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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터 posted Apr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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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



학교 앞 화상경마도박장 입점


“세상을 바꾸는 힘은 ‘측은지심’과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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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시민들이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반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2013년 4월 말, 학교와 주거지 앞에 화상경마도박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상경마도박장은 과천, 부산, 제주에서 하는 경마를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고 화상으로 중계를 보면서 돈을 거는 도박장이다. 전국에 화상경마도박장이 30군데 있으며 서울에만 10개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과 주민들이 다니는 곳에 이런 도박장이 입점한다는 데 아무것도 안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왔다. 서명을 받고 1인 시위를 하고 민원을 내고 기도회를 했다. 2014년 1월 22일부터 시작한 천막노숙농성은 1200일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마침내 17만 명의 서명을 받았고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서울시의원 전원, 국회의원, 용산구청, 용산구의원 전원의 지지를 받았으며 2014년 6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주민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의결을 얻어냈다.하지만 마사회는 2015년 5월 31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을 개장했다. 처음 계획대로 18층 전층은 아니었지만 5개 층, 574석 개장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마사회를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학교 앞 도박장’을 찬성하는 기관이 없으니 당연히 무산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개장하다니 마사회의 무소불위가 겁이 날 정도였다.


국가가 하는 일인데 어떻게 막아?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보이는 도박장은 단 1개 층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노숙농성과 집회, 미사를 계속 했다. “국가가 하는 일인데 어떻게 막아? 마사회가 입점했는데 어쩔 수 없지”하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도박장은 폐해가 심각해서 주민들의 민원이 없는 곳에 입점해야 하는데 용산은 그런 원칙을 어겼음을 알렸다. “개장했다는데도 별 피해가 없는데 괜찮은 거 아니야?” 하는 분들께는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어서 전층 개장을 못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데도 마사회가 마사회 소유 건물을 비우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전 월평동도 IMF 때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화상경마도박장을 유치한 주민들이 이제는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대전도 용산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 아파트 앞이라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학년 10개 학급이었던 초등학교가 2개 학급으로 줄고 학원가였던 곳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흥가로 바뀐 실태도 알렸다.  


도박장에도 최순실이 있었다


우리가 계속 싸움을 하던 2016년 겨울에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박근혜의 최측근 현명관 마사회장은 최순실 딸의 승마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혈세를 지원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자필로 썼다는 충성 맹세 편지는 박근혜, 최순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이런 대한민국이었으니 모든 국민들이 반대하는 ‘학교 앞, 주거지 앞 도박장’ 을 개장했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에 개장 원인을 알게 되어 속 시원하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했다.


도박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많은 도박 피해자들을 만났다. 고등학생 때부터 경마를 했고 30대인 지금도 경마를 끊지 못했다는 분, 처음 경마한 날 5천 원을 걸고 딴 62만 원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집 세 채를 다 날릴 정도로 가산 탕진하고 암 투병 중인 분, 세미나 참석차 들른 강원랜드 호텔에서 우연히 접한 카지노로 중소기업을 잃은 사장님, 한국 최대 쌀 판매업자였는데 100억을 경마로만 잃었다는 분···. 그분들 중에는 자살 시도를 하셨다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자살자 중에 도박 중독자들이 꽤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분들의 고통은 재산을 잃고 건강을 잃고 가정을 잃은 것 외에도 ‘니 잘못이지. 누가 도박하라고 했냐’는 주위의 시선이었다. 국가가 만든 사행시설에 레저를 즐기려고 갔는데 자신도 모르게 삶이 망가졌다. 그럼에도 국가의 잘못이 아니라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에서 그들의 속이 얼마나 시커멓게 탔을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나 또한 도박장 반대 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국가의 잘못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도박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합법도박장이 많으면 불법도박장은 안 생길까?


또한 우리가 거리에 나왔을 때, 이전에 용산역 옆에 화상경마도박장이 있을 때는 왜 반대 운동을 하지 않았냐고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우리가 화상경마도박장의 폐해를 몰랐기 때문이었지만 내심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곳의 학부모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우리도 함께했을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도박장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건 우리 집 뒷마당이라서 안 된다는 NIMBY(Not In My Back Yard)가 아님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국가가 도박을 산업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을 병들게 하는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막아야 한다. 사람은 도박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합법도박을 만들지 않으면 불법도박이 성행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가가 시행하는 합법도박장에 들어간 사람들이 배당률이 더 높은 불법도박장을 찾는 것이다. 나처럼 합법도박장을 가지 않는 사람들은 불법도박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또한 합법도박장이 이렇게 많은데도 매년 늘어나는 불법도박장을 그 논리로는 설명할 수도 없다.또한 어떠한 논리로도 아이들이 보는 곳에 도박장을 들인다는 것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미래라고 말이나 하지 말든지, 어릴 때부터 도박 환경에 빠뜨리는 어른들이 어떻게 제정신일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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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노숙농성 1000일 도박장 추방 문화제(@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연대가 든든한 힘


우리가 거리에 나온 5년 동안 주민,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뿐 아니라 곳곳에서 우리를 지원했다. 용산 지역 전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들, 참여연대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와 농성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마사회 개장 날에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있어서 주민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는 장하나 전 국회의원, 순천 화상경마도박장을 막아낸 경험을 공유해주고 지원해준 김광진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들도 든든했다. 또한 곳곳에서 국가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의 기부와 지지도 잊을 수 없다.


이 많은 ‘측은지심’과 ‘연대’로 ‘학교 앞, 주거지 앞 도박장’도 못 막아낸다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적폐의 하나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이 청산될 때, 도움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건물 안에서 잔치를 여는 게 내 꿈이다. 그 꿈이 올해는 꼭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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