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는 마중물 역할

by 센터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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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한 달, 현장에서는


박준형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의미와 한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노동 정책에서 가장 부각되는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상징적이면서도, 직접 개입하기 쉬운 공공부문에서부터 성과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오랜 기간 치열하게 전개된 노동조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린 상황이다.


기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긍정적인 의미에서) 차별적이라고 주로 평가되는 부분은, 사용사유 기준으로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화를 제시하고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비해 예외 사유를 크게 제한했다는 점, 간접고용 비정규직까지 전환 대상으로 본다는 점, 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도 포함하여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전환을 추진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 대표와 직접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정책 추진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지난 정부들에서 말뿐인 비정규직 정책은 내용의 부실함도 문제였지만 그조차 관료와 사용자들이 무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도 거의 겹친다는 점은 흥미롭다. 전환 대상에 예외가 여전히 상당히 많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당사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위탁’, ‘임대 계약’으로 위장한 용역 계약이 전환 대상에서 미루어진다거나, 정부의 예산 집행 구조에 불과한 국비 지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전환 예외로 간주된다. 강사·교사의 경우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2.인천공항.jpg

2017년 5월,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공공운수노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전환에 대해서는 자회사 여부가 큰 쟁점이다. 코레일의 여러 자회사처럼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는 영세한 자회사가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관리의 편의성을 부각하면서 자회사를 유력한 모델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은 예산 문제와 신분 문제가 함께 부각된다. 생활임금 보장과 함께 근속·숙련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또 다른 차별인 ‘중규직’ 논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규직과 완전한 통합도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책은 모호하다. ‘직제 부여’도 명칭 변경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있다.


노조와 협의도 그렇다. 지난 정부에 비해 엄청난 변화라고 할 만큼 정책 수립 과정에서 관계부처가 노정 협의에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의 창구인 고용노동부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 주요 부처는 온도차가 크다. 현장은 더 심하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버티면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을 기대하는 사용자의 해태, 지연이 일상적이다. 전환심의위원회(직접고용)는 이미 지난달 말에 구성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구성되지 않은 곳이 숱하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협의해야 할 노사전문가협의회(간접고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선 이후 바뀐 것은 청와대 주인 뿐, 아직 일선 행정기관 관료들과 공공기관의 사용자는 똑같은 사람이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런 가운데 노사 협의가 진행되는 모범적인 사례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노사가 참여하여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정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노사가 협의해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모범적인 노사에 대해서는 정부 쪽에서도 적극적인 화답이 필요한 대목이다. 


대통령이 방문한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노사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노조 측 대표단은 다수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면서도 소수 노조를 배려하는 구성안을 자문단이 제안했다. 협의에 참여할 전문가는 노사가 함께 협의하여 추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노동조합 가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회사 내 정규직 전환 저항세력도 있고 용역업체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지만, 노사 간 충실한 협의가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처 차원에서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공공연구노조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여러 기관에 공통적인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심각한 연구 현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공통의 기준을 마련해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노동조합의 노력도 빛나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철도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들에 제안해 ‘철도비정규직연대회의’를 구성하고 함께 연대하고 있다.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같은 목소리로 요구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숨어있는 직접·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찾아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파악하고 노조 가입도 안내하고 있다. 가스공사지부는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전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모범적인 일부 사례 옆에는 똑같은 거울상과 같은 부정적인 사례가 나타난다. 인문사회계 출연연구기관에서는 관할 부처가 공동기준에 책임지기를 회피하면서 현장에는 큰 혼란이다. 국립대병원 사측은 서울대병원 사용자가 나서서 공동 전환 기준 마련 절차를 훼방 놓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조의 대표성을 부정하고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하겠다는 석탄공사가 있는가 하면, 용역업체 사용자에게 업체 소속 ‘근로자대표’를 보내라고 요청하는 철도공사 사례도 있다. 그러자 용역업체 관리자가 ‘근로자대표’를 자임하고 협의에 나오는 실정이다. 우정사업본부 자회사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정책 추진을 해태하면서 사각지대에 빠졌다.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마사회 마필관리사와 같이 다단계 하청과 같은 경우에는 실태조사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연대가 아쉬운 사업장도 나타난다.


2.마필관리사.jpg

2017년 7월,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쟁취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열었다.(@공공운수노조)


정부, 사용자, 노동조합의 역할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어차피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다. 공공부문에서 성공할 때 민간까지 확산하자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공공부문의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궁극적인 사용자인 정부가 정책 성공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다.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로, 말뿐 아니라 실제로 작동되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장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관료와 사용자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장기투쟁 끝에 결국 장례를 치르게 된 마사회 마필관리사 박경근·이현준 열사 투쟁과 합의 과정을 볼 때, 마사회 경영진 일부는 끝까지 사태 해결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들을 교섭에서 배제하는 정도로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예산이 소요되고 정원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열악한 상황에 방치하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상화’는 공짜로 되지 않는다. 정부가 먼저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순서가 거꾸로 되어서는 현장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결국 정책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 


다음은 사용자의 역할이다. 사용자들은 지난 십수 년간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외주화, 비정규직화가 ‘효율성’ 증진이라고 생각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해 왔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앞장서 추진하고 노조와 충실히 협의해야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마사회 사용자와 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도 끝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면하다가는 국민적인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이 대목에서는 기존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산별 노조(연맹)의 역할이 각각 있다. 기존 정규직 노조에게는 사실 불안감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기득권이 침해되지 않을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입직 경로가 불투명한 비정규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부작용은 없을지 걱정한다. 타당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정규직화 과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인 비정규직 차별과 양산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어차피 한 사업장, 한 식구가 될 노동자들인 만큼, 먼저 손을 내밀고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그래야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힘도 강해진다. 예를 들어, 정규직 전환 정책을 먼저 추진했던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관리공단노조는 전환된 노동자들을 모두 노조에 가입시키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연대를 통해 전환자의 처우를 먼저 개선하고 하나의 노조를 확대, 강화했다. 노조의 힘이 커진 만큼 앞으로의 문제들을 해결할 힘을 더 얻은 것은 물론이다. 


비정규직 노조들도 조직화에 더 힘써야 한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이 참여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려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가 없어 곤란한 경우도 많다. 이번 과정을 계기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우리 조합원만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기조로,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통해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온통 조직력을 신규 조직화에 쏟고 있다. 산별 노조(연맹) 등 상급 노조도 이러한 노력에 투자를 배가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등 주요 사업장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8월 말 임시대의원회를 통해 10억 원 규모의 조직화 기금을 마련해 현장의 비정규직 노조 가입과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외에도 양대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함께 하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강요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당근’으로 제시한 인센티브 1600억 원을 반납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노동조합들의 이러한 노력이 정부, 사용자의 전향적인 태도와 만난다면 충분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정책은 애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을 현장에서는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공공부문에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비정규직 철폐 과제를 한국 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점도 뚜렷이 느끼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들의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기고 있다. 전체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로 공공부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주체들과 여론, 시민사회의 더 많은 애정 어린 관심과 비판, 지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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