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가 답이다

by 센터 posted Jul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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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현장실습’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는 노동 현장에서의 교육을 떠올릴 것이고,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재학생의 자살 사건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하다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노동자도 특성화고 출신으로서 문제가 된 업체에 현장실습 및 조기 취업을 한 사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이 매년 발생한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현장실습 명목으로 산업체에 파견된 특성화고 재학생들을 노조 탄압을 위한 구사대,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보호’라고 내세움으로써 착취와 차별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현장실습’이라는 표현 뒤에 숨겨진 진짜 ‘현장실습’의 모습을 이해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현장실습 문제를 풀어야 할지 조금은 답이 보일 것이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 현실에서는?


현장실습에 관한 법적 정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명시되어 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모든 국민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직업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직업 교육 훈련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도 이 법에 근거한다. 이 법이 정의한 현장실습은 ‘직업 교육 훈련생이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 훈련 과정’을 말한다. 법도 분명히 현장실습을 교육·훈련의 일환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현장실습은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값싸고 함부로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창구로 작동하고 있다. 자본의 특성을 이해하면 금방 답은 나온다. 학원이 아닌 이상, 이윤을 목표로 하는 산업체에서 내 직원도 아닌 사람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훈련하고 교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 거기에 더해서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산업체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단순 업무, 힘든 업무, 위험한 업무, 그래서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신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라면 오히려 환영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이주노동자 산업연수생제도였다. 현장실습생과 마찬가지로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실질은 노동자였다. 그 환영을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에서 그대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현장실습을 내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는 고등학교 재학생이 참여하는 현장실습 내실화를 위해, 현장실습 산업체 선정, 현장실습 프로그램, 현장실습의 지도·감독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현장실습 운영기준을 정해야 하고(제7조의2), 현장실습 산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전공 분야, 프로그램의 적절성, 후생복지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며(제8조), 현장실습 대상자와 산업체의 장은 현장실습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현장실습의 내용·방법 및 기간·시간, 현장실습생의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제9조). 그 외에도 법은 산업체 장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관해서는 현장실습 시간을 ‘1일 7시간, 1주 35시간’으로 정하고 야간(22시~다음 날 6시)에는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제9조의2).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고시로 ‘현장실습표준협약서’까지 만들어서 당해 표준협약서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현장실습을 정상화하겠다며 계속적으로 법률을 개정해 온 결과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정상화와 폐지 사이


그동안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대한 대안을 두고 크게 두 의견이 갈렸다. 하나는 정상화였고, 다른 하나는 폐지였다. 주로는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전히 산업체 현장실습은 매력적인 것이고, 취업의 연결고리로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률을 개정하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도 현장실습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이미 법률로 정할 수 있는 장치들은 다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었지만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과연 잘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본의 속성을 생각한다면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특히 더 많은 취업을 위해 산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학교로서는,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묵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학생들을 산업체에 맡기고 책임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반길지도 모른다.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창구로서 학교가 기능하는 순간 진짜 교육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산업체와 학교 사이에 낀 학생들, 노동자도 교육생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학생들만 고통을 입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현장실습이라고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오히려 학생들로서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교육의 기회는 오히려 넓어진다. 학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다. 교내 활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해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도 있다. 현장체험학습과 현장실습이 다른 점은 교육과 노동력 제공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 학교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장실습은 노동력 제공에 방점을 두고 학교가 학생들을 산업체에 방치하는 제도라면, 현장체험학습은 교육에 방점을 두고 학교가 학생들을 책임지는 제도라고 할 것이다. 오히려 현장실습은 교육을 파행적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작동했는데, 그 이유는 학기 중에 현장실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을 택한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고, 빈자리가 많은 교실에서 학교에 남은 학생들도, 교사도 교육에 집중하기가 힘든 것이다. 


특히나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직업 교육 훈련생은 직업 교육 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중에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고 정함으로써, 특성화고 재학생의 학기 중 현장실습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원치 않아도 무조건 현장실습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현장실습이 의무다 보니, 일하기 힘든 산업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무조건 현장실습을 나가야 한다. 또한 도중에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책망에 시달려야 한다. 진짜 직업교육을 위해서라도 현장실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현장실습 폐지, 그 후


현장실습을 폐지하면서 몇 가지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특성화고 현장실습만 폐지하면 되는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경우, 회사는 반년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반년은 전문대 현장실습생으로 공장을 채웠다. 청춘 착취, 열정페이라는 측면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이나 대학 현장실습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청춘착취자들》이라는 책은 미국에서의 대학 인턴십 프로그램을 비판하고 있는데 동일한 문제가 한국의 대학에서 벌어질 것 같지만 정작 현실이 어떠한지 우리는 모른다. 특성화고 현장실습뿐만 아니라 대학의 현장실습, 더 나아가 직업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취업의 문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는 특성화고 재학 시절 현장실습을 빌미로 문제가 된 은성PSD에 조기 취업해서 근무했다.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한 특성화고 출신 외식업체 노동자도 특성화고 재학 시절 문제가 된 외식업체에 취업해서 근무하다가 졸업 후 자살을 선택했다. 현장실습을 폐지하더라도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일하기 힘든 업체에 학생들을 취업시키느라 혈안이 될 것이다. 결국 문제의 발생 시기만 뒤로 미루어지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장실습 폐지를 현장실습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진짜 필요한 직업 교육 훈련은 노동자로서의 자기 권리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 인권 교육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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