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직성 탈출 서포터즈

by 센터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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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직장 내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


서구에서는 일찍이 성희롱이 문제되어 왔고 법적 규제도 발전해 왔다. 성희롱은 서구의 ‘sexual harassment’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며, 직역하면 ‘성적 괴롭힘’이다. 성희롱이라는 말은 1990년대 서울대학교에서 교수가 계약직 직원인 조교를 성희롱하고 조교가 이에 대해 거부하자 재계약을 거부한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피해자가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해 손해 배상을 청구한 민사 소송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에 대해서 사용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예방하고, 발생 시 행위자를 조직 내 규칙에 의해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고, 벌칙 규정은 사용주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용주가 성희롱을 했거나, 성희롱 행위자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 행정 처벌인 과태료만 부과할 뿐이다. 따라서 법률상 직장 내 성희롱은 범죄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률 취지는 직장 내 성희롱을 발생시키는 주요인을 수직적 권력 관계에 기인하는 조직 문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희롱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뿐 아니라 근로권까지 침해되기 때문에 성희롱 행위 자체는 성폭력 범죄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피해는 막대한 불법 행위이므로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막을 수 없고 조직 내에서 공정하고 자율적인 예방 및 해결로써만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성적 농락’, ‘성적인 장난’이라는 뜻을 가져 현상이나 사건을 가볍게 또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시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성추행 또는 성폭행에 비해 경미한 것으로 인식하고,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차별 요소를 포함하기에 부족하고, 여성성을 매개로 한 부불노동 및 직장 내 성차별이 계속 재생산되고, 해결되지 않는 것은 용어가 잘못 고착, 사용되는 문제도 있다.


아르바이트 사업장 내 ‘sexual harassment’


아르바이트 사업장 내에 성희롱, 성추행뿐 아니라 화장이나 옷차림 등 외모 통제(꾸미기 노동), 친절한 태도 강요(카운터 노동), 남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차별하는 등 성적 괴롭힘이 일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잠시 거쳐 가는 부업으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고, 아르바이트 구조 특성 상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 및 구제절차가 어렵다. 그래서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사건이 일어나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거나, 성적 괴롭힘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참고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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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 알바노조에서는 여성 아르바이트 500명을 대상으로 꾸미기 노동, 카운터 노동 등 여성 아르바이트들이 수행하는 부불노동 및 성적 괴롭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 화장이나 옷차림 등 외모를 통제하는 꾸미기 노동 비율이 45퍼센트였다. “구두는 기본으로 요구해서 샀고, 머리는 망이 있는 핀을 요구해서 사서 사용했다”, “H화장품 매장은 자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서 바르도록 요구했다”, “립스틱 브랜드와 색상을 정해주었고, 스타킹 또한 커피스타킹만 허용했다”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강매하거나 사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구두나 머리망 등을 사비로 구입하게 했다. 


S영화관 매장의 경우 용모 기준을 규정하고 용모 기준에 맞게 외모를 꾸미도록 강요했다. 근로기준법 제 50조 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되어 있다. 용모 기준을 규정하고 기준에 맞게 외모를 꾸미도록 강요한다면 꾸미기 노동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이므로 실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 당연히 줘야 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고용 업종이 서비스산업 직종이기에 면대면으로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할 뿐 아니라 서비스직원이기에 얼굴이 화사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몸매 지적 등 여성성을 매개로 수행해야 하는 노동이 존재했다. 남성 고객이 많은 피시방의 경우 대체적으로 낮 시간대에 여성 아르바이트가 많이 고용되고 야간은 남성 아르바이트가 고용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외모 품평 비율은 98퍼센트였다. “잘 웃을지 알고 너(여성)를 뽑았는데 그렇게 안 웃으면 어떻게 하냐?”, “너 같으면 예쁜 직원이 있는 곳에서 물건을 믿고 사지 못생긴 직원이 있는 곳에서 사겠냐?” 등 구체적인 답변도 있었다. 외모를 품평하는 사회에서는 꾸미기 노동 강요와 카운터 노동이 계속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외모의 우열을 가르는 것으로 이어져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에 수명이 생기게 된다.


피시방.jpg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


여성 부불노동 및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문제는 예방 및 교육을 통해서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라 사용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하여야 한다. 사용주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는 물론,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견노동자 등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상 담아야 할 내용(법령, 처리 절차 및 조치, 상담 및 구제 절차)이 포함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특례조항으로 상시 10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교육자료 또는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법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아르바이트 사업장 대부분의 경우 상시 10명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되는데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관한 법률 지식이 없을 뿐 아니라 실시하고 있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형식상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직성 탈출(직장 내 성희롱/성적 괴롭힘 OUT 프로젝트)


직장 내 성희롱 법제도 및 용어의 한계, 성적 괴롭힘, 여성 부불노동에 문제의식을 갖고 작년 11월부터 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직성 탈출 팀을 꾸렸다. 몇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어떻게 확산 시킬 것인지 기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인식 확장과 개인적 대응력·면역력을 기르고,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두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7월 15일부터 8월 5일까지 총 4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아르바이트 사업장 내 성적 괴롭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성 탈출 서포터즈를 기획·진행했다. 내용은 이렇다. 아르바이트 내 성적 괴롭힘 현상을 젠더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강의를 들었고, 아르바이트 내 성적 괴롭힘 사건 분석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률 교육 및 처리절차, 구제절차 방안에 대한 교육을 듣고 사업장 내 성적 괴롭힘 분쟁 시 분쟁 해결을 위한 모의 조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직장 내 성희롱/성적괴롭힘 관련 활동 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으로 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사업장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데서 문제를 느껴 상시 10인 미만 사업장에 배포할 성희롱 예방교육 포스터를 제작했다. 9월부터 비영리단체, 아르바이트 사업장, 대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배포하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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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안에서 남성 노동자와 공통으로 수행하는 노동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로서 수행하고 있는 노동이 있다. 여성 노동자로서 수행하는 노동은 언제나 부차적인 노동으로 인식됐고, 주요 노동 해결 과제에 포함되지 않거나 포함되더라도 일부에 불과했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근절시키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이루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은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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