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가즈아~] 최저임금 인상과 아파트 경비 노동자

by 센터 posted Ap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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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센터장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가끔 ‘Break time’이라고 적혀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이전에도 일부 식당에 있기는 했지만 2018년에 더 많아진 느낌이다. 경비 노동자들과 모임 이후 매번 가는 노원구 마들역 근처 식당이 있다. 1월에 식당에 가니 ‘Break time’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처음 본 안내판이라 궁금해 물어 보니 임대료와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아마도 식당 노동자들의 유급 노동 시간을 줄여 임금 인상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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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 열린 아파트 경비 노동자 노동 인권 보장을 위한 간담회.(@노원노동복지센터)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 실정도 비슷하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률이 2012년 80퍼센트에서 90퍼센트로 변경되고,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휴게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조사 때는 24시간 중 점심 식사시간 1시간, 저녁 식사시간 1시간, 수면시간 4시간으로 6시간이 일반적인 계약이었다면, 지금은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이 각각 2시간 이상, 수면시간이 6시간 이상인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24시간 중 1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한 곳도 있다고 한다.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는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아파트 경비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첫 번째 모임은 1월 30일, 31일 2일간 진행했다. 경비 노동자 40여 명이 참석해 아파트 노동 현장의 문제점을 나눴다.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단기 근로 계약과 임금 인상 문제였다. 

“이번에 우리 아파트는 휴게시간을 1시간 30분 늘리면서 월급이 단돈 3만 원 올랐습니다.”, “저희는 휴게시간을 2시간 늘려 8천 원 올랐습니다.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하여 13만 원 이상은 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한 것 같습니다.”, “1년에 계약서를 네 번 쓰는데 법에 위반되지 않나요?”, “우리 아파트는 매월 계약서를 쓰고 있습니다”, “택배, 차단기 업무, 순찰을 해야 해서 휴게시간에 쉴 수 없는데 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이런 하소연들이 줄을 이었다.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이나 단기 계약 문제가 2018년에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쉬지 못하는 무급 휴게시간 증가 문제는 2012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싶을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 휴게시간을 늘리는 이유는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 쉴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증가 이유는 임금 인상을 적게 하려는 의도여서 문제가 된다.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 증가가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 인상률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업무량을 줄이거나 입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등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 경비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 인상 혜택도 적고 늘어난 무급 휴게시간에도 쉴 수 없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시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 현황 조사’에 의하면, 경비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률 16.4퍼센트에 못 미치는 8.4퍼센트로 월평균 13만 5천 원 증가(2017년 161만 6천 원→2018년 175만 1천 원)되었고, 휴게시간은 38.9분 증가되었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경비 노동자가 실제 쉬지도 못하면서 무급인 휴게시간만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은 경비 노동자에게 꼭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률만큼은 오르고 있지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 노동자의 임금이 조금씩은 올라가고 있다. 특히 입주민들이 직접투표로 결정한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임금을 인상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도 2018년에 투표를 통해 16.4퍼센트 임금 인상률을 보장해 약 26만 원 오르기도 하였고, 서울 지역을 보면 평균 13만 5천 원 인상된 것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전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장시간 근무자인 경비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증가되는 무급 휴게시간에 쉬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2018년 최저임금이 기존과 다르게 조금 더 인상되면서 10시간 이상의 무급 휴게시간 부여에 한계를 느낀 일부 아파트에서 24시간 격일제 근무제를 일부 퇴근제, 당직제 등 새로운 근무 체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장시간 심야 노동인 24시간 격일제 근무 체계 개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4시간 격일제 경비 노동자는 ‘1일 오전 6시 출근, 2일 오전 6시 퇴근, 3일 오전 6시 출근, 4일 오전 6시 퇴근’ 형태로 365일 명절, 주말 상관없이 2교대 근무를 한다. 대다수 고령인 경비 노동자가 이틀 중 하루를 집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다 새벽에 초소에서 수면을 취한다는 것은 건강 측면에서 너무나 위험하다. 그럼에도 경비 노동자들은 24시간 격일제 근무 체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2012년 기준 최저임금이 4,580원이었고, 경비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률마저 90퍼센트에 불과해 시급이 4,122원이었기 때문에 월급이 너무나 적었다. 따라서 그나마 근무 시간이 긴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해야 어느 정도의 급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퇴근을 하는 근무 체계 변경에 대다수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엔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었고, 경비 노동자도 최저임금 100퍼센트를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24시간 격일제 근무에 대한 경비 노동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2018년부터 ‘주간 2교대, 야간 당직제’ 근무 체계로 변경한 대전의 아파트가 있다. 이전 같으면 근무 체계 변경 후 임금이 삭감되었겠지만, 2018년도에는 근무 체계를 변경한 이후에도 임금이 1.6퍼센트 인상되었다. 올해 같은 최저임금 인상률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방안이었을 것이다. 비록 임금 인상은 적지만 쉬지도 못하는 휴게시간을 10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야간에 퇴근을 하는 것이 경비 노동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모임에 나오는 다수의 경비 노동자들도 근무 체계 변경에 동의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비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들어 대량 해고사태가 있을 것이란 주장은 2012년 최저임금이 90퍼센트 적용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는 문제였지만 2018년 현재까지는 큰 문제로 나타나지 않았다. 2018년 서울시 전수조사 발표 내용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경비 노동자 고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부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지급해준 일자리 안정자금도 경비 노동자의 고용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고용 불안’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병존한다. 고용 불안 문제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과 같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018년 대한민국의 5,100만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730만 명이 넘는 고령화 사회다. 앞으로 고령자 복지 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는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고령의 남성 일자리라고 볼 수 있는 아파트 경비 일자리의 고용 안정과 근무 환경 개선, 특히 쉴 권리 보장을 위한 근무 체계 개선은 중요한 과제이다. 노동자들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고령의 노동자가 개선된 근무 환경에서 고용 불안 없이 일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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