것이기 때문에 생생한 이야기는 원문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바네사 설리번(Vanessa Solivan)은 2015년 6월 세 자녀와 함께 2015년 6월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바네사의 재산은 2004년식 크라이슬러 웨건이 전부이다. 바네사는 어린 시절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를 보면서 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름엔 조경사로 일했지만 일이 없는 추운 날에는 마약을 하곤 했다. 바네사의 어머니인 자이다(Zaida)는 62세의 푸에로토리코인이었다. 바네사가 때때로 여윳돈을 갖게 되거나 비영리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그녀의 가족은 모텔에서 머물곤 했다. 모텔을 갈 수 없을 땐 바네사와 세 자녀는 비좁은 부모님의 거실 바닥에서 자거나 낡은 크리이슬러 웨건에서 자야만 했다. 바네사도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근무한 3년 동안 임금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2015년 9,815달러, 2016년 12,763달러, 그리고 2017년에 10,446달러를 벌었다. 돈을 더 벌고 싶어 교대근무를 했지만 임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요즘 미국 경제가 활황이라고 한다. 실업률은 낮아졌으며, 주가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 평균산업지수는 2만 5천 이상이며,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있지만 채워지지 않고 있다. 바네사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내가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거의 확실하게 “그렇다.”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 “어떤 일자리가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충분한가?”라고 한다면, 전반적인 대답은 “대부분의 일자리는 살아가기에 충분한 보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경제 성장이 사회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했지만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를 ‘생산성-임금 격차(Productivity-Pay Gap)’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973년 이래로 미국의 생산성은 77퍼센트 증가했지만 시간당 임금은 12퍼센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만약 생산성을 추적한다면, 오늘날의 빈곤 임금 기준은 7.25달러가 아니라 시간당 20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  


생산성은 올랐지만 임금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는 미국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조의 쇠퇴가 큰 이유이다. 20세기 동안 미국의 불평등은 노동조합이 늘어나면서 감소했지만 경제적인 변화와 정치적인 반노조주의는 기업 이익을 공고하게 만들고 노조 조합원의 권리를 박탈하여 조직 노동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이러한 불균형 경제는 1인당 복지 지출이 증가하더라도 미국의 빈곤율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빈곤율을 낮추는데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장 효과적인 빈곤 해소의 해결책 중 하나는 괜찮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이며 이를 통해 바네사와 같은 사람들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미국 노동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170만 명의 노동자가 시간당 12달러 미만을 받고 있으며 고용주는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노동 통계국(Bureau of Labour Statistics)은 ‘일하는 빈곤층(Working Poor)’을 적어도 일 년 중 절반을 일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데 보내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약 760만 명의 미국인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일하는 대부분 빈곤층은 35세 이상이지만 100명 중 5명 정도는 16세에서 19세 사이의 10대들이다. 일하는 빈곤층은 주로 호텔 샤워실과 화장실을 닦고, 음식 주문과 버스표를 가져가고, 육류 가공 공장에서 닭 내장을 손질하고, 24시간 보육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딸기 따기, 쓰레기통 비우기, 식료품 선반 쌓기, 자정에 택시와 우버 운전, 고객 서비스 핫라인 응답, 고속도로에서의 뜨거운 아스팔트 작업, 커뮤니티 대학에서 학생 가르치기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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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은 경제적으로 이동성이 보장되는 나라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즉, 누구라고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변화는 경제적 이동성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있다. 사용자가 승진 사다리를 세우고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만 감독직을 제공하게 되면서 열심히 일하고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승진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은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바닥을 청소하거나 쉐라톤에서 시트를 씻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들로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이 없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면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모든 새로운 직책의 절반이 첫 해 안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노동사회 학자인 Arne Kalleberg는 해고가 ‘고용주의 구조조정 전략의 기본 요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재택 건강관리는 새로운 저임금 서비스 경제의 전형적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가정에서의 건강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통계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재택 건강관리사의 연간 평균 소득은 23,130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재택 건강관리사의 절반은 공공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논리는 미국의 골수 깊숙한 곳에 녹아 있는 사고이다. 18세기 버지니아주의 윌리엄 버드(William Byrd)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게으른 자” 혹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만 아이들을 얻는 자”로 묘사했다. 토머스 제퍼슨도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로 도약하면서 베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는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은 “낮은 지능 또는 낮은 야망”을 나타낸다고 주장했으며 2004년 빌 오레일리(Bill O'Reilly)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게으르다”고 말하였다. 실제, 미국인들은 종종 가난한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미국 기업 연구소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가 실시한 2016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3분의 2가 가난한 사람들은 꾸준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학자 오퍼 샤론(Ofer Sharone)은 미국 실업자들은 스스로를 비난하고 이스라엘 실업자들은 고용 체계를 비난한다고 서술했다. 미국인들이 노숙자를 보았을 때, 그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종종 궁금해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노숙자들을 볼 때, 국가가 그들을 어떻게 실패시켰는지 궁금해 한다.


만약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해졌다고 믿는다면 해결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일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안전과 안락함에 대한 희망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낮은 임금을 유지해 왔으며 나쁜 일자리 증가를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는 일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며 일 자체가 더 이상 해결책이 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해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라트비아, 그리스, 폴란드, 아일랜드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높은 빈곤율을 가진 국가가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되물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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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은 Americans Want to Believe Jobs Are the Solution to Poverty. They’re Not. 이며 뉴욕타임즈 매거진에서 2018년 9월 11일 게재되었다. 원문은 https://www.ny-times.com/2018/09/11/magazine/americans-jobs-poverty-homeless.html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저자인 Mettew Desmond는 2017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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