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 여성 노동 시장 취약계층과 젠더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한 열쇳말1)

by 센터 posted Ma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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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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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주최한 여성 노동 시장 취약계층 분석을 통해 본 젠더 이중 구조 토론회(@서울노동권익센터)


지난 몇 십 년 동안 선진 산업 국가들은 경제 불황, 출산율 감소, 고령인구 증가로 대표되는 사회적·경제적·인구학적 도전 과제에 직면했고,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작업장에서의 노동력 부족, 사회 보장 비용 증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압력 속에서, 선진 산업 국가들의 정책입안자들은 일련의 여성 친화적인 고용과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다층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책 대응으로서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고용을 적극적으로 증대시켰다. 여성 고용 증대, 남녀 고용 평등은 단순한 여성 정책, 노동 정책을 넘어 지속적인 경제 성장, 지속가능한 복지 국가 체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고용 패턴과 젠더 불평등은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성 노동 시장 취약계층과 젠더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까?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동 시장 내에서 여성의 주변화와 양극화, 젠더 불평등의 교차성과 복잡성, 그리고 노동과 복지의 제도적 이중구조를 강조하고자 한다.


노동 시장과 젠더 불평등: 지속되는 여성의 주변화와 양극화


젠더 불평등은 노동 시장 내에서, 가족 내에서, 그리고 사회 정책 내에서 전 생애주기에 걸쳐 존재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특히 가부장제에 의해 구조적으로 억압받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강조한 페미니즘 이론들은 성별 위계질서와 젠더 불평등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구조적  요인들을 규명하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 선진국의 여성 노동 시장에 대한 분석들은 여성 노동 시장의 변화가 경제 활동 참가 확대와 동시에 여성 노동력의 양극화와 분화 혹은 분절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단순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 등 노동 시장 하위직에 속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별 직종 분리나 성별 임금 격차 정도가 약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Rubery, Fagan and Maier, 1996; Power, 1988).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저학력, 고연령, 유색인 기혼여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월비(Walby, 1997)는 이를 ‘여성들 내부의 세대 간 격차로 인한 이중구조’로, 파워(Power, 1988)는 ‘새롭게 출현하는 여성 엘리트와 주변적 여성 사이의 이중구조’로 규정하였다. 여성을 노동 시장에 통합하는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젠더 평등은 달성되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은 노동 시장에 참여해 소득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 노동과 양육 노동의 주된 책임자로 여겨지고 있고, 그로 인해 노동 시장 참여 형태가 남성과 상이한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트타임 노동이다. 물론 국가별로 파트타임 노동 비율, 그 내에서 여성 비율, 파트타임에 대한 처우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러한 고용 형태가 주로 기혼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노동 시간이 짧다는 것은 낮은 소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가구 내 소득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태도가 보다 평등한 방향으로 전환해 왔음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의 가사 노동과 양육 노동 상당 부분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유급 노동의 세계는 혁명적인 전환 과정을 겪고 있는데, 무급 노동의 세계는 ‘지연된 혁명(stalled revolution)’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Hochschild and Machung, 1989). 이는 여성이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가사와 양육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의 교차성과 복잡성


노동 시장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고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노동력의 여성화(feminization), 여성들이 이전에 남성에 의해 지배되었던 직업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직업의 여성화,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직무·숙련의 속성이 여성들에게 보다 적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노동의 여성화, 동등 기회 정책의 증가 효과는 남성과 여성을 어느 정도 동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연령, 계급, 인종, 젠더의 상호작용 속에서 여성들에게 서로 다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구세대 여성들은 젠더 역할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변화에 의심을 보이기도 한다. 중간세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주의 영향을 받아 젠더 차별과 불평등을 인식하였다. 가장 젊은 세대 여성들은 여성주의적 사고를 드러내지만 자유, 독립, 선택권으로 특징지어지는 개인주의 담론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구세대 여성들은 막다른 일자리에 갇히고 아이의 양육을 위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더 크다(Pilcher, 1998).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젠더와 노동 시장 지위의 상호 작용에 따라 젠더 불평등의 발현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 관점을 필요로 한다(McCall, 2005). 


서로 다른 연령 집단의 경험은 계급에 의해 중재된다. 고학력의 젊은 중간 계급 여성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노동 계급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자격이 없는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제한적인 노동 시장, 즉 저임금의 서비스 노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젊은 여성은 조기에 출산을 선택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고용 궤적에 있어서 이 두 집단 사이의 양극화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Harrop and Moss, 1994; Macran et al., 1996).


