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사람들은

by 센터 posted Dec 27,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사람들은즐겁다26.jpg


친구와 더불어 사람들은 즐겁다. 입에 붙은 노랫말 흥얼거리며 잠시 머물다가, 앞선 방송차 없이도 이제는 익숙한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누군가 앞서 외친 구호 따라 퇴진하라, 구속하라 추임새를 거든다. 모이고 또 모여 저마다의 함성이 으레 거기 높다란 돌담을 넘는다. 아이 목말 태운 아빠는 목이 휜다. 외치느라 목이 쉰 엄마가 아이 옷깃을 여민다. 팔 쭉 뻗어 손팻말을 들고, 팔 쭉 뻗어 셀카를 남기며 사람들은 살갑다. 퇴진 군밤 팔던 장수가, 하야 마스크 팔던 노점상 청년이 그 길에 바빠 흥겹다. 호두과자 익는 연기가 폴폴, 횃불 기름 타는 냄새가 풀풀. 종종 머리칼 타는 냄새가 솔솔 퍼지니 비명인지 구호인지. 타닥 탁탁 불꽃 터지는 소리 따라 꽹과리, 장구 소리 거기 섞여 요란스런 광장에서 젊은 연인이, 또 주름진 부부가 딱 붙어 정겹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되새겼는데, 털점퍼 길에 벗어두고 펄쩍펄쩍 날뛰던 교복차림 소년 소녀까지 누구나가 늦은 밤 광장에서 깨어 즐겁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작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설 자리 file 센터 2024.01.09 22
57 가면 file 센터 2022.10.31 26
56 봄 마중 file 센터 2023.02.27 30
55 엄마 눈물이 툭 file 센터 2023.11.03 31
54 우리 만남은 file 센터 2023.04.27 38
53 이면, 혼신의 힘 file 센터 2022.04.25 39
52 비보호 file 센터 2022.06.27 39
51 겨울 file 센터 2022.12.22 45
50 연인은 웃는다 file 센터 2022.08.29 47
49 허수아비 file 센터 2022.02.24 49
48 붉은 ‘농성’ file 센터 2021.08.25 54
47 추락하는 것은 file 센터 2023.06.27 57
46 무사고 사이 file 센터 2023.09.13 59
45 훈장처럼 file 센터 2021.10.27 65
44 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file 센터 2021.12.23 76
43 꼿꼿하게 file 센터 2021.04.26 115
42 유실물 file 센터 2021.02.24 123
41 밥 냄새 file 센터 2021.06.23 132
40 인지부조화 file 센터 2020.10.22 311
39 언제나 분수처럼 file 센터 2020.04.27 652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