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감정노동

by 센터 posted Oct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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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원 센터 청년활동가 




감정노동이란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기업들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서비스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고,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8퍼센트나 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과한 서비스정신은 서비스를 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들 간에 불필요한 상하관계를 만들어 냈다. 우연히도 이러한 감정노동에 대해 알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청년 감정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    ‘청년들의 버킷리스트’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프로젝트 ‘직성탈출’이었다. 


청년들의 버킷리스트‘


감정노동 해소’라는 하나의 주제로 낯선 사람들과 감정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터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곡선으로 표현해 이야기하는 감정노동 곡선 그리기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할아버지 손님에게 겪었던 감정노동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 카페에선 계산대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한 후 음료가 완성되면 손님이 직접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유독 카페에 들어오면서부터 큰소리를 치던 그 할아버지 손님은 주문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후에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커피를 가져오라는 말을 했다. 커피가 준비되었고 할아버지에게 가져가란 말을 하자 고함을 치며 왜 갖다 주지 않느냐며 화를 냈다. 그 당시에도 화가 났지만 손님이란 이유로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채 할아버지가 테이블에 흘리고 간 커피만 닦아내고 말았다. 


프로그램에 함께한 사람들이 적어낸 감정노동 곡선을 보며 알게 된 점은 감정노동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에 내가 생각하던 감정노동은 단순히 서비스업종에서 고객과 응대할 때 생기는 노동으로 여겼다. 하지만 감정노동은 보다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결국 필요 이상의 것들을 요구하는 태도들이 감정노동을 생산해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노동곡선.jpg


직성탈출


직성탈출은 ‘직장 내 성희롱 OUT프로젝트’이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성희롱과 관련한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교육을 하거나 예방 교육용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요 활동 중 서포터즈를 모집해서 성희롱에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며 일터에서 경험하는 성적인 감정노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조정에 관한 역할극을 진행했는데 조정이란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분쟁의 해결 절차 중 하나로 중립적인 제3자(조정자)가 당사자의 분쟁 또는 협상에 개입하는 것이다. 역할극은 주어진 여러 상황들을 고르고 행위자, 피해자, 조정자 각 역할들에 맞게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공사장에서 사무직 역할로 피해자 역이었다. 나와 동료는 가해자로부터 옷차림에 관련된 성적인 언행을 당하여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가해자를 고소하려는 상황이었다. 역할극을 진행하면서 나와 동료는 우리가 얼마나 성적인 수치심에 시달렸을 지에 대해 경험담을 다시 꺼내야 했다. 우리가 당신에 의해 이러이러한 감정노동을 겪었다는 말을 하는 동안 난 겪은 일을 되풀이 한다는 것에도 큰 감정노동을 다시 소비해야 했다. 우리는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언행에 대해 인정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속해있던 역할극의 가해자는 물론 다른 역할극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느꼈고, 심지어 그럴 만한 사유였다고 자신을 대변하기도 했다. 


서포터즈 활동을 끝내고 예방용 포스터를 배포하러 다녔다. 어느 편의점에 들어갔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캠페인을 설명하고 있는데 점장이 대화에 끼어들며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점장에게 캠페인에 대해 다시 설명하고 있는데 점장은 내 말을 가로막으며 포스터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다음 아르바이트생에게 무례한 손짓으로 성희롱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인서를 달라고 하며 나에게 보여 주였다. 누가 봐도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의무적으로 사인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사인서 같지도 않은 사인서에 난 포스터를 주지 못한 채로 기분만 상한 채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직성탈출을 하며 감정 노동자에게 공감하는 태도만으로도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성탈출.jpg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위한 안내서


감정노동 그 후


산업화시대에 서비스산업은 더욱 중요시 되어간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럴 만 하다고 하는 잘못된 가치를 내세우며 감정 노동자에게 더한 감정노동을 행한다. 감정노동자보호법에 대한 최근 기사에 의하면 지난해 6월에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 유독 창구에서 고객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곳에 상시 고충처리기구를 만들어 상담 지원 업무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조항이 신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분위기와 윗선에게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이유 등으로 잘 실시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라 한다. 그리고 콜센터 직원 대다수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임으로 법에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고충을 들어준다는 건 앞으로의 고충들도 견디라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그리고 회사에게 두 번의 감정노동을 겪고 있을 뿐이다. 고충처리기구를 만들어주기 보단 감정노동을 가하는 가해자들의 법적인 처벌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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