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대지진 경험

by 센터 posted Oct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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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규모 자연재해와 고용대책
김직수 센터 정책연구위원


‘둑이 터질 때’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다면?

일본에서 진도7 이상 지진으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대지진’은 20세기 후반 들어 세 차례 발생하였다. 1995년 1월 한신·아와지 대지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2016년 4월 구마모토 대지진이 그것이다. 이들 대지진은 각각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사망자 및 이재민을 낳았다. 한편, 지난해 4월 규슈 구마모토 및 오이타 일대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에는 한국 동남부 해안지역에서도 진도1-2의 흔들림이 감지되었고, 9월에는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한국 역시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부산 등 동남부 해안에는 다수의 노후 원전이 자리 잡고 있어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자연 재해는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지역 전반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피해를 가져온다. 특히 산업 생산, 고용, 소득, 화폐경제(인플레이션 등)와 같은 경제적 영향은 직접적인 피해 이상으로 심대하다. 특히 재해 발생 이후 약 6개월간의 긴급대응 기간 이후로도 이재민의 안정적 생활 재건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고용이다. 이에 더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자연재해가 사실상 ‘인재’임을 고려할 때, 재해의 영향이 대부분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 영향은 구체적인 경로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이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재해 발생 이후 인구 유출이 두드러졌는데, 피난민 가운데 2년 후 귀환한 이들의 비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뉴올리언스 지역은 관광 산업 이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용 회복이 더디어져 인구 회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역 재건이 뒤처졌던 것이다. 그밖에도 뉴올리언스 사례에서는 피난 이전의 원래 거주지로 복귀하지 못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일수록 복귀 이후 보다 열악한 노동 시장 상황에 놓이게 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편,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외에도 각종 대규모 안전사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대규모 재해 발생 지역에 대한 일본의 고용 대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지진 피해 긴급 고용 대책사업’은 강도 높은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의 독특한 환경적 특성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지역 고용대책이 실시된 바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일본 재해 지역 고용 대책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1995년 1월 중순 효고현 고베시와 아와지시마(섬)를 중심으로 발생한 진도7 이상 지진으로 인해 6,40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해이다. 대지진 발생 이후 효고현과 고베시, 그리고 효고현 노동국 등을 중심으로 고용 유지 대책, 실업 대책 등의 고용 대책이 실시되었다. 이 가운데, 먼저 고용조정보조금 특례조치와 이재민 고용유지장려금은 실제로 많은 기업에 의해 활용되었으며, 고용 유지라는 관점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과 조치가 취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특정 기업 직원의 고용 유지를 위해 활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고용유연화를 동반하였으며 신규 사업 창출과 연계가 취약했다는 문제점 또한 드러냈다. 실업급여 특례조치는 고용조정보조금 특례조치와 결합해 중소영세사업주의 불안정한 상황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했고, 그밖에 생활 보장 성격의 고용 정책을 통해 임금 보전 또한 일정 수준 가능하였다. 또한 실업급여에 있어 중요한, 신속한 지급 또한 특별상담창구 설치 및 절차 간소화를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였다. 다만 실업급여 특례조치 사업에서도 파트타임 노동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제외 문제에 관한 구제 조치 등은 미진하였다. 광역 단위 노동력 수급 정책 또한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신청자가 많지 않았으며, 전국 단위 구인 정보 제공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신청률이 저조하였다. 그밖에 지진 피해 실업자 공공사업 취업 촉진 특별조치의 경우, 이 사업에 고용된 피해 주민이 30명 미만일 정도로 실효성이 없었다.

한편, 재해지역 구직자 특별직업훈련 사업은 그 본래 대상이 피해 지역 구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참여자 가운데 대지진 피해자는 소수에 머물렀고, 전체적으로도 직업훈련 수료자 가운데 취업자는 70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대부분의 특별직업훈련은 그 내용이 간단한 기능실습으로 구성되어, 실제 업무에서 요구되는 기술 및 기능 수준과 격차가 컸다. 다만, 수용 인원은 제한적이었지만, 특별직업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위탁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해당 기업에 취업하는 방식의 기업위탁 특별훈련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창출된 일자리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재해 지역 고용개발사업을 통한 것으로서 1997년부터 5년간 약 5만 8천여 건에 이르렀고, 효고현과 고베시 정책 가운데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 또한 직간접적으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재해 발생 이후 각종 보조금 및 지원금 지급 요건이 단계적으로 완화되었음에도 지식 및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피해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신청을 하지 못한 점은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재해 지역 고용 대책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중앙 정부와 재해 지역인 3개현(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지방자치단체는 3월 중으로 고용조정보조금 특례조치, 실업급여 특례조치, 신규 졸업자 취업 지원 관련 주요 경제단체에의 요청, 고용센터의 취업 지원 강화 등 피해 주민의 고용 유지 및 실업 방지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실시하였다. 또한 4월 들어서는 정부의 피해자 생활지원 특별대책본부 산하에 피해자 등 취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추진회의가 설치되어 ‘하나의 일본’ 일자리 프로젝트를 발족시킨 뒤 10월에 이르기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하였다. 11월에는 본격적인 재해 복구 방안을 포함한 2011년 제3차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되었고, 12월에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 관련 특별법이 성립되는 등 긴급대응으로부터 중장기적 대책으로 중심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추가 편성된 재해 복구 관련 예산 규모는 15.2조 엔에 이르렀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고용창출기금사업에 의한 피해주민 고용 확보 계획은 전국적으로 약 4만 5천 명, 재해 지역 3개현에서 약 3만 2천 명 수준이었으며, 재해 발생 이후 2012년 1월까지 10개월에 걸친 재해 지역 3개현의 채용 실적은 약 2만 6천 명이었다. 그밖에도 각종 고용대책을 통해 고용 유지 분야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재해 지역 3개현의 2011년 4월부터 2014년 9월까지의 전체 고용 창출 실적은 약 50만 명에 이르며, 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노동력 수급 상황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해 지역 3개현 내에서도 해안 지역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는 문제점이 현재까지도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 복구 지체로 인해 고용 미스매치 문제 또한 여전하다. 그밖에도 여성의 고용 상황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또한 문제이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고용 대책과 관련해서는 고용조정보조금 특례조치와 실업급여 특례조치에서 드러난 몇 가지 한계를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먼저 고용조정보조금 특례조치와 관련해서는 재해 지역 가운데에서도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집중된 해안 지역에 대한 고용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수산가공업 등 지역 내 산업 재건이 더디어지면서 해고가 더욱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고용조정보조금의 경우 실제로 신청을 하여도 수개월 후에야 지급되는 사례들이 다수 나타났는데, 이는 당장의 지불 능력 부재로 인한 해고 또는 폐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했다. 실업급여 특례조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례조치에 따른 실업급여 연장이 만료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도 고용 상황 개선이 더디고 고용 미스매치 문제가 계속되면서 실업자들의 구직 활동마저 제약을 받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고용 재난 관련 대책

