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가즈아~] 마트 노동자와 최저임금

by 센터 posted Ap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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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



2016년 말과 2017년 초까지 이어진 촛불 민중들에 의한 광장민주주의의 힘을 토대로 적폐 청산과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한 새 정부가 어언 만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새 정부의 여러 노동 정책 중 노동계의 주요 관심사는 사회 불평등의 핵심이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 문제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임금 불평등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다. 때문에 정부의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이하 최임위)가 매년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임금 노동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고,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임금 인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3.이마트.jpg

마트 노동자들은 고용 없는 근로 시간 단축에 문제제기를 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서비스연맹)


이마트 주 35시간 근무제


지난 해 최임위에서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6.4퍼센트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손을 멈추고 주변 동료들과 함께 기뻐했던 마트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후 반년이 지난 현시점 인상된 최저임금을 당연히 적용받아야 하고 적용받고 있을 마트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통업종 마트 부문에서 1위 기업이라고 자칭하는 이마트의 예를 살펴본다. 이마트는 1993년 우리나라 최초로 대형마트(서울 창동 1호점)를 오픈하고 마트 부문에서는 선두기업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유통기업이다. 하지만 그런 이마트가 창사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사회적으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오점을 몇 가지 가지고 있는데 최저임금 사안도 그 중 하나이다. 그간의 사건을 기억해보면 계산직 여성 직원들의 노조 설립을 전원 해고로 대응한 사건, 협력사원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들을 회사에 대한 충성도(VP, KJ, MJ, NJ)별로 분류하고 불법 감시하면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노조 설립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탄압한 사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으로 1만 3천 명의 불법파견이 확인돼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어쩔 수 없이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사례 등이 있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이마트가 최근 최저임금을 주제로 사실상 대국민 기만극을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근무 시간을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1일 1시간 단축하겠다며 마트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의 양립과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거짓 발표하였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 시간인 1주 40시간보다 무려 5시간이나 단축한 주 35시간 근무제를 선포한 것인데 사실 주 35시간 근무제는 유럽에서나 나올듯한 이야기라서 즉각적인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모두들 놀랐다. 그러나 그것이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것이 바로 드러났다.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절반 이상이 월급제가 아니라 시급제다. 이는 하루 8시간을 일하던 직원이 7시간을 일하면 1시간의 시급이 줄어든다는 의미와 같다. 결국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근무 시간을 단축하여 겉으로는 자기 직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떠들었지만 사실은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 본래의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마트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A씨의 경우 월 평균 13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결국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약간의 임금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새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약속이 지켜진다 해도 이마트 직원들은 2020년에 209만 원이 아니라 183만 원만 받게 되어 1주 40시간 일하는 정상적인 근무자들보다 무려 26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마트의 35시간제 시행은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기업들의 꼼수로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남게 된다. 그렇다고 중년의 마트 노동자들이 투잡으로 직장생활을 하기는 버겁다. 주로 생계형 일자리로 분류되고 있는 마트 노동자들의 희망은 차라리 법정 노동 시간을 일하고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것이다. 굳이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감소시키는 이마트 방침을 절대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 강도는 더 세져 


어쨌든 일하는 시간이 줄었으니 노동 강도가 조금은 완화되고 편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완전히 정반대이다. 근무 시간이 하루 한 시간 줄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이전과 같은 업무량이고 오히려 줄어든 시간 안에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마무리하려면 더욱 힘들게 일해야 한다.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동안 김밥 1천 개를 만드는 노동자가 있다면 근무 시간 한 시간 줄어서 7시간 근무하는 동안에도 김밥 1천 개를 만들어야 하니 결국 노동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7년을 일한 B씨는 일하면서 물 마시는 걸 절제한다고 한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업무 목표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덜 가기 위해서 물 마시는 걸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하고는 매우 다른 세상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 회피 꼼수가 이쯤 된다면 뭔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조치나 최소한의 행정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증언대회.jpg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전수찬 위원장이 신세계이마트 이중성 폭로 증언대회에서  근로 시간 단축으로 발생한 현장의 문제점과 이마트의 나쁜 일자리를 폭로했다.(@서비스연맹)


또 다른 변칙, 시간선택제 일자리


이런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으로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운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마트는 오히려 또 다른 변칙을 쓰고 있다. 이른바 ‘스태프’라고 호칭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운용이다. ‘스태프’ 직원들은 근무 기간이 최대 1년으로 묶인 시간제 일자리라서 본인들이 더 일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당연히 정규직과 임금이나 복리후생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정규직 업무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동일업무를 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차별시정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는 현장이다. 

또한, 이들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회사 경영상 사정에 의해··· 연장, 야간, 휴일근로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통상 연장, 야간, 휴일 등 정규 노동 이외의 초과 노동은 본인의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관리자들이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는 것이 당사자들의 증언이다. 결국 적은 비용을 들여서 그동안 정규직이 일하던 업무를 수행하도록 이마트가 불·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2,000명이 넘는 ‘스태프’ 직원들은 비정규직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비정규직 2년 이상 근무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의 꼼수로 당사자들은 정규직의 꿈을 접어야 한다. 정말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어 단기간으로 시간이나 기간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일자리를 마치 보편적인 노동 형태로 정착시키려는 이마트의 고용 정책은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희망을 외면하는 처사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이마트의 노조 탄압, 그리고 잇따른 죽음


이마트의 반사회적인 경영 행태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뿌리 깊은 조직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반노조 정책, 즉 노동조합 탄압 행위가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0월 이마트에 최초로 노조가 설립되었으나(이마트노동조합) 설립 전후에 갖가지 노조 설립 방해 행위와 물리적인 탄압 등이 자행되었다. 일명 ‘노조대응팀’에서 일했던 회사 측 간부들이 전국의 각 매장에 점장이나 간부급으로 일하면서 현재까지도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직간접적인 언어 협박이나 인사 발령 등으로 탄압을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20대 청년 노동자가 무빙워크 수리를 하다가 사망한 사건과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 안전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40대 계산직 노동자가 쓰러지고 결국 사망에 이른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줄을 잇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마트. 과연 최저임금 꼼수에서 노조 탄압과 사망사고까지 이마트의 부도덕하고 반사회적 행태의 끝은 어디일까?


홈플러스, 노사 임금 협약 합의


그런데 이마트와 같은 마트 부문에서 이런 사례도 있다. 홈플러스(법인명 홈플러스스토어즈) 일반노조가 최근 회사와 맺은 임금 합의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18년도 임금으로 기본급 기준 평균 14.7퍼센트 인상을 합의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퍼센트와 1.7퍼센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어느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해서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꼼수를 쓰고 어느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하여 노사가 임금 협약을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회피를 위한 기업들의 꼼수가 만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할 당사자는 당연히 정부이다. 최저임금법 입법 취지와 인상 취지를 훼손시키는 기업들의 각종 꼼수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최저임금 1만 원의 희망을 가지고 사회평등을 기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기치를 내걸고 있는 노동존중사회를 향한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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