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넘어, 세상을 향해

by 센터 posted Aug 28,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이예인 센터 자원활동가



우리들의 싸움, 농민학생 연대활동


2년 전 첫 농활에서의 만남들, 토론들은 여전히 강렬히 남아있다. 그때 경험을 잊을 수 없어서, 그리고 또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2018 관악 사회대 농민학생 연대활동’ 중앙집행국에서 활동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함께했다. 


우리 농활의 모토는 ‘대학을 넘어, 세상을 향해’였다. 이 말은 학생들의 현장인 대학에서 벌어지는 억압들이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고, 세상과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각자만의 어려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같은 억압 체계 아래에서 생산되는 논리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종종 타인을 타자화하고 위계를 만들어 누가 더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고는 한다.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타자화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그 사람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우리가 같은 공동체에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들의 싸움’으로 나아가는 첫발걸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을 넘어, 세상을 향해 괴산으로 농민학생 연대활동을 떠났다. 


농활.jpg

‘2018 관악 사회대 농민학생 연대활동’을 함께한 학생들


누가 소외된 농민을 만드는가


우리가 괴산에서 만난 농민들은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안타까워하는 지점은 그 신념을, 당신들이 지키고 싶은 가치들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사회였다. 뼈 빠지게 일해서 농사해도 1년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 한 농민은 자식들이 서울로 대학을 가게 돼서 집을 구해주는데 서울 땅값이 너무 비싸서 없던 욕심이 막 생기더란다. 그래서 당신이 가진 지금의 밭이 그대로 명동 한복판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더란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나지막이 하는 말씀이 “에휴~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데. 이런 건 또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더라고.”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또 다른 농민은 농업의 문제들이 정책적으로 방치되는데 그 와중에도 농민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것에 대해 본인 탓을 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능력이 없어서, 사회를 따라가지 못해서 도태된다는 생각.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소외되고 죽어가는 사람들은 있다. 우리 농활대는 농활기간 동안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중 ‘농업 교양’ 때 이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농업 세계화의 이면에서는 거대 자본이 세계 농업 구조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국제적인 농업 대기업들이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농업의 기업화 속에서 농업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농민들의 목소리는 자꾸만 커져 가는데 국가는 그 목소리를 무시해버리고 그저 도태되게 방치해둔다. 그러면서 기만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대학이 기업화되며 교육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 아닌 자본으로 변해버린 대학의 현실이 떠올랐다. 아니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각자의 어려움은, 각자가 겪고 있는 억압은 연결되어 있었다. 문제와 오류가 있는 곳은 넘쳐나는데, 해결이 될 수 있는 곳은 아주 선별적으로 채택되어지는 현실, 그 해결이 또 근본적인 해결도 아닌 현실, 우리는 이 현실을 함께 바꿔나가기로 했다. 


사람을 남긴 농활


그리고 우리는 일주일 간 농업, 생태주의, 학생자치를 주제로 교양시간을 가졌으며, 매일 밤 진행한 평가회의, 그리고 농민들과의 일상적인 토론까지, 일주일 간 쉴 틈 없이 토론했다. 그 속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주인이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양시간에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고민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모습들, 평가회의 시간에 그날 느낀 문제점들을 짚고 함께 수정해나가던 모습들, 성평등 평가회의 시간에는 어떻게 하면 성차별적 요소들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공동체적 해결로 도모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들. 이것은 각자의 문제의식들이 말로만의 변화가 아닌, 진정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간절함을 혼자 묵혀두는 것이 아닌, 함께 공유하고 함께 바꿔나가고자 하는 의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공동체의 주인임을 인정하고, 같은 주체로서 행하는 토론과 합의, 이것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얻어가는 농활이었다. 여기서 사람을 남긴다는 의미는 농활대원들이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가 농민들과 연대하면서 이어진 연결고리들, 교양시간에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이 결국엔 다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사람’을 위하며 시작한 것들이, 종종 한낱 나의 이성과 합리성의 논리로 잡아먹혀졌음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에 사람이 없는 이성은 한낱, 고작 이성일 뿐이다. 늘 사람으로 시작해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상상력과 실천은, 즉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 계획, 사업 등 그 무언가들은 모두 사람을 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변화를 향한 나의 원동력이고, 나는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이 날 끝까지 붙잡아 줄 거라고 믿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기로 했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