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국정(3) 노동]
공공 일자리 확대, 새 먹거리 찾아 민간 고용창출로 이어져야
김상범 기자 (경향신문 / 2017. 5. 15)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호 업무로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고 첫 외부 일정으로 ‘간접고용의 천국’이라 불리는 인천공항을 찾았다. 일자리·노동 문제는 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방점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좋은 일자리 확대’에 찍혀 있다. 이를 위해선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악화된 노동계와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공공 일자리, 민간 파급이 관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내수 증진→민간부문 활성화 및 고용 창출. 문 대통령이 구상한 일자리 전략의 밑그림이다. 일찌감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라는 구체적 숫자도 밝혔다. 소방관, 경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무원 17만4000개와 보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일자리 30만개를 임기 내 만들 계획이다.
재원 마련은 대선 과정의 쟁점이었다. 문 대통령 측은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드는 돈을 5년간 21조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추가경정예산(추경) 10조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추경 목적이 대통령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등 예산 확보에 있어서 험로가 예상된다.
민간부문의 고용 창출로 연계시킬 세밀한 계획도 필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공공부문 확대는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은 아니며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의 질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던 제조업 분야는 고용유발계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 탐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비정규직, 노동시간 문제 주력
기간제, 계약직,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경제불평등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핵심 노동 현안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사용사유 제한은 상시, 지속적 업무나 생명안전을 다루는 업무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참여정부의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2년 미만 근로계약이 남발되고 간접고용을 늘리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사용사유 제한만 도입해도 현재 비정규직의 상당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기업과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에는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은 노동자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문 대통령은 현재 2200시간에 달하는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주당 68시간으로 간주돼 온 최대 노동시간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당 52시간으로 축소한다. 최저임금은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한다고 약속했다.
■ 반발, 사회적 대화 복원 숙제
경영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법정 최대 노동시간이 축소되고 최저임금이 오름에 따라 인건비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제조업종에서는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통해 낮은 기본급을 보전하는 것이 관행인데, 이들의 소득 감소도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소상공인 세제 혜택 등의 조치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실종되다시피 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도 숙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9월 가까스로 이루어 낸 노사정 대타협은, 이후 정부와 여당(새누리당)이 노동 5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양대 지침을 발표하자 한국노총이 노사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엎질러진 물이 됐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비정규직, 청년, 여성 모두를 대변하는 노동자 대표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한 경영계 대표,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노동계와의 관계 회복도 급선무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노동조합을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존 노사정위처럼 정부 주도보다는 업종별, 의제별로 분권화된 다양한 합의 형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