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길을 찾다] 삐거덕대는 최저임금위원회

by 센터 posted Apr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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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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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구조를 바꾸자는 요구를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2017년 첫 전원회의 파행


대선에 이목이 몰린 가운데, 지난 4월 6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파행되었다. 지난 2016년 7월,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에 반발하여 노동자 위원 전원이 최저임금위원회 구조개혁을 요구하며 사퇴를 하였다. 현재 공익위원 2명도 공석인 상황에서 조기 대선으로 인해 위촉이 늦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본래 법정시한인 6월 말까지 최저임금 책정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파행 이후 드높아진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개혁 요구와 함께 30년 가까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측, 사용자 측 위원과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최저임금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기존의 논의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300만 명,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500만 명 시대에 걸맞은 위상과 논의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 논의 양상은 최저임금위원회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그랬듯이 사용자 측 위원들은 동결을 주장하였다. 노-사 양측의 요구안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줄곧 보아 온 광경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사용자 측 위원들이 보여준 무성의와 의도적인 회의 방해는 매우 노골적이었다. 노동자 측 위원의 문제제기나 토론 요구에 대해 ‘토론하고 싶은 사람이나’ 하라는 식의 발언부터, 회의장에서 당사자의 절절한 호소를 무시한 채 ‘식사 시간이 언제냐’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용자 측 위원들의 태도나 여러 이유로 인해 회의가 공전되고 있음에도 공익위원들은 그 어떤 적극적인 대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 파행을 방조하기까지 하였다. 회의에서 중재나 개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노-사 양측에 요구안 수정만 요구하거나 알아서 합의하기를 종용할 뿐, 책임 있는 회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책임 방기는 지난해에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을 20일 가까이 넘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문제점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문제점은 회의의 비민주성, 공익위원의 대표성, 논의와 정책 수단의 제한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체협약 적용률이 11.7퍼센트(2013년 기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최저임금 책정은 말 그대로 ‘국민 임금 협상’이다. 특히 최저임금과는 무관해 보이는 노동자의 임금 결정에서도 무관하지 않다. 경총 조사에 의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봉 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20퍼센트에 달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단체 교섭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연봉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최저임금은 단체 협약 적용을 받지 못하는 88퍼센트 노동자의 임금 협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최저임금 위상에 비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매우 비민주적이다. 노사 간의 임금 교섭에서 그렇듯이 당연히 ‘범국민 임금 협상’인 최저임금 결정에서 대표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노조조직률이 12퍼센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집단이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2014년까지 노동자 측 위원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해 참석했다. 사용자 측 위원도 주로 전경련과 경총, 상공회의소와 같은 사용자 단체가 참석해 중소기업의 발언력이 약하고, 자영업자는 완전히 배제되어 왔다. 이러한 대표성 문제는 2015년보다 다양한 대표를 선정함으로써 완화되었으나, 결정 구조의 민주성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있었던 발언이나 논의를 공개하는 것은 의장의 권한으로 규정된다. 노동자 측 위원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대다수 노동자들과 교섭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다.


다음으로 공익위원의 문제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임명은 전적으로 정부에서 하므로, 사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위원’이 되기 쉽다. 공익위원 위촉 기준은 고위공무원이거나 학계 인사로 되어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단순히 학술적인 지식과 판단을 요하는 자리가 아니다. 노-사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양쪽 현장을 최대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애당초 최저임금에서 ‘공익’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 성장이 공익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소득 분배가 공익이라고 하며, 누군가는 불필요한 시장 개입이어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김영한 비망록으로 드러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 결정 의혹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단의 제한성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구다. 최저임금 금액 결정과 이에 필요한 실태조사 등을 진행한다. 최저임금에 국한해서 의제를 다루는 회의 구조는 최저임금이 현실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력을 제한적으로 만든다. 흔히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불리는 500만 자영업자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발전시켜가기엔 현재의 논의 구조는 한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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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비정규직 철폐 만원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새 정부의 역할


대선이 끝나면 최저임금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는 달라진 최저임금의 위상에 걸맞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다른 사회 정책도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허울뿐인 공익위원보다는 정부 관료의 보다 책임 있는 개입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가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 주체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회의 운영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방청과 중계를 허용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최저임금위원회 개혁과 함께, 최저임금 자체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금액을 월급 단위로 병기하는 것과 최저임금 상습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최저임금이 충분한 수준으로 인상되기 위해서는 영세자영업자와 관련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물론 자영업자 557만 명 중에서 70퍼센트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이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통념이 워낙 강력하고, 실제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신규 고용을 하고자 할 때는 이 점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의 과감한 확대와 자영업자의 전업 지원, 상가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관계 보호 강화 및 임대료 규제,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 규제에 대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보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보다 날카롭게, 보다 많은 사회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사회적 합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은 단순히 최저임금의 금액이나 미만율과 같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싸움은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문화, 임금에 대한 관행,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싸움이다. 이를 위해서 새 정부 하에서는 더욱 날카롭고 정교한 싸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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