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by 센터 posted Ap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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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 〈자화상自畵像〉

가로 20.5㎝×세로 38.5㎝│국보 제240호│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소장

당연히 있어야 할 두 귀와 목, 상체는 없고 탕건 윗부분은 잘려 나간 채 화폭 위쪽에 자리한 얼굴은 정면을 매섭게 보는 이의 시선을 따라 다닌다. 미술계에서는 화가의 의도적인 생략이라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연구팀에서 x-선 촬영과 적외선 및 현미경 등을 통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그림 속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다. 생략된 것으로 여겨왔던 귀는 붉은 선으로 표현되었고, 옷깃과 옷 주름도 분명하게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채색까지 완벽하게 된 작품으로 확인되었다. 그림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다.


유령처럼 허공에 얼굴만 떠있다. 부드럽게 올라간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단정하게 꽉 다문 입술, 굼실거리는 가느다란 수염은 표정에 생동감을 준다. 정면을 응시하는 형형한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서늘함마저 감돈다. 이것은 더 이상 그림이 아니다. 삼백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가 내 앞에서 “너는 누구냐?” 하고 묻는 것만 같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한국 미술사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초상화에서 유일하게 국보 제240호로도 지정되었다. 윤두서는 조선시대 명문가 자손으로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외증조 할아버지다. 열다섯 살에 혼인을 하고 스물두 살에 부인과 사별을 했다. 일찍이 과거에 급제했지만 당시 노론의 시대여서 남인인 그의 출사 길은 막혀 있었다. 당쟁에 휘말려 귀양 간 형과 벗의 거듭된 죽음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꿈을 접고 마흔다섯 살 무렵 고향 해남으로 조용히 내려가 은둔하는 생활을 한다. 그래서일까 〈자화상〉에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새겨진 인생의 그늘이 엿보인다. 


자화상의 영단어인 ‘self-portrait’는 ‘발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rotrahere’와 ‘자신’을 뜻하는 ‘self’를 결합한 단어로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로 해석된다. 살아온 삶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전해져 얼굴로 나타난다. 그래서 얼굴에는 사람과 역사가 담겨 있다. 자신의 심연을 해부해 그림 속에 영원히 정지시킨 수많은 자화상 중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애써 외면했던 그의 시선을 다시 마주한다. ‘저 부릅뜬 눈으로 얼마나 자신을 응시했을까.’ 실제로 윤두서는 엄격한 성격에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저 눈빛이 한치의 흔들임조차 없어질 때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마주했을까. 자신의 내면세계와 솔직하게 마주하며 윤두서는 그의 아팠던 삶을 치유했으리라. 윤두서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며 수도 없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을 질문 “나는 누구인가?” 요즘 나에게 다시금 치열하게 물어야 할 가슴이 뜨거워지는 질문이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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