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눈물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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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식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 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2013년 10월 31일 저녁, 우리 동료 최종범이 삼성의 표적감사로 힘들어하는 동료를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며 자신의 죽음이 남은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 곁을 떠났다. 


최종범.jpg

최종범 열사 추모제(@변백선)


최종범이 죽음을 통해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90퍼센트 이상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수십 년 삼성의 옷을 입고 삼성제품을 수리하면서 원청으로부터 ‘삼성맨’이라는 자긍심을 주입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장시간 노동과 실적 관리 압박,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인권마저 무참히 짓밟혔다. 기본급 보장도 받지 못하고 건당 수수료로 급여를 받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도 최고의 제품을 수리하는 자긍심 하나로 노예의 삶을 살아왔다. 


2013년 7월 14일 노동조합을 출범하면서부터 노동3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동료들이 노동조합에 폭발적으로 가입했다. 오랜 시간 삼성으로부터 짓밟힌 삶에 대한 큰 반항이 시작된 것이다. “배고파서 못살겠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처음 외친 구호다.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는데 그 정도로 열악한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노동조합 출범 후 처음 시행한 것이 ‘주52시간 근무와 여름에 휴가 가자!’였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면서 여름 성수기에 6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주말에 가족과 휴가를 간다는 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삶이었다. 우리 동료들이 처음으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간 사진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들을 보았다. 우리가 왜 노동조합을 해야 하는지, 이제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한 가닥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출범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고용노동부 수시 근로 감독 결과가 ‘불법파견의 일부 혐의는 있으나 불편파견은 아니다’라고 발표됐다. 합법적으로 삼성에게 노조 탄압의 길을 열어주게 되었고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년치의 과거 자료를 가지고 표적감사를 들고 나와 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표적감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날 때쯤 조합원 400명 정도가 탈퇴를 했다. 노동조합에는 불안감이 돌았고,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은 “바로! 나의 일이다!”라는 모두의 인식에 다름 아니었다. 남은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출근하다 울고, 일하다 울고, 운전하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울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분노가 일손을 놓고 “내가 최종범이다”라고 외치게 되었다. 최종범의 죽음에 흘렸던 눈물은 이후 삼성과 싸움에서 포기할 수 없는 모두의 의지가 되었다. 살아남은 우리는 최종범 열사의 장례식 때 그를 떠나보내면서 약속했다. “내가 최종범이다. 우리 모두가 최종범이 되어 삼성과의 싸움, 끝까지 가겠다. 그리고 반드시 너의 꿈과 희망!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 노동조합을 지키고 승리하겠다.” 이후 살아남은 조합원들은 바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최종범이 되어 삼성의 수많은 노조 탄압이 이어질 때마다 더 단단히 단결하게 되었다. 


2018년 4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직접고용 합의와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삼성그룹이 70년 넘게 지켜왔던 무노조경영 정책을 폐기시킨 것이다. 삼성그룹이 우리를 볼 때 발톱의 때 정도로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발톱에 낀 가시가 되어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골리앗 삼성을 만나 싸우면서 승리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최종범 열사가 죽음으로 항거한 그 간절함 때문이다. 열사정신 계승은 바로, 간절함을 잊지 않고 나와 같은 노동자들의 간절한 싸움에 함께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 계획을 지난 5월 17일 염호석열사 4주기에 청와대 앞에서 발표했고, 전 조합원 총파업 결의를 통해 삼성-국가 권력 정경유착을 폐기시키고 ILO핵심협약 인준과 노조법 개정 투쟁을 통해 헌법에 문구로만 존재하는 노동3권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싸움을 시작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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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분회 조합원이었던 최종범 열사는 2013년 10월 31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노동 탄압에 맞서다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죽음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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