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가즈아~]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by 센터 posted Ap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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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화 마트 노동자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는 살만 했다. 그러나 IMF가 닥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부터 어렵게 살림을 이어오고 있다. 늦둥이 아들이 자라면서 내가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가사도우미 등 시간제 일을 했는데 버는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때 마트에서 일하던 친구가 마트에서 일해보라고 권유했고, 난 이왕이면 대형 마트에서 일하고 싶어 이곳저곳 알아보게 됐다. 쉰을 앞둔 나이라 취업이 쉽진 않았다.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떨어졌다. 전화를 해서 열심히 하겠으니 꼭 취업을 시켜달라고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취업한 곳이 홈플러스 영등포 문래점 수산 코너다. 어느새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6.마트.jpg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카트를 끌고 행진하는 마트 노동자들.(@서비스연맹)


처음엔 6개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그리고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했고, 2년이 되어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 당시 무기계약직은 우리에게 엄청난 선망이었다. 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 술도 사고, 밥도 샀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홑벌이 가정인 동료들을 보면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혼하거나 사별해서, 또는 가정 형편상 혼자 벌어야 하는 여성들이 많은 마트 특성 상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했고, 임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해고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마트 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 


마트는 2교대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난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저녁 근무를 하면 교통비가 나오지만 오전엔 연장 근무를 해야 연장수당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 기본 6시간 일을 하고 4~5시간 연장 근로를 했는데 월급이 기본 시간에 대한 금액만 나온 것 같았다. 너무 이상해서 동료들한테 물어보니 무기계약직이 될 때까진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동료들이랑 친해지면서 그냥 다녔다. 2015년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단체 협약을 통해서 연장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단체 협약 맺고 첫 파업할 때만 해도 100만 원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자였다. 작년에도 최저임금에 딱 걸린 120만 원 조금 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20여만 원 인상됐다. 최저임금 오르고 두 번 임금을 받았는데 세금을 제하면 140여만 원 된다. 연장 수당까지 하니까 이번 달엔 160여만 원 정도 받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연장 수당까지 올라 몸은 힘들지만 한 달에 몇 번은 연장 근무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에겐 20여만 원이 큰 금액이 아니겠지만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인 우리에겐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작년에 최저임금이 16.4퍼센트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뭐가 좋은지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일단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며 좋아한다. 괜찮은 옷 하나 사 입을 여유가 생겼다고. 나도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 늦둥이 아들이 올해 고등학생이 됐다. 그동안 들지 않던 학비도 만만치 않다. 학원을 보내지 못해 학교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는데 학원에 보내 한 과목이라도 듣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 부담을 덜어주려고 그러는지 학원 대신 학교 방과 후 수업 한 과목을 더 듣겠다고 해서 마음이 좀 아팠다. 그래도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서 일 년에 가족여행 한 번은 가볼 수 있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세웠다. 그리고 다이소에서만 샀던 립 클로즈 대신 좀 좋은 루즈 하나 사서 발라볼까, 친구들 만나면 밥 한 끼 정도는 살 수 있겠다, 카드 마이너스도 채울 수 있겠구나, 20만 원씩 열심히 모으다 보면 살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 “엄마, 입학 선물로 아디다스 가방 사주면 안 돼요?” 그동안 메이커를 사줘본 적이 없었다. 아들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걸 듣고 최저임금도 올랐는데 앞으론 준 메이커 정도는 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작년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기뻐하면서도 걱정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갑자기 그렇게 많이 오르면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나마 있던 일자리까지 잃을까봐 불안해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들에겐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정규직이었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시직이 되고, 직원 수를 줄였다. 게다가 노동 시간까지 줄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아는 언니들이 많이 사라졌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직고용이 돼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나는 우리끼리라도 뭉치자고 계속 얘기한다. 


작년 단체 협상 투쟁 성과로 상여금 200퍼센트도 받게 됐다. 그런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해서 걱정이다. 투쟁을 한다 하더라도 법으로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다. 정규직은 큰 영향을 안 받겠지만 우리같은 비정규직에겐 치명타다. 정규직과의 차별은 계속 이어지고, 우리 노동 조건만 낙후되어지는 것 같아 속은 느낌도 든다. 2019년 최저임금도 올해만큼이라도 올랐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꼼수로 명목상 1만 원으로 만들어놓고 약속 지켰다고 하면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절실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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