노동과 복지의 제도적 이중 구조와 젠더 불평등


팔리어와 쎌렌(Palier and Thelen, 2010)은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와 복지제도의 이중화가 서로 관련되어 있고, 사회 정책이 노동 시장 내, 사회 내 분할과 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가령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지원하는 복지 국가 제도는 여성이 남성과 보다 동등한 조건으로 노동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 시장 내 젠더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Emmenegger et al., 2012).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하여 에메네거 외(Emmenegger et al., 2012)는 복지 국가의 급여, 서비스에 대한 권리 자격이 내부와 외부자에게 차별적으로 부여되는 것을 ‘제도적 이중 구조’라고 보고, 기존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거나 새로운 형태의 이중 구조가 생겨나는 과정을 ‘이중화(dualization)’라고 하였으며, 그 결과 격차, 양극화, 주변화 등 사회적 분절과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중화가 반드시 격차를 크게 하는 것은 아니며, 외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관대하다면 격차는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혼여성 상당수가 파트타임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소위 ‘마미 트랙(mommy track)’이라는 남성과 다른 별도의 노동 시장 진입 경로가 존재함으로 의미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들 역시 여성들을 노동 시장에 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이는 여성들을 이차 소득자(secondary earner)로 취급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풀타임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괜찮은(decent) 사회서비스 일자리라면, 이중 구조로 인한 격차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적 이중 구조를 복지 국가의 급여, 서비스에 대한 권리 자격이 내부자와 외부자에게 차별적으로 부여되는 것이라고 정의한 에메네거 외(Emmeneg-ger et al., 2012)의 주장은 복지 국가 시민권(citizenship), 특히 사회권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젠더 관점에서 복지 국가와 사회권을 조명한 연구들은 이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남성 중심성과 그로 인한 여성의 배제를 지적해 왔다. 사회권의 자격과 내용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공-사 분리 개념과 관련되는데, 남성들이 노동 시장 참여를 전제로 노동자의 지위에 근거해 사회권을 보장받는 반면 여성들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노동자로서 이중 삼중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남성과 다른 생애주기를 살아가고 있다(황정미, 2007). 이와 같이 아내, 어머니, 노동자라는 권리 자격에 따라 갖게 되는 사회권의 성격은 상이하며, 그에 따라 상이한 사회 정책들이 실시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여성 노동 시장 취약계층과 젠더 불평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과 시각이 필요하다. 이 글은 우선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 증가, 여성 노동 시장 참여 증가 등 노동 시장의 변화가 성별에 따른 노동 시장의 젠더 구조에 미친 영향과 여성(노동)의 경제적 지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화’와 ‘양극화(혹은 계층화)’라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젠더와 노동 시장 지위, 연령과 계급의 상호 작용에 따라 젠더 불평등의 발현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노동 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의 교차성과 복잡성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고용체제와 복지체제의 관계(nexus)와 상보성의 맥락에서 복지 국가의 사회 정책이 여성의 삶, 젠더 관계에 개입하는 제도적 전략으로 복지 국가의 제도적 이중 구조와 젠더 불평등을 이해할 때 여성 노동 시장 취약계층과 젠더 불평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

Emmenegger, P., Häusermann, S., Palier B. and Seeleib-Kaiser, M.(2012). The Age of Dualization: The Changing Face of Inequality in Deindustrializing Societies, Oxford University Press. 

Harrop, J. and Moss, P.(1995). “Trends in Parental Empolyment.” Work, Employ-ment and Society, 7(1): 97-120.

Hochschild, A. and Machung, A.(1989). The Second Shift, New York: Viking.Macran, s., Joshi, H. and Dex, S.(1996). “Employment after Childbearing: A Sur-vival Analysis.” Work, Employment and Society, 10(2): 273-296.

McCall, L.(2005). “The Complexity of Intersectionality.”Signs, 30(3): 1772-1800.

Palier, B. and Thelen, K.(2010). “Institutionalizing Dualism: Complementarities and Change in France and Germany”, Politics and Society, 38(1): 119-148.

Pilcher, J.(1998). Women of Their Time: Generation, Gender Issues and Feminism, London: Ashgate.

Power, M.(1988). “Women, the State and the Family in the US: Reaganomics and the Experience of Women”, in J. Rubery (eds.). Women and Recession,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Rubery, J., Fagan, C. and Maier, F.(1996). “Occupational Segregation, Discrimi-nation and the Equal Opportunity”, in G, Schmid, J. O’Reilly, K. Schomann (eds.). International Handbook of Labour Market Policy and Evaluation, Edward Elgar.

Walby, S.(1997). Gender Transformation, London: Routledge.


1)   이 글은 『여성노동시장 취약계층 분석』(한국고용정보원, 2017) 연구보고서의 일부 내용(2장)을 요약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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