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정직하고 노동은 존엄하다

by 센터 posted Oct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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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이삭 줍는 여인들Les glane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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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줍는 여인들Les glaneuses 1951, 캔버스에  유채, 109.5×209.5cm, 파리 피카소미술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세 여인이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운가?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가난한 농민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19세기 중엽은 땅에 떨어진 낟알조차도 함부로 줍지 못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던 참담한 시대였다. 장 프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4~1875)의 〈이삭 줍는 여인들Les glaneuses〉은 떨어진 이삭이라도 주워 모아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던 소작농들의 피폐한 삶을 보고 느낀 대로 그린 ‘사실주의’ 그림이다. 


작품은 당대에 주목받지 않은 여성, 그리고 그들의 고된 노동과 삶의 이야기다. 그저 묵묵히 낟알을 줍는 데 몰두하고 있는 표정 없는 여인네들의 검게 탄 얼굴과 거칠고 투박한 손, 그리고 굽은 어깨는 그들의 고단한 하루를 말한다. 그러나 이 일하는 여인들에게서는 결코 비천한 모습이 아닌 경외심마저 느껴진다.


이삭 줍는 여인들 너머 저 멀리에 추수한 곡식이 황금빛을 내며 풍요롭게 쌓여 있고 추수단을 분주히 나르는 일꾼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말 탄 지주의 모습은 이삭 줍는 여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계급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났다. 프랑스의 비평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왜곡된 평가를 내놓았다. 가령 〈이삭 줍는 여인들〉을 서정적이면서 드라마틱한 화면 구성으로 빈부 격차를 고발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하는 것이라며 부르주아 비평가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밀레를 위험한 인물(블랙리스트)로 생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혁명의 동지로 여겼다. 하지만 밀레가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듯이 그 어떤 이념도 정치도 옹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농민의 고된 생활을 그대로, 그러나 어떤 참담한 심정이나 울분 대신 온화한 서정과 일종의 종교적인 경건함을 담아서 묘사한 것이었다. 


밀레는 인간을 이상적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오직 땅은 정직하고 노동은 존엄하다는 것. 따라서 땅과 노동을 원천으로 삼은 인간은 정직하고 존엄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인간을 탄생시켰다. 그래서 이 그림은 감동적이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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