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

by 센터 posted Aug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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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화 노동자들의 투쟁일지

김종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직차장


2018년 4월 봉천동 탠디 노동자들은 사측의 공임비 500원 인상에 대항하며 자신의 삶을 바꿔보기 위해 탠디 본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도급제, 개수임금제로 묶여 원청과 하청 사장들에게 자신의 노동 조건 개선에 대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모든 제화 노동자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이었다.

현재 62세, 제화 노동자 이현수 님은 40년간 제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민주노총’을 과격한 집단으로만 생각했는데, 탠디 노동자들 투쟁을 계기로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탠디 점거 농성 기간 내내 농성장에 매일 방문하고 연대했다. 그이는 현재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사무국장까지 맡고 있다. 이 탠디 투쟁이 제화 노동자에게 얼마나 충격을 줬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성수동 주변 찜질방에 가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잠시 눈 붙이러 들어온 제화 노동자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제화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교섭을 맺으러 온 사측도 먼저 인정하는 내용이다. 제화 노동자들은 아침 7시에 출근, 저녁 11시에 퇴근하면서 2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저임금 공임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이들 스스로 ‘그동안 우리가 노예처럼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제화 특수고용노동자, 1년마다 도급제 계약을 맺으면서 노동자이면서 노동자가 아니었던 제화 노동자들은 탠디 점거 농성 투쟁을 통해 자신이 노동자임을 각성하고 현재 600명이 제화지부에 가입해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고 있다. 그이들의 투쟁은 4월 탠디 노동자들의 점검 투쟁으로 시작해서, 5월 탠디 노동자들이 성수동에 와서 함께 결의대회를 하면서 확대되었다. 성수동에서 처음 집회가 열릴 때는 주변에 있던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이 집회장 주변에서 서성거릴 뿐 집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탠디 노동자들이 “들어와! 들어와!”라고 외치고, 근처 제화 노동자들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제화2.jpg
소사장제 철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 중인 제화 노동자들

그렇게 5월 11일 1차, 5월 25일 2차 행동을 함께했던 저항의 불길은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의 행동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6월 27일 사측이 단체 교섭에 나오지 않자 6월 28일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은 자체 집회를 열어 약 200명이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을 하면서 성수동 전체 일대를 돌고, 마지막에 세라제화에 항의방문을 갔다. 이 집회를 통해 압박을 받은 세라제화, 고세제화는 노동조합과 각각 7월 17일, 7월 23일 공임비 인상 및 4대 보험, 퇴직금 지급 등의 내용으로 단체 협약서를 체결했다. 세라제화는 1,400원 공임비 인상, 그리고 본사로부터 4대 보험 적용을 약속했다.(하청 기업은 내년 3월에 추가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세제화는 하청업체 모두에게 공임비 1,500원 인상, 퇴직연금을 약속했다.
이렇게 행동을 지속했던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은 7월 26일 150명이 모여 제화 노동자 권리 찾기 행동을 진행하며 ‘코오롱’을 비롯한 성수동 제화업체들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8월 24일에 3차 집단 교섭을 요구하면서 8월 14일 제화 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300명의 자체 대오는 ‘미소페’ 사업장을 중심으로 성수동 일대 집회를 진행했다. 현재 미소페와는 9월 7일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고, 나머지 성수동에 있는 소규모업체와는 8월 24일 집단 교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 우리를 노예로 만든 것은 저항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당하고 살지 않겠다”는 제화 노동자들의 투쟁은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현장 곳곳에서도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폐업한 세라제화 하청 ‘쏠레컬렉션’은 현장 대표자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30만 원씩 주겠다거나, 노조를 하면 공임비 인상은 없다고 협박하며 폐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쏠레 조합원들은 퇴직금 소송 등 꿋꿋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말 한마디 못했던 제화 노동자들의 저항에 사측은 당황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동조합의 존재, 제화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성수동은 한 사업장이 아니라 전체 성수동 동네 자체에서 투쟁을 진행 중이고,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는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연말까지 자체 계획으로 조합원 1,000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및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리고 특수고용제, 소사장제 철폐를 요구하며 9월 8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성수역 2번 출구 BBQ에서 하반기 투쟁을 위한 연대주점을 열기로 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제화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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