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답은 현장에 있다

by 센터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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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점과 대안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화에 대한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지난 7월 20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 의지와 맞물려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화 방안 중의 하나로 제기된 자회사 방식 모델과 이행 로드맵도 거론되고 있다. 촛불시민혁명의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열망을 실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의 쟁점과 더불어 바람직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언제 : 8월 2일(수) 오후 4시 

° 어디서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

° 사회 : 이남신 센터 상임활동가

° 참석 : 백영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경희대분회 부분회장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신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남우근 센터 정책연구위원

° 정리 : 강인수 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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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장에서는…


이남신 : 오늘 주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점과 대안’입니다. 이런저런 정형화된 정규직화 방안 이야기는 많았지만, 학술연구자나 전문가들 사이의 쟁점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먼저 각 사업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규직화 현황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백영란 : 경희대분회는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시대의 막을 올렸습니다. 2016년 12월에 학교와 합의서를 체결했고, 지난 7월에 학교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 전환했어요. 이제 한 달 됐는데 아직 어떤 내용을 담을지 확정되지는 않았어요. 학생, 연대 단위들과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고, 조합원 교육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철 :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이후에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들이 TF팀을 꾸리고, 연구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위원회 구성을 위해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우리와 상급단체가 다른 한국노총이고 우리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지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고,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사 일부, 언론 일부에서 자회사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장준 : 희망연대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해서 세 가지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방송사인 딜라이브(전 씨앤앰)는 2016년부터 원청 직접고용하기로 해서 하도급업체 설치 수리기사들 천여 명 가운데 올해까지 3백 명 정도 직접고용 될 것 같고요. 5월 1일자로 정규직화를 쟁취한 다산콜센터는 서울시가 재단을 만들어 120다산콜재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인 SK브로드밴드는 103개 하도급업체를 흡수해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어요. 노동조합은 올해 초에 사측 의도를 인지했고, 4월부터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죠. 현재 98개 업체 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이른바 ‘미반납센터’ 5개 센터의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바람직한 정규직화 방안은


이남신 : 딜라이브는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이뤄냈고, 경희대분회와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 다산콜센터는 재단 방식의 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네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규직화 방안을 둘러싸고 노사 간, 노노 간, 또는 무노조 간에 치열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는 양상입니다. 남우근 위원님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단(중앙컨설팅팀)에서도 활동하고 계시니 정부의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남우근 : 공공부문에 대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과 설명자료 내용을 보면 상당히 포괄적이고 전향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노동계가 수년 동안 요구해왔던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고 내용을 촘촘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우려점이 있습니다. 정부 표현으로는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지만 기존의 무기계약직 형태와 어떤 차별성이 있을지가 우려됩니다. 몇 개 직종을 제외한 가이드라인 자체도 그렇고, 특히 간접고용의 경우 자회사나 사회적 기업 형태까지 열어놓고 있어요. 그리고 노동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중요한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맡고 있잖아요. 노동부가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죠. 정부는 일정정도 의지가 있고, 기존과는 달리 전향적인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예산 확보의 문제, 부처 간 협의의 문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자회사나 사회적 기업 방식 등을 말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발생되고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이남신 : 이명박근혜 정부에 비해 전향적이고 진전된 가이드라인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으로 내려올수록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기는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첫 번째 현장 방문해서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한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도모델로 주목받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신철 : 대통령이 현장방문 오는 걸 우리는 아무도 몰랐어요. 5월 12일 당일에서야 발언할 사람 섭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알았죠.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는데 정부 의지는 알겠지만, 현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 임원도, 신뢰 없는 노사 관계도 안 바뀌었어요. 노동자들 해고하고, 4월까지 투쟁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항공사가 정규직화의 모델이 되어버린 거죠. 정규직화 방식도 계속 논의 중에 있지만, 공사는 비공식적으로, 일부 임원들과 직원들은 물밑에서는 자회사 방식을 얘기해요. 그러면서도 우리한테는 노동조합이랑 협의해서 결정할 거라고 말하죠. 정부와 공기업이 모범 사용자가 되어야 하잖아요. 모범 사용자로서 공기업이 되려면 사용자가 책임지는 구조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고용을 주장할 것이고,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조합원들 설득하고 조직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전환을 하든지 논쟁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래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커서 5월 12일 이후 조합원이 6백 명이나 늘었어요. 


