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우산 든 사람들이 노조할 권리를 외쳤다. 이미 헌법에 새긴 권리였으니 새삼스러운 얘기였다. 노조 만들었다고 쫓겨난 사람들이 많았으니 매번 새로운 얘기였다. 법이 멀었다. 구호 따라 주먹이 하늘에 가까웠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촛불 켠 사람들이 새로운 나라를 외쳤다. 온갖 공약에 선명했으니 지근거리 저 앞이었다. 삐죽 솟은 돌부리가 많아 걸음이 자꾸만 꼬였다. 돌덩이 하나같이 굳은 땅 아래로 깊어 삽자루가 자꾸 튕겼다. 코앞이 멀었다. 기어코 노조 우산 아래 든 사람들도 여전히 길에서 비를 맞는다. 땡볕 아래 붉게 익어간다. 안전장치 없는 현장에서 떨어져 죽지 않으려고 애쓴다. 쨍하고 해 뜬 날 큰 우산 펼쳐 작은 그늘을 지었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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