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뭐라도 해보자

by 센터 posted Jan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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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비정규 노동자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 모임 ‘빗소리’
이종진 학생


인터뷰하게 된 단체는 서울대학교 학내 비정규 노동 단체인 ‘빗소리’입니다. 빗소리 대표, 팀장들과 함께 지난 9월 1일 이남신 소장님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10월 11일에 서울대학교 내에서 비정규 노동 문제에 대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두 단체의 소중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빗소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승현 학생과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빗소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2016년 초에 제로쿨투어라는 회사에 소속된 교내 셔틀버스 기사님 한 분이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인해 분신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우리끼리 뭐라도 해보자’고 모인 조직이에요. 구체적인 형태를 두고 모인 건 아니지만 다른 비정규직 이슈를 포괄하며 형태를 바꿔 동아리처럼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모인 ‘빗소리’는 ‘서울대학교 비정규 노동자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의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Q. 지금 빗소리에선 어떤 일을 하나요.
A. 직종으로 청소, 경비, 비학생 조교, 셔틀버스 기사, 그리고 생협 노동자, 기계, 전기 등으로, 형태별로는 간접고용이랑 다양한 형태 계약직 직원, 무기계약직이지만 정규직과 차별이 있는 경우, 우리 사회 모든 비정규직의 다양한 영역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사 간 문제인데 학생이 왜 끼어드느냐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학교 공동체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의 한 축이면서도 노동자들과 항상 밀접하게 생활하는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찾아가는 중입니다. 

Q. 학생이라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나요?
A. 빗소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와 연결되기도 해요. 학생은 학교에서 가장 대표하는 주체지만 반대로 구체적 권한은 없잖아요. 돈이 많지도 않고, 규모도 크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이에요. 그래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어요.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항상 토론을 하죠. 그리고 노동자에 대해서도 진심을 갖고 뭔가 해보려하지만 당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노동자들이 이런 활동에 거부감을 갖거나 걱정할 수 있거든요. 그분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돕겠다고 행동할 때 그 선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도 고민입니다. 

간담회.jpg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Q. 빗소리가 한 대표적인 일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A. 원래 있었을 때 진행된 부분은 아니지만, 작년 말 겨울에 비학생 조교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비학생 조교 공감대를 모았던 게 가시적인 성과인 것 같아요. 학내 구성원 삼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고 학내 본부에서도 이를 의식했다. 학교 본부 측 관계자를 만나면 빗소리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노동자 분들도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이런 말 듣는 게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우리가 학내 비정규 노동자 분을 모아 간담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하죠. 이번 학기 새로 시작한 것은 로스쿨과 노동법 학회, 포럼을 했어요. 다양한 기회를 통해 학내외 노동 문제를 고민해보고 학생들에게 알리려고 했죠. 우리 활동이 우리가 뭘 해서 바뀌었다기 보단 학생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어요. 구체적 성과 외에도 비정규 노동에 대한 거부감, 혹은 기본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Q. 학내 구성원들에게 비정규 문제를 어떻게 알리나요?
A. 대표적인 수단이 페이스북인데 가장 효율적입니다. 노동이라는 거 자체가 아직까지도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낯설다는 느낌을 줘요. 이념적 편향을 내포하는 단어처럼 느껴지거든요. 조금이라도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하는 활동은 상시적으로 일어나지만 가장 중요한 활동이에요. 구체적 행동이 중요하지만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이 관심 갖고 공감 갖게 하는 게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Q. 우리에게 있어 학내 비정규 노동자의 존재는?
A. 학교에 들어갈 때, 셔틀 포함하면 학교 전부터, 이분들 없이는 학교가 세워지지 않아요. 우리가 하는 것 자체가 이분들의 노동이랑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수업시간 시간강사의 수업을 듣고, 밥 먹을 때도 생활협동조합의 노동자들, 과 사무실에 비학생 조교가 있고. 어느 곳에 가나 우리 학교생활이 이분들 없이는 지탱 불가능하죠. 눈앞에 있으면서도 존재에 대해 생각 안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달라요. 그분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분들을 아는 분 같고 가까이 느껴집니다. 빗소리 전에는 노동자들이 있어도 눈앞에 스쳐지나간 존재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선전전.jpg
비학생 조교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선전전

Q. 학업이랑 빗소리 활동을 병행하면 힘들지 않나요?
A. 힘들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잖아요.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뭔가 내가 관심 갖게 된 문제인데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모인 거죠. 그래서 자기 시간을 들여서 하는 거죠. 혼자 하면 절대 못 할 텐데 같이 하니까 서로 격려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같이 대표를 하고 있는 설희랑 팀장, 빗소리 구성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빗소리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내 맘대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뭔가 동력, 내부적인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체계성을 갖추면 좋겠습니다. 확고한 조직을 갖춘다는 의미보다 비정규 문제가 최근에 해결될 여러 가지 실마리가 열렸지만 완벽한 해법이 나온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이해관계가 걸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요. 노동에 관한 문제가 학내에서도 이어질 건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관심 갖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 낼 모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단체가 계속 남아있을 수 있도록 구성원의 참여와 힘을 모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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