백영란 :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우리도 겪고 생각했던 거예요. 당사자 간의 동의 없이 정부에서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없다고 봐요. 노사 간 합의가 있고,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에 추진해야지 급작스럽게 이루어져서 우여곡절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시립대의 경우도 박원순 시장이 공약으로 정규직화 하겠다고 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갑자기 들어갔거든요. 경희대분회는 2012년에 정규직, 협동조합, 용역, 자회사, 사회적 기업, 이렇게 다섯 가지 고용 구조를 연구한 적이 있어요. 몇 번씩 엎어질 뻔한 적도 있고요. 정규직에서 반대하기도 했고···. 우리는 왜 청소 노동자를 저임금으로만 내모느냐며 대학이 공공기관임을 인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학교·학생·정직원·노동자 다같이 이사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가 100퍼센트 출자해야 한다, 학교는 사용자성을 인정하라는 조건을 걸었죠. 그런데 이사회 상정도 못해서 2016년 12월 2일에 총장실 점거를 했어요. 8시간 만에 학교 측에서 대화를 요구했고, 저희도 한 발 물러서서 4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죠. 몇몇 노조 간부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며 자회사는 사기 직고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 현장 조합원들 생각은 달랐어요. 일단 자회사를 만들어 우리 처우를 우리 손으로 개선시키고, 사회적 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을 한번 내디뎌보자는 게 조합원들의 뜻이었어요. 거의 1년 반 정도 조합원들과 토론을 하고 누구 하나 강요한 게 아니라 동의하에 만들어낸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들은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박장준 : 희망연대노조는 사업장마다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규직화 모델도 제각각이지만,  원청 사용자들이 사용자 책임을 지고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만든 건 분명한 성과인 것 같습니다. 딜라이브 같은 경우, 우리가 또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범 사례이면서도 가장 힘들었다고 평가해요. 처음부터 정규직 노조가 먼저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하기 시작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 하도급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이 해고되자 정규직 노조가 쟁의권을 따서 파업에 들어갔어요. 그 사이에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고공농성, 노숙농성을 몇 달 동안 진행했고, 결국 사장까지 바꿀 수 있었죠.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해서 이후 전원 복직하고, 정규직화를 강하게 추진하게 된 거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18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정규직 노조는 임단협 안건에서도 임금 인상률보다는 정규직 전환 규모 수준을 주요한 안건으로 다뤘고, 사측과 교섭을 했어요. 사모펀드의 경영 방향을 바꿔낸 투쟁이었다고 봅니다.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


이남신 :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한창 진행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간접고용이 가장 많고 대표적인 적폐들이 많이 쌓여있는 곳인데요. 박근혜 정부 시기 임원들도 그대로 있어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있을 테고, 이러저러하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곳이라 모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철 : 우리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과 충분히 설득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열어놓고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인천공항에서 만 명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건데 자회사 구조로 가면 약 4개월 남은 상황에서 지금의 용역업체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거거든요. 그 구조에서는 변할 게 없어요. 그러면 우리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도 크죠. 공항공사는 노동자들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떤 직종은 중요하니 직접고용으로 가고, 어떤 직종은 덜 중요하니 자회사로 합시다 라고 이야기 할 기준이 없죠.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기준도 없는 거고요.


