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의 표적,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by 센터 posted Feb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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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최근 이랜드 임금 체불 사건이 뜨겁게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애슐리를 필두로 이랜드 외식사업 프랜차이즈 업체 360곳을 상대로 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2015년 10월 1일부터 2016년 9월 30일 1년 동안 체불된 임금이 무려 83억 7,200만 원이며 그 피해자는 4만 4,3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조직적인 임금 체불 사건으로서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보다 일찍 강제 조퇴시키는 이른바 ‘꺾기’와 출퇴근 기록 조작을 통한 휴업수당, 연장수당, 연차수당 미지급 등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적발 후 여론의 비난이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자 이랜드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신고된 임금 체불에 한해 반환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보다 소극적인 무마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글이 쓰고 있는 2017년 2월 8일자에도 대구에서 대구알바노조 등이 대구 지역 이랜드파크에 대한 1인 시위와 현수막 게재, 피해자 구제를 지원한다는 기사가 나온 참이다.


부당한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


서울시는 2017년도 1월부터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시 뉴딜일자리사업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들이 서울 곳곳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주로 거리와 역사, 이랜드 계열 매장 근처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랜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랜드 임금 체불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캠페인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다만 이랜드 측에서 체불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니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이미 꽤 확산되어 있었다. 캠페인 기획팀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랜드 사태를 알림과 동시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일터에서 겪은 부당대우 관련 의제를 발굴하려고 한다. 아르바이트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임금 체불만이 아니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 조건이 전반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가 개인이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며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 문제라는 의식도 점차 확산되어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리플릿을 배포할 때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도 ‘일하면서 겪은 부당대우 신고하시면 서울시가 도와드려요’라는 리플릿 문구를 읽고 받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자신이 겪는 문제가 부당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면서도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임금 체불, 고강도·부적절한 노동, 감정노동, 여러 형태의 인격 모독, 성희롱 및 기타 자기결정권 침해 등에 대한 부당대우를 반드시 시정해야만 한다. 그 자체로 분명한 직장 괴롭힘인데도 직장 괴롭힘이라고 하기 모호한 다른 문제들과 결합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압박한다. 그런데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흔히 그들 대부분이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정 페이’를 강요받으며 그들이 겪는 고초들은 스스로 인내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사회 경험’이라고 일축된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 하는 것’이라는 낡은 경구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착취하여 돌아가는 산업구조를 정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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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들이 천호역 역사 안에서 진행한 이랜드 캠페인(@이호준)


자가 타깃 되는 직장 괴롭힘


서유정의 KBS 탐사보도팀 조사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고용여건이 불안정할수록 직장 괴롭힘이 더 심각해진다. 정규직 노동자 중 피해자 비율이 12.4퍼센트인데 반해, 무기계약직은 17.7퍼센트, 비정규직은 22.2퍼센트로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 있을수록 피해자 비율이 높았다. 구조조정 중인 직장의 경우 피해자 비율이 22.9퍼센트, 6개월간 평균 괴롭힘 횟수가 167.5회로 그렇지 않은 직장보다 각각 2.6배, 1.8배 높았다. 아르바이트직에 대한 실태조사는 따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계약직보다도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얼마나 심각한 직장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설문조사에서 ‘일터에서 괴롭힘을 당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고 대답하는사람이 더 많음에도, 구체적인 사례와 유형을 제시했을 때는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직장 괴롭힘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직장 괴롭힘은 대체로 상급자 또는 고객, 다수의 동료에 의해 발생하는 권력형문제다. 사실상 직장 괴롭힘은 사업장이배제하고자 하는 약자를 타깃으로 할 때가 많다. 그러나 당사자가 그 부당성을 인지한다고 해도, 고용 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믿을 수 없어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경우 해고가 더욱 손쉽게 이루어지고 자칫하다가는 임금이 체불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괴로움을 참게 된다. 중간 관리자나 다른 동료들 역시 을의 입장에 있기에는 마찬가지라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그 결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괴롭힘에 대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고용불안, 사업장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에 대한 불신까지 함께 시달리게 된다. 이 고통과 불안이 일종의 노무관리로서 사업장을 움직이며 새로운 괴롭힘을 재생산해낸다. 따라서 직장 괴롭힘을 해결할 때에도 구조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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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가 이랜드 계열 매장에 방문해 부당노동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이호준)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 떠넘기는 기업


감정노동자보호입법을위한전국네트워크(이하 감정노동네트워크)가 실시한 ‘감정노동자, 소비자, 기업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직장 괴롭힘 해결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조사에서 감정 노동자들이 고객의 컴플레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기업의 시스템 문제라고 지적한다. 감정 노동자들은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로 ‘일손이 모자라 바빠서’, ‘직무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서’, ‘너무 다양한 요구를 들어줘야 해서’ 등을 꼽았다. 즉, 감정노동이 고객으로부터 유발되기도 하지만, 감정 노동자들이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노동 환경 또한 그 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감정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고 그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기업의 조치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겪는 직장 괴롭힘에 대한 연구와 조사,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되 그 방향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아르바이트 사업장 시스템과 인사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인식하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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