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 피던 봄날, 아빠는 차를 몰아 항구에 갔다. 천방지축 갈 길 가늠할 수 없는 아이 뒤를 쫓아 어르고 달래 철망 앞에 섰다. 눈높이 맞춰 앉은 자리 저 멀리에 낡고 삭은 커다란 배가 배를 보이고 누웠다. 상처가 곳곳에 깊었다. 언젠가 아빠는 고개만 겨우 남긴 배를 보면서 아이를 꼭 안았다. 많이 울었다. 잊을 만하면 떠올랐다. 배가 올라왔다. 전 대통령이 철창에 든 날이었다. 침전한 뻘이 갑판에 두터웠다. 돌아와 언젠가의 절망 앞에 선 아빠가 아이를 품고 말했다. 저것이 세월호라고. 삼 년여, 훌쩍 큰 아이는 노란색 리본을 자기가 묶겠다며 들고 뛰었다. 글씨를 좀 쓰자고 겨우 잡았다. 잊지 않겠다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또 진실을 인양하라고 아빠는 거기 삐뚤 적었다. 새 시대를 바라는 희망의 문구가 철망에 빼곡했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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