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받는’ 300만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근로감독 강화에 나서는 정부, 발목 잡는 야당
이승훈 기자 (민중의소리 / 2017. 7. 18)
2018년도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보다 16.4%가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인상액수다. 많은 국민들이 환호했다.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로만 봐도 342만명이다. 민주노총 추정치는 600만명이다. 그들에게 단비같은 인상액이다. 역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다음날 곧바로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인건비보다 더 무서운 임대료, 프랜차이즈 갑질, 카드수스료 등의 부담을 경감해주고 영세한 사업주에게는 직접 지원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자기 일이 아닌 열악한 노동자들도 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 사각지대가 더 넓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절실해지고 있다.
“당신도 최저임금 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최저임금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2016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1962만7천명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66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무려 13.6%다. 그들은 누굴까.
농림어업 종사자 중 46.2%, 숙박음식업 종사자 중 35.5%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 농촌에서 일하거나 식당에서 일하는, 우리가 흔히 보는 사람들이다.
청소년과 청년, 고령층, 여성층에서도 최저임금보다 못받는 노동자가 많았다. 19세이하는 무려 53%가 최저임금을 못받고 있었고 20-24세 청년층에선 25%가, 60세 이상에서도 41.9%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임금’이란 일한 대가를 받는 돈이다. 최저임금이란 어떤 일이어도 최소한 줘야하는 혹은 받아야 하는 최저치다. 최저임금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왜 그들은 ‘최저’도 못받는 걸까.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청년 알바노동을 용돈벌이로, 여성노동을 부업 등 헐값노동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숙박음식업과 청소년과 노인층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몰라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나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인식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4세 청년층에서는 여전히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 비율이 많다. 하지만 근 몇년간 ‘근로계약서 쓰기’ ‘알바비 떼이지 않는 법’ 등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이들 계층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노동자가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동자는 ‘사장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참 어렵다. 게다가 청소년이거나 고령의 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그렇다. 이 소장은 “이 부분에 특별히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더욱 ‘사각지대’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상공인 지원 대책은 물론, 제도적 보완으로 나아가야”
정부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인 16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지원 대책을 통해 “3조원 내외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중 30인 미만 사업장 중 부담능력을 감안해 사업자를 선정해 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한다. 또한 우대수수료 적용을 확대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시키고, 임대료 과다인상 억제 등을 통해 안정적 임차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남신 소장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치솟는 임대료, 각종 불공정행위를 막기만 해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많이 해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근로감독관을 연내 500명을 증원하는 등 근로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들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최저임금 적발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를 보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부터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수가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2013년 212만명 수준이던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는 2014년(243만명), 2015년(250만명), 2016년(280만명)까지 가파르게 늘어났다. 반면, 2013년 6천 건이던 최저임금 적발건수가 2014년에는 1600건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1500건까지 줄었다.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는 매해 증가해 250만명이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적발건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가 근로감독 강화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국회’
문제는 국회다. 정부는 국회에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및 근로감독관 증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의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까지도 “추경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들도 9월 정기국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환경노동위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사용자가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할 경우 그 차액의 3~5배가량 되는 배상금을 책임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담았다. 같은 당 이용득 의원실에서 발의한 개정안에는 최저임금액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 명단을 공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들도 지난 3월 임시국회 때 야당의 보이콧으로 처리가 지연된 바 있다.
이남신 소장은 야당이 추경을 가로막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들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대부분이 추경예산으로 진행된다”며 “빠르게 추경을 통과시켜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을들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략적으로 막아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그동안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는 너무 많이 발생하고 피해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난 감이 없지 않다”며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해도 최저임금 전담 TF팀을 만드는 등 증원된 근로감독관들의 역할을 잘 배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