백영란 : 직접고용과는 다른 자회사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저는 자회사 방식을 동의했어요. 우리는 조합원 평균 나이가 60대 초중반이예요. 정규직 정년이 60~61세란 말이죠. 그러면 정규직이 되는 순간 60~70퍼센트는 그만둬야 해요. 청소 노동자는 50퍼센트 이상이 가장이에요. 정부의 노령 대책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70~80대까지도 일해야 하죠. 우리가 단결하고 투쟁하면 자회사를 만들어도 정규직 못지않게 안전하게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조합원들도 투쟁을 통해 정규직 못지않은 처우개선을 해보자는 데 동의했고, 지금도 투쟁 모드로 가고 있어요. 요즘도 하루에 한 번은 본관을 돌아요. 그렇게 현장 투쟁력을 키웠고 손수 일궈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거죠. 우리가 선택한 것은 한 단계 한 단계 개선시켜나가는 겁니다.


남우근 :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이나 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희망연대노조는 딜라이브와 SK브로드밴드가 유사한 업종인데도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나 각 사업장의 노사 간, 노조 간 힘 관계 문제가 다른 형태로 풀린 주요요인인 것 같습니다.


박장준 : SK브로드밴드가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는 건 중요한 성과라고 봅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으로 쟁취한 엄청난 성과죠. 그래서 조합원들도 찬성한 거고요. 물론 자회사 안이 처음 공개됐을 때 비판하는 조합원들도 많았어요. 결국 하나의 덩치 큰 하도급업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습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죠. 그런 측면에서 다섯 개 업체 2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계속 투쟁하고 있는 거고요. 기술 서비스업종 노동자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기본급에 건당 실적급을 받는 구조예요. 자회사를 찬성하면서 내건 조건이 새로운 임금 체계를 설계하는 거예요.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높은 통상급 위주의 임금 체계를 요구할 것이고, 교섭을 할 겁니다. 이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남우근 : 민간 영역에서의 자회사 형태인 거고 노사 간의 힘 관계를 통해서 쟁취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는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내용적으로는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과제이긴 하죠. 그러나 공공부문은 좀 다르죠. 민간부문은 제도적 제약이 없고, 노사 간 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공공부문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사회적 압력이 작용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는 그동안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싸운 것도 있지만, 탄핵 국면과 맞물려 현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정부에 요구해 왔던 환경들이 현재의 조건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이런 환경 속에서 어디까지를 실제로 정규직화의 의미를 살리는 쪽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신철 : 우선 인천공항이 중요 국가 관문이고, 안전과 관련했을 때 모든 업무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직종으로 구분하는 것은 추상적일 뿐 현장에서 하루에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상황에선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모두 같이 의사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도 업무들을 나누고 분할하는 방식의 자회사는 공항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요. 사용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 하에서만 유기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희망연대노조나 경희대분회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올해 안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심지어 아직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1만 명인 거예요. 자회사 방식으로 간다면 지금의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모든 계약된 인원 전체입니다. 업체 대표격인 소장도 모두 포함됩니다. 자회사 방식이면 이들도 모두 현재 자리 그대로 일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집단적으로 반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자회사 방식은 지금 구조를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지부가 그동안 주장한 안전한 공항, 모범사용자로서의 정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우근 : 공공이든 민간부문이든 법적인 조건을 갖춰야 하는 필요조건과 정규직화 본질이라는 충분조건이 갖춰졌을 때 자회사 형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업의 독자성과 운영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만 독자적인 회사로 보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회사는 원청의 하나의 노무관리 부서로밖에 볼 수 없죠. 자회사로 했을 때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구조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용 승계와 안전 문제, 임금 등 처우 개선 문제, 노동조합과 관계 문제, 조금 더 나아간다면 120다산콜재단처럼 경영 참여 문제까지 정규직화 본질이 구현되는 충분조건까지 따라줘야 하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 논리가 많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자회사는 구조조정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의 자회사는 용역 형태에서 고용을 중심에 보다 가깝게 끌어당기는 형태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화 하겠다는 맥락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임금에 대한 부담, 고용 인원 차이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우회해서 가겠다는 측면에서 자회사 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향후에도 분란이 될 수밖에 없죠. 자회사를 추진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각자의 자기 논리가 있어야 하고 실태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노동 과정에 대한 특성, 임금 체계 등에 대한 고민도 당연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 노동조합 역할은


