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 피던 봄날, 아빠는 차를 몰아 항구에 갔다. 천방지축 갈 길 가늠할 수 없는 아이 뒤를 쫓아 어르고 달래 철망 앞에 섰다. 눈높이 맞춰 앉은 자리 저 멀리에 낡고 삭은 커다란 배가 배를 보이고 누웠다. 상처가 곳곳에 깊었다. 언젠가 아빠는 고개만 겨우 남긴 배를 보면서 아이를 꼭 안았다. 많이 울었다. 잊을 만하면 떠올랐다. 배가 올라왔다. 전 대통령이 철창에 든 날이었다. 침전한 뻘이 갑판에 두터웠다. 돌아와 언젠가의 절망 앞에 선 아빠가 아이를 품고 말했다. 저것이 세월호라고. 삼 년여, 훌쩍 큰 아이는 노란색 리본을 자기가 묶겠다며 들고 뛰었다. 글씨를 좀 쓰자고 겨우 잡았다. 잊지 않겠다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또 진실을 인양하라고 아빠는 거기 삐뚤 적었다. 새 시대를 바라는 희망의 문구가 철망에 빼곡했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발전 없다 | 센터 | 2020.08.24 | 96080 |
57 | 오른다 | 센터 | 2018.12.26 | 84407 |
56 | 주마등처럼 | 센터 | 2014.10.21 | 2647 |
55 | 꿰어야 보배 | 센터 | 2014.07.08 | 2037 |
54 |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 센터 | 2014.07.01 | 1810 |
53 | 몽당분필 | 센터 | 2015.06.03 | 1773 |
52 | 어느 출근길 | 센터 | 2014.12.17 | 1717 |
51 | 노래 이야기 | 센터 | 2019.02.25 | 1710 |
50 | 오! 재미 | 센터 | 2014.08.19 | 1675 |
49 | 일상다반사 | 센터 | 2015.03.03 | 1616 |
48 | 현장으로 가는 길 | 센터 | 2015.04.13 | 1560 |
47 | 오버홀 | 센터 | 2019.04.29 | 1534 |
» | 철망 앞에서 | 센터 | 2017.04.26 | 1520 |
45 | 답정너 | 센터 | 2015.12.02 | 1501 |
44 | 파란 나라, 파란 천막 | 센터 | 2018.07.02 | 1488 |
43 |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 센터 | 2015.09.30 | 1472 |
42 | 마지노선 | 센터 | 2015.07.23 | 1452 |
41 | 개 풀 뜯어먹는 소리 | 센터 | 2016.06.27 | 1392 |
40 | 폐허 | 센터 | 2016.08.24 | 1372 |
39 | 어느새 훌쩍 | 센터 | 2018.11.01 | 1361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