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대신 용서

by 센터 posted Jan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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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자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1668~1669년, 캔버스에  유채, 264.2×205.1cm,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슈미술관

아버지 곁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온 큰 아들은 방탕하게 살다 돌아온 동생을 품은 아버지에게 원망이 가득하다. 과연, 형의 분노는 당연한가? 소위 모범적으로 살아온 형이 피붙이인 동생에게 보내는 싸늘한 시선을 보면서 모범적인 삶이 좋은 인간으로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모범적인 인간은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 모독하지 않는 소박한 방어의 삶을 사는 것일 뿐…. 큰 아들은 자기 공로에만 집중하여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과 배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상실했던 것이다.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누가복음 15장 20절, 24절) 


작은아들은 찢어지고 해진 누더기 옷을 걸친 채 한쪽 구두는 뒷굽이 닳아 없어져 맨발을 드러내며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몇 해 전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해 미리 받아 먼 나라로 떠나 방탕한 생활로 모든 것을 다 잃고 헐벗은 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비난하기는 커녕 따뜻한 마음으로 환대해 주지만 큰아들은 이 상황이 불만스러워 뻣뻣하게 서 있기만 한다. 용서를 구하는 아들 어깨에 다정하게 감싼 아버지의 두 손이 아주 특별하다. 한 손은 거친 남자의 손으로, 다른 한 손은 여린 여자의 손이다. 왼손은 모든 시련을 해결해주실 강한 능력의 아버지 손으로, 그리고 오른손은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사랑의 어머니 손으로 거룩하신 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작품은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로 유명한 이야기 누가복음 15장 11절에서 32절의 내용이다. 


〈돌아온 탕자〉는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작품으로 그는 네덜란드 예술의 황금시대를 연 17세기의 가장 위대한 화가로 손꼽힌다. 

그는 젊은 시절 초상화가로 이름을 떨치며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렸지만 사치스런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고 두 아들, 두 딸, 두 아내 마저 모두 저세상으로 보냈다. 정부였던 여인에게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를 당해 결국 파산하고 빈민촌에서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다. 재산, 명예, 권력 모든 것을 가졌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10여 년 동안 그렸지만 미완성인 이 그림은 렘브란트 자신의 처절한 자화상이다. 아마도 그는 두려웠는지 모른다. 마침내 생을 마치고 신 앞에 선 자신이 바로 ‘돌아온 탕자’였기 때문이다. 늙은 화가는 죽음 앞에서 ‘용서’를 깊이 묵상하며 그린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 불편하고 힘들지만 마음속에 깊이 새겨있던 ‘미움’이라는 단어를 지워내고 ‘용서’의 단어를 새겨본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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