일본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다면, 한국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위험과 재난 관리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험을 개인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위험 관리의 한계’가 지적되었고, ‘재난의 발생과 피해 정도는 재난의 예방과 대비, 복구와 재건 과정에서 재정적·사회적 자원을 얼마나 투입하고 어느 곳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된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한편, 지역 수준에서의 재난 및 위험 관리와 관련해서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또는 지역재생/지역회복력에 관한 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리질리언스는 지리학자 및 도시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역 회복력’이라는 용어로 번역 사용되고 있으며, 흔히 ‘경제 사회 구조적 변화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리질리언스가 “위기(충격)으로부터의 ‘회복’ 및 충격의 흡수뿐만 아니라 충격을 대비한 능력을 포함”함을 강조하면서, “회복의 두 차원으로서 속도와 수준이 모두 중요함”을 지적하는 논의도 있다.

리질리언스와 지역 고용에 관한 기존 논의들 가운데 “인적 및 노동 시장 구조가 다양화된 지역들이 지역 회복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인적 자본 영역에서 지역 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고용은 리질리언스의 독립변수가 아니라,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양자 간의 관계를 잘못 설정한 데 따른 오류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OECD 역시 기본요건으로 고용을 꼽고 있다는 점 역시 참고할 수 있다. 국내에서 리질리언스 논의의 영향을 받아 수립 및 시행된 지역 고용 정책 사례로는 2013년 고용촉진별구역 제도를 들 수 있다. 물론 2009년에도 쌍용차 평택공장의 대규모 고용 조정에 대한 지역적 고용 대책으로 고용노동부에 의해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이 이루어진 바 있으나, 2013년에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고용 관리 지역, 고용 위기 지역, 고용 재난 지역의 3단계 관리 체계라는 단계적 접근이 도입된 바 있다. 2013년의 고용촉진특별구역 제도는 통영지역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한 고용 사정 악화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12월에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이 제도를 통해 2016년 위기를 맞은 조선업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었고, 이에 따라 조선업 밀집지역에 지역 노동자 및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용, 복지, 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조선업 희망센터’가 설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상의 시도들은 지역 사회 위기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에 근거한 리질리언스 접근에 비교할 때 여전히 제한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더해 지역 사회 전반 및 지역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 역시 구조조정 등 산업적 요인으로 제한되고 있다.

재해 발생 시 고용 대책 과제

일본의 재해 지역 고용 대책 검토를 통해 향후 대규모 재해 지역 고용 대책과 관련해 한국에도 시사점을 주는 중요한 과제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중장기적 고용 대책의 필요성이다. 실업급여와 고용조정보조금의 특례조치, 고용창출기금사업을 활용한 고용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지역 산업 재건이 병행되지 않으면 노동 시장 악화가 구조화될 우려가 있다. 재해 전후 재해 지역의 노동 시장 특성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촉진을 중심으로 한 산업 재건을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

재해 발생 직후 해당 지역에서는 긴급 복구사업이 시행되면서 일시적으로 건설 및 전기·가스·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관련 일자리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일정 수준 복구가 된 후 이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건설 및 기반시설 관련 주요 기업들은 으른바 ‘재해 복구 특수’를 누리게 되는 것인데, 이들 기업이 단기적 사업 활동 이후 철수하기보다는 재해 지역의 고용에 대해서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밖에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나타난 극심한 인구 유출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재해 발생 이후 전출자들은 주로 청장년층과 고학력자 등 타 지역에서의 구직 활동이 비교적 유리한 인구집단이었다. 반면, 대지진 이후에도 재해 지역 내에 남아있던 이들은 고령자, 저학력자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인구집단이었다. 이들에 대한 고용 대책으로서 사회적 기업 육성 또는 노동자의 연령 및 학력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 산업의 전략적 지원 육성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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