이남신 : 딜라이브 정규직 노조가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긴 했지만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규모가 크면 난감해지는 측면도 있고요.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가장 간명하고 실질적인 대안이란 건 맞지만, 실제로 적용 가능한 현실에서 정규직화 방안이 뭔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자회사 모델과 관련해서 신중하게, 현장 중심적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네요. ‘문재인만 진보적이다’라는 얘기도 있어요. 그런데 아래로 내려올수록 적폐는 그대로 있거든요.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시각은 어떤가요?


신철 : 저는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대통령 지지율을 봐요. 솔직히 한치 앞을 모르겠어요. 공항에서 10년 동안 일했지만 이번 일은 전무후무한 사례거든요. 예전에는 사측만 상대하면 됐는데 지금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적폐세력은 그대로잖아요. 싸울 땐 싸우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들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사회적 지혜가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남신 : 제가 볼 때 정치적인 요소들, 노사 관계, 무노조 관계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곳이 인천국제공항공사입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조 조직 확대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내에 1만 명 정규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반수 이상 다수 노조를 비정규 노동자 당사자들이 민주노조로 만드는 것, 결국 그게 답이다. 다수가 되면 끝이에요. 노사 관계 간명하게 정리됩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박장준 : 눈앞에 떨어진 정규직화 모델을 잘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복잡하지만 급박한 정세를 잘 뚫고 나가는 게 노동조합이 할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딜라이브 모델처럼 정규직화 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탄탄한 정규직 노조와 투쟁하는 원하청 노조가 있어야 하고, 또 모두 민주노조여야 하죠. 극한의 투쟁을 지도하고 감내하고 갈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있어야 하고,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연대 단위도 엄청 조직해야 하는 등 수많은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조직 확대가 무조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떨어질지 몰라요. 사측이 경영적 판단에서 제안할 수도 있고, 정부에서 찍어 내릴 수도 있고. 그 흐름들을 감당해낼 수 있는 조직력을 만드는 게 노동조합 운동이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백영란 : 조직 확대 진짜 어렵더라고요. 가정주부였던 분들이 보통 50대 초반에 청소하러 와요. 뒤늦게 사회를 알게 되고 시키는 일만 하니까 자존감이 낮죠. 저는 노동자들이 즐겁게 활동하면서 가치관을 바꿔나갔으면 좋겠어요. 60대는 자기를 위해 살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리들의 힘으로 해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되었잖아요. 본인들이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하나의 큰 성과죠. 그런 성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갈 겁니다. 자회사도 우리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자회사 모델을 성공시켜서 우리처럼 고령, 여성인 노동자들의 고용 구조를 개선해서 안착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콜센터처럼 우리도 민주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한 상태고요. 근로계약서에 정년을 70세로 명시한 것만으로도 조합원들의 자부심이 커요. 학교가 직접고용하든지, 아니면 사회적 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까지 같이 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남우근 :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작년, 올해, 내년 그 어간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100퍼센트 만족스럽게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각자의 현장에서 조직력을 확대하고 현장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중요한 과도기이기도 하고,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인데요. 비정규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가는 계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사례를 연구하고 정리해서 더 확산시켜 나가는 역할을 센터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남신 :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중심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노동조합의 사례가 조금씩 결은 다르지만 교집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단번에 된다면 좋겠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게 아니라면, 자주적 단결로 쟁취하는 정규직화 방안이라면 환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자 경험들의 장점을 모아가고, 가장 높은 수준의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것이 답이 아닌가. 그것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우리가 줄 수 있는 전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어려운 주제였는데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교훈과 사례를 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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