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여론조사의 역습

by 센터 posted Apr 2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이웃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급할 의사를 가진 고객들1)
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올해 최저임금이 16.4퍼센트 인상된 데 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이 곧 시작된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적정한 인상률이 어느 정도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번 호에서는 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관련 사업주협회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본다.  

요식업협회 최저임금 관련 여론조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최저임금을 반대해 온 단체 중 하나인 전미요식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NRA)가 최저임금 등에 대한 대중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의 상당 부분이 최저임금에 반대해 온 로비그룹들에겐 의외였다. 여론조사 결과, 1,000명의 응답자 중 71퍼센트가 식사비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래의 [표 1]은 전미요식협회를 대표해 여론조사 기관인 Luntz Global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중립을 제외한 최저임금 10달러 지지의사는 71퍼센트였으며 반대의사는 22퍼센트에 불과했다.
표1.jpg
의외의 조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논평을 하지 않은 전미요식협회는 미국 레스토랑을 대변하는 사업자 단체인데, 미국 식당의 총매출은 2017년 7,999억 달러로 2016년에 비해 4.3퍼센트 증가했으며 이는 8년 연속 매출액이 증가한 결과이기도 하다. 즉, 미국 요식업은 여전히 성장하는 산업인 셈이다. 산업 성장을 반영하듯 미국요식업협회는 협회장인 돈 스위니(Dawn Sweeney)에게 170만 달러의 보너스를 포함하여 380만 달러(약 40억 원)의 연봉을 지불하기도 했다. 그녀의 시간 당 보수를 계산하면, 1,868달러(약 200만 원)이며 이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6주(247시간)동안 일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여론조사 결과

전미요식협회는 오랫동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레스토랑 인건비를 올려 수천 개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여론조사는 전미요식협회의 주장과 다른 면이 있다. 사업자협회가 실시한 설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이전의 다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또한 이번 여론조사는 그동안 전미요식협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해 온 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요식업계 대표자들은 종종 최저임금 인상은 고객의 지불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미요식협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압도적 다수가 ‘공정한 임금’을 위해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1퍼센트는 음식 값이나 서비스 비용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데 찬성한다고 응답하였다. 응답자의 22퍼센트만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현행 임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전미요식협회는 여전히 최저임금이 오르면 레스토랑이 폐업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전미요식협회가 고객이 이웃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의 또 다른 강력한 메시지는 노동자의 적정한 생활 수준에 관한 대중적 지지로, 조사 결과 다수의 시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적절한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43퍼센트는 최저임금 인상은 풀타임으로 일해도 여전히 빈곤한 1,700만 명의 미국인을 빈곤층에서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미국.jpg

전미요식협회의 새로운 주장과 반론들 

첫째,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전미요식협회는 업체의 최저임금 인상보다 노동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다양한 교육 훈련이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즉 세금 감면이 노동자의 실질 소득을 늘리고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경력 개발을 지원하거나 사회보험 혜택을 늘리면 최저임금 이상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용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반론이 제기된다.

둘째, 전미요식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이 폐쇄됩니다. 레스토랑 업을 누가 대부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소기업 및 현지의 프랜차이즈입니다. 소규모 레스토랑은 매우 적은 이윤으로 작동합니다. 슬픈 현실은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직원을 해고하거나 문을 완전히 닫아야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엄밀한 분석에 따르면 전미요식협회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폐쇄하거나 해고되는 결과를 낳지는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괄적 연구로 알려진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평균 인상은 10.2퍼센트였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후 5년 동안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7퍼센트 상승했으며 이때 고용은 3퍼센트 줄어들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미요식협회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은 Luntz Global은 대부분의 최저임금 노동자가 10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전미여성법센터(National Women's Law Center)에 따르면 미국의 최저임금 노동자의 3분의 2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
1) 제목은 The Restaurant Industry Ran a Private Poll on the Minimum Wage. It did not Go Well for Them이며 원문은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 활동을 지향하는 The Intercept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함. https://theintercept.com/2018/04/17/the-restaurant-industry-ran-a-private-poll-on-the-minimum-wage-it-did-not-go-well-for-them/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