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비정규직] 구의역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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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권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



구의역 스크린도어 9-4를 수리하다 우리곁을 허망하게 떠난 김군을 기억하십니까? 빨리 먹으려고 공구 가방에 아무렇게나 넣고 다니던, 그렇게 채 먹지도 못한 컵라면에 온 국민이 분노했던 바로 그 사건 말입니다. 그 사건이 있었던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사고당시 많은 이들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비정규직이라서 죽었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들을 지적해 나선 바 있습니다. 또한 ‘너는 나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기도 했고요. 사건 당사자인 서울시 역시 사고 직후 대책을 발표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한 바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변한 게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구의역 참사 2주기를 맞이한 현재, 현장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여전히 멈춰있는 진상조사단의 권고안


구의역 참사 직후 시민사회는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안전시스템 개선 소위, 시설기술 개선 소위, 고용인력 개선 소위 3개 분야에 27개의 주요 과제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안전지향적인 조직 문화 개선, 시설 노후화 대비, 살인적 공사 감독 시간 개선, PSD의 독립직종 신설, 기술 분야 현실을 고려한 인력 충원 등이 바로 그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PSD 운영을 위해 권고되었던 독립직종 신설은 2년째 방치돼 관리자는 신호 및 전자 파견 직원이 하고, 현장 업무는 PSD 직원이 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전 직종에 걸쳐 1인당 공사 감독 시간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2명이 20여 개 역사를 전담하는 등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과로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결국 참다못한 노동조합이 ‘안전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돌입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전한 차별과 갈등 


정규직으로 전환된 당사자들은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것이 ‘비정규직이라 죽었다’, ‘동일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당사자들은 1단계로 업무직을 거쳐 올해 초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김 군의 동료들인 당사자들이 정규직으로 신분은 전환되었지만 여전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사규에 따르면 신규 직원은 7급 1호봉부터 시작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여느 공기업이 그러하듯 군 경력과 철도 관련 기관 근무 기간은 100퍼센트 경력으로 인정받도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환된 김 군의 동료들은 사규에도 없는 7급보, 마이너스 호봉, 경력 미인정 등의 차별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전체 전환자 중 80퍼센트가 사실상 8급에 해당하는 7급보가 되어야 했으며, 7급보에 해당하는 직원 중 86퍼센트는 그중에서도 최하 호봉인 가호봉을 부여 받는 등 업무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호칭 외에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전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서울메트로에서 20년을 일했지만 신규 직원과 똑같은 1호봉이 되어버린 직원, 월급 1만 원 오른 직원, 심지어 월급이 삭감된 직원도 허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군 동료들의 임금이 90퍼센트 올랐다’며 당사자들을 두 번 조롱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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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문제는 ‘기존 직원과 전환자 간의 갈등’입니다. 이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기존 직원의 임금 잠식’입니다. 이는 이미 합의 과정에서 노사 모두 ‘기존 직원의 임금 잠식은 없다’라고 이야기 했던 부분입니다. 나아가, 당사자인 전환자 역시 ‘기존 직원의 임금 잠식에 따른 전환은 원치 않는다’라고 입장을 밝힌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전환에 대한 책임이 있던 서울시가 이에 따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는 데서 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서울시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예산을 서울교통공사 측에 지원하지 않고 있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가을이면 7급보이던 2016년 이전 입사자들이 7급으로 전환되게 됩니다. 기존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추가 예산이 현재의 총인건비에서 집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즉, 서울시가 제대로 예산 지원을 하지 않는 까닭에 기존 직원들의 우려가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최초의 지자체’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우려 없이 제도가 시행되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위험의 외주화 여전히 진행 중


서울교통공사 안에는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존재합니다. 지난 12월 말 노사는 정규직 전환 노사 합의를 통해 소방, 전기, 냉방, 환기 4개 분야의 직영 전환을 별도로 합의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2월 초 서울교통공사는 1-4호선에 근무하는 해당 분야 용역업체 직원 70여 명을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자회사도 정규직이다’라면서 말입니다. 결국 1-4호선 4개 분야의 용역 노동자와 기존 5-8호선의 ‘도시철도ENG’라는 자회사에 속해있던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의 꿈은 사라진 채 자회사에 남게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울메트로 9호선 운영’을 비롯해 ‘자회사도 정규직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회사를 유지, 확대하며 서울교통공사는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김 군의 동료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을 시키고,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이 덜한 외주업체 직원들은 자회사로 돌리는 것이 서울시가 이야기해온 ‘노동 존중’인지 심히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5.구의역.jpg

지난 5월 26일,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 군 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구의역 2주기,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6일 진행된 구의역 2주기 추모제에는 어김없이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그 자리에서 이야기한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구의역 참사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비롯한 자회사, 청년 비정규직 노동이 사라지고 모든 노동자의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 실현되는 것, 이로 인해 더 이상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말입니다. 

생명과 안전이 이윤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실현되는 것, 그것이 구의역 참사 3주기가 오기 전에 서울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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