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난 폭염의 기억이 어느새 멀다. 부쩍 찬바람 불어 사람들 옷차림이 훌쩍 두껍다. 바싹 마른 잎이 길에 뒹군다. 마음 따뜻한 가을 이야기가 청사며 어느 서점 외벽에 붙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오랜 적대의 기억도 얼마간 흐릿하다. 평양냉면 가게엔 단풍이 들도록 줄이 길다. 대동강 맥주 얘기는 호프집 술안주다. 고무찬양에 거리낌 없다. 막걸리 가게도 왁자지껄, 끌려가는 이 없이 평화롭다. 두 정상이 천지에 올라 손잡은 사진이 시청과 지하철 벽 여기저기에 붙어 분위기를 전했다. 훌쩍 가을, 광장엔 온갖 축제가 많아 잔디가 성치 않다. 보수 나선 조경 노동자가 수레를 민다. 축제 무대 설치 알바 나선 청년이 깔개를 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고된 밥벌이가 또 하루 별일 없이 계속된다. 주름진 얼굴도, 생기 도는 이마도 가을볕에 훌쩍 단풍처럼 익어간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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