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
캔버스에 유채 / 260×325㎝1830년 / 루브르 미술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인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 Liberty Guid-ing the People〉 (부제:The 28th July)는 프랑스 민주주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즐겨찾기로 인용되는 작품이다. 188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정부는 미국에게 들라크루아의 그림 속 그녀를 꼭 닮은 여인이, 이제는 깃발 대신 횃불을 밝히고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했다.
이 그림은 1830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사흘간의 시민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시민들은 거리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맨주먹으로 절대 권력에 맞서 깃발을 들었다. 포연이 자욱한 현장에 우뚝 올라선 한 여인이 유독 눈에 띈다. 그녀는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맨발로 한 손엔 장총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삼색기를 높이 휘날리며 시민들을 이끌고 있다. 사실 이 여인은 실제 인물이 아닌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로부터 영감을 받아 표현된 자유의 여신이다.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여신의 몸에 때가 많이 끼어 품위가 없다는 둥 겨드랑이에 털까지 보여 상스럽다는 둥 비난을 위한 비난마저 제기되었지만 자유를 얻고자 하는 싸움에 외적인 아름다움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들라크루아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자유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려고 했다.
여인의 주위에는 다양한 계층의 남자들이 그녀를 따르고 있다. 여인의 왼쪽 실트모자에 정장을 입고 총을 움켜진 신사는 부르주아 계급으로 들라크루아 자신이라는 말도 있다. 신사 뒤에 셔츠를 풀어헤치고 멜빵바지를 입은 남자는 노동자다. 바로 그 밑에는 군인도 보인다. 그리고 여인의 오른쪽 양손에 총을 들고 따르고 있는 모자 쓴 꼬마도 역시 하층민이다. 후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구두닦이 소년은 이 꼬마로부터 영감을 받아 등장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계층을 등장시켜 혁명이 민중의 뜻이고 혁명이 역사의 순리라고 들라크루아는 말한다.
민중은 수많은 시체들을 넘고 넘어 진격하고 있다. 이리저리 뒤섞여 있는 시민군과 정부군의 시체를 그려 혁명의 참담함과 그리고 이들의 희생 위에 혁명이 세워졌음을 강조하고 애도하고 있다.
2016년 11월 서울은 촛불로 장악되었다. 광장은 분노와 심판이라는 두 감정밖에 없다. 촛불은 혁명의 시간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230만이 든 촛불은 세계 유